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독경
우이독경(牛耳讀經)
나는 요즘 조그만 걱정이 하나 있다.
교회 주일학교에서 유치부 어린이 상대로 한문 강의 좀 해달라고 한다.
내가 몇 년 전 아무것도 안하고 놀 때 초등학생 중학생 상대로 한문을 약 3년 가르친 적이 있는데
부장 권사님이 어찌 알고 달포 전에 부탁해 오셨다 나는 건성으로 연구 좀 해봅시다,
하고 답했었는데 허락으로 들었던 가보다 .
그런데 나를 긴장하게하고 고민하게 하는 것은 대상이 유치부라는 것이다
유치부는 많아야 7세 그 밑으로 기저귀차는 3~4세까지 다양하다
그 어린 것을 모아놓고 한문을 가르친다?
거기까지 생각하니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
잘 아는 사실이지만 한문은 음(音)과 訓(훈)으로 되어있다,
하늘 천(天) 하면 하늘은 훈이고 천은 음이다 이것을 아이들이 이해할 것 같지가 않다 내 생각으로는 ~
아무리 요즘아이들은 머리가 비상하다 해도 좀 걱정이 된다,
나도 어릴 때 (6~7세) 선친한테 천자문을 배웠을 적, 잘한다고 칭찬이 둥둥 했었지만 건성으로 그림이나 보고 외웠었다.
하늘천자가 책 아닌 다른 곳에 있으면 초면이 되고 낯가릴 정도였으니 내경험으로 비추어 그런 걱정이 생기는 것이다 서당 다닐 때 선생님께서 아닌 게 아니라 이 글씨가 다른 곳에 있어도 알겠냐고 여러 번 물으신 적이 있었다.
어렵사리 부탁한 것이니, 맡기는 맡아야겠고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 복안이 안서니 걱정이다 잘못하다간
아이들한테 한문교육이 우이독경이고 마이동풍이나 되지 않을지 따뜻한 봄날에 내 머리 속엔 고민의 파문(波文)이 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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