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bakking 2019. 4. 12. 11:12

약 속 (信義)


약속은 사람과 사람사이도 이지만 또 자신과의 약속도 약속이다.

이를 잘 지킬 때 신의 있는 사람도 되고, 잘 안 지킬 때는 실없는 사람, 믿을수 없는 사람이 되기도 한다.

최근에 나는 어떤 모르는 사람과 약속을 했다 용문산 등산 갔을 때인데 어느 분께 사진을 부탁했고 기꺼이 찍어준대서 명함까지 건네고 고맙다고 미리 인사까지 했었다 ,

내경험에 비추어서는 분명 보낼 것으로 믿었다 전에 북한산 산행 때 카메라 없는 분과 우연히 동행했었는데 그날 그 두 분들을 스무 장 넘게 찍어서 궁금할까봐 그날 즉시 메일로 넣어주고 잘 받았냐고 전화까지 했었다 .

그러나 나 찍은 그분은 두 주일이 넘었는데도 소식이 없다 .

처음 그날은 설레이는 마음으로 메일을 열어 보았지만 없었다

왼 종일 등산하고 피곤해서 그럴거야 , 다음날도 또 없다 일요일이라 교회도 가고 밀린 집안일도 하려면 그럴거야 ,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나는 처음에 생각하기를 사진을 보내주면 어떻게 고마움을 표시할까 예쁜 사진들을 보내줄까 ? 내가 용문산 다녀와서 쓴 산행기(山行記)를 보내줄까 ? 별 생각들을 다 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어렸을 때 읽었던 아라비안 나이트에서 의 알라딘 램프를 생각했다 그 이야기를 보면 어느 소년이 바닷가를 산책하는데 예쁜 호리병을 발견 한다 호기심에 그 호리병 마개를 열고, 거기에서 한줄기 연기가 새어나오더니 갑자기 집채만 한 요괴로 변한다 놀라움에 소년은 엎디어 사색이 되는데 그 요괴 하는 말 “너는 오늘 내손에 죽었다” 하는 것 이었다 소년이 그래도 영특하였던 모양이다 가만히 생각하니 내가 저를 구해준 은인인데, 나를 죽인다고 ? 소년은 용기를 내어 요괴에게 항의했다 “왜 당신을 구해준 나를 죽인단 말 인가요 ” 이 말을 들은 요괴 하는 말 “그래 네가 나를 구해준건 사실이다 그러나 너는 재수가 없다”

소년은 다시 물었다 “무슨 말인가요” 요괴가 대답하길 “내가 어느 퇴마사에 의해 이 호리병에 2천년을 갇히었다 그런데 처음 천년은 어느 누구든지 나를 구해주는 자에게 큰 소원을 들어주려 했었다 그런데 천년동안 나를 아무도 구해주지 않았다 .

나는 악에 바쳐 그 다음 천년은 나를 구하는 자를 반드시 죽이려고 다짐 했었다 그러는 중 네가 나를 구했으니 재수가 없을 수밖에 ”

뒤 이야기는 내 줄거리와 상관없는 내용이지만 여기까지 읽은 분들이 궁금할까봐 잠시 더해보면 소년이 기지를 발휘해서 요괴한테 물었다 나 죽는 것은 두렵지 않다 그런데 그것보다 나는 궁금한 것을 풀지 않고는 죽을수가 없다 - 이에 요괴가 뭐가 그리 궁금 하냐- 내가 언뜻 보니 당신이 이 호리병에서 나온 것 같은데 사실이냐- 아까 보았잖냐- 아니다 믿을수가 없다 어떻게 그 큰 몸뚱아리가 이 작은 호리병에 들어갈수가 있냐 내가 다시 보는동안 들어갔다가 나와봐라 - 요괴는 잘 봐둬라 -하며 다시 호리병으로 들어가고 이때 재빨리 소년은 호리병 마개를 닫는데 -호리병 속 요괴는 애걸복걸 소년에 애원하고 용서를 비는데 그 요괴를 구해주고 대신 알라딘 램프를 얻게 되는 내용이다 ~휴~

나도 처음엔 요괴처럼 어떻게 사례할까 만 생각하다 나중 일주일 이주일이 지나니 천하에 나쁜 사람이구만 하는 생각이 들고, 우리 마누라 말했듯이 얼굴 예뻐서 꼭 보낼 것 같다고 했던 말들이, 예쁘기는 개뿔이 예뻐 로 발전하고, 하나도 안 예쁘던데 잘못 봐가지곤 으로 이어졌다 .

지금이라도 보낸다면 내 꼬였던 마음이 눈 녹듯이 풀어질는지 가 또한 미지수 이지만 , 왜 안 보냈을까 가 또한 미스테리다 . 명함을 잃어 버렸나? 남편한테 쓸데없는 짓 한다고 역정 들었나? 사진을 버렸나? 올리다가 실수로 날렸나 ? 차일피일 하다가 늦어서 이젠 겸연쩍어 못 보내나 ?

벼리별 생각을 다 해보아도 해답은 없다 사진 한 장에 목 매달필요도 없고, 그 까짓것 없으면 어떠랴 로, 결론짓고 말아야겠다 그리고 핸드폰으로 찍었던 몇 장 그거라도 살려서 보고 말아야겠다 .

그러나 미지의 그분도 앞으로는 크던 작던 약속 꼭 지켜주는 사람 되길 바라고, 나도 더 약속 잘 지켜 나가기를 다짐 하련다 . 09 -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