버스에서
버 스에서
날씨가 참 덥다 ! 후덥찌근 한게 비라도 한 줄기 내릴 모양이다 .
기분이 영 찝찝하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중복 날이다 .
버스가 오려면 이직 멀었나 ? 요즘 버스는 냉방시설이 잘 되어서 추울지경이다 옛날에는 돈 아낄려고 그랬는지 냉기가 죽은놈 콧김만큼 나와서 감질 났었는데 ...
여의도에서 집에 까지는 약 30분 걸리지만 종일 일 같잖은 일이라도 하루 시달리다보면 퇴근 무렵엔 좀 피곤해 지려고 한다 .
나도 이젠 나이가 먹어서 그런가보다 버스에서 자리 양보 받을 나이는 좀 덜 되었지만 새파란 놈이 버젓이 앉아있으면 좀 얄밉기도 하다 그럴 때면 되려 멀찍이 피해준다 . 그놈은 그런 생각 조차 안할테지만 ....
버스가 온다 다행히 자리가 있으면 계 탄것 만큼이나 기분이 좋다 . 오늘은 있으려나 더워 죽겠는데, 없다 재수 옴 붙었다 .
그래도 중간에 일찍 내릴 사람이 없을까 쭉~ 둘러 본다 이때는 시각과 촉각 청각과 후각 까지 총 동원해야한다 . 가방을 만진다던지 , 하차 벨을 쳐다 본다던지 , 주위를 두리번거린다던지 ,주머니에 손을 넣는다던지 , 엉덩이를 들썩 거린다던지 하면 십중 팔구 다음 승차장에서 내린다 . 그러나 남이 그 옆을 지키고 있으면 허당이다 . 이것이야말로 복꼴복 이다 .
그러니 미리 점 찍어서 이 사람이 일찍 내리겠지 하며 올인 하는데 안 맞을때가 태반이다 . 그래서 연구 한것이 , 앞뒤의자 중간에서 매복한다 둘중 하나 내리는 확률이 배로 높기 때문이다 .
그러나 그보다 배당이 훨씬 높은것은 가운데 출입문 뒤쪽 그쪽은 양쪽으로 두명씩 앉기 때문에 통로가 좁다 그 초입을 막아 지키고 서있으면 뒤 십 오 륙석중 한석만 비어도 내 차지가 된다 .
오늘은 언놈이 빨리 비켜 줘야는디 그래야 호강좀 해보는디 ,
타면서 쓱 훓어 봤다 가운데 기둥 옆에 너부데데한 아줌마가 어쩌면 다음 정거장에서 내릴것 같은 예감이 든다 이 자리는 평소에 내가 선호하는 자리다 앞쪽에 약간 공간이 있어 발을 꼬고 있기에 십상인 곳 이다 . 한강 건너기전에 내리면 그래도 횡젠데 하며 그 아줌마 옆을 지키고 섰다 . 환갑은 되었을까 나보다는 나이가 더 들어 보인다 .
아니나 다를까 조금 가더니 궁뎅이를 들썩들썩 하는 폼새가 영락없이 내릴 자세다 손지갑에서 버스카드를 내어 손에 쥐는것이 딱맞은 100% 이다 “옳거니 아싸다 ” 속으로 외쳤다 .
너부데데 아줌마는 자세를 고쳐 앉고 주위를 쭉 한번 쳐다보더니 저 앞쪽에 서있는 또다른 너부데데를 불렀다 “저기 서있는아줌마 이리와요 나 내링께 여기 앉아서 가시오” 오머 세상에나 네상에나 이건 뭐야 ! 흉년에 손님 밥 남기면 그 밥 먹을려고 기다리는데 손님이 밥 그릇에 물을 붓자 “물마네” 하며 울었다더니 ,
내가 그 심정 아닌가벼 ? 하지만 경우가 다르다 누가 그 너부데데한테 자리를 양도할수 있는 권한을 주었는가 ? 이건 양보가 아니다 양보는 자신이 서서가며 여기 앉으세요 하는 것이고 자신이 내리면서 여기 앉으세요 하는것은 주제넘은 월권 행위이다 .
나는 화가 치밀었다 . 어기적 거리며 나가는 그 너부데데를 불러세워 놓고, 아줌마 아줌마가 뭔데 사람을 불러 앉으라 말라 하는거요 아줌마가 산 자리요 ? 하며 , 크게 소리 지르려다 아! 참자
“주여 저들은 자기의 죄를 알지 못하나이다 ”
나는 남잔데 썩어도 준치라고 , 여자가 앉는게 어쩌면 당연할지도 몰라, 그리고 평소에 내가 페미니스트라 여겨왔잖은가 ?
이렇게 속에서 두집어졌다 바로되었다 하다보니 집에 거의 다달았다 . 휴 ! 오늘 복날, 보신탕도 못 먹고 쯧쯧쯪 !
빨리 집에 가서 수박이라도 쪼개야 겠다 .
돌아오는 말복에는 한 그릇 꼭 먹어야지 !
이렇게 복날은 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