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대명산
백대명산
내가 산행을 시작한지 어느덧 10여년이다 다른 사람들 보다 좀 늦게 시작한편이다.
우리속담에 늦게 배운 도둑질 날 새는 줄 모른다는 말이 있듯이 늦게 시작한 산행에 완전 빠졌다.
일 년에 50여회씩이나 출격 했으니 오백 번은 족히 넘게 산행을 한 것 같다.
산행을 하면서도 100대 명산이 어디 있는지 전혀 신경을 안 썼고 이리몰리고 저리 휩쓸려
그냥 줄기차게 다니기만 했다.
그랬던 것이 지난핸가 혹시나 해서 헤아려보니 70여개는 다녀왔었다.
100대 명산은 처음 산림청에서 선정했고 후에 블랙야크에서 선정한 100대 명산은 산림청과 몇 개가 다르다.
그 중에서 내가 선택한쪽은 산림청 쪽이다.
지난해 조금 신경을 쓴 결과 지금까지 90개를 돌파했고 이제 비로소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열 개정도는 이변이 없는 한 올해 안에 무난히 끝맺을 수 있겠다.
생각해보면 이것이 무슨 큰 업적도 아니고 누가 표창하거나 증서를 주는 것도 아니다
단지 자신의 목표의식과 욕심이나 집념으로 달성하려는 것뿐이다.
같이 산에 다니던 친구들이 하나둘씩 떨어져 나가 이제 거의 혼자 남았다.
그도 그럴 것이, 지방산에 갈 때는 새벽에 일어나서 준비하고 밥 먹고 6시에 출발해야 버스 타는
강남 신사역에 7시 도착한다.
경상도쪽 먼 산에 갈 때는 5시간 왕복 10시간을 버스에 시달리고 4~5시간 산행을 하면 밤 10시나 돼서야
서울에 도착한다.
그러기에 친구들은 아침 일찍 나서기가 힘들고 장시간 버스에 시달리는 게 싫어서 안 간다는 것이다.
나라고 산에 다니는 것이 모조건 다 좋은 것은 아니다 85kg의 체중에다 배낭도 남들보다 크니
산 오르기가 너무 힘들다 거기다 땀이 남들보다 몇 배 많이 나니 그 고통이 이만저만 아니다.
그러나 정상을 밟는 순간 종전의 고통쯤은 금방 잊게 되고 펼쳐진 자연경관에 매료되어
명치끝에서부터 희열이 샘솟듯 오른다.
산행 중에 사진을 찍으려다 절벽에서 추락해 중상을 당해 헬기를 타고 죽을 고비를 치렀지만,
내 의지를 좌절시키지는 못했다.
강추위 폭서 눈비도 나를 이기지는 못했다 각종 애경사의 의무도 저버리고 사람의 도리도 잠시 보류하는
파렴치도 저질렀다.
토요일 나의 산행보다 우선하는 것은 거의 없다.
그렇게 미친 사람 모양 산행만 감행했다.
그러나 100대 명산을 완성하기 위해 그런 것은 아니고 백대명산은 단지 부수적인 효과
다시 말하면 이삭줍기이다.
지방산을 다니다보면 약간의 비용이 발생할 수 있으나 세상의 어떤 취미활동이 이보다 비용이
덜 들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정말 저비용 고효율 가격대비 큰 효과임이 분명하다.
툴툴거리면서도 새벽에 일어나 밥해주고 도시락을 싸주는 아내가 없었다면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올 몇 월에 끝날지 모르겠으나 마치는 날 조촐한 자축연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그때가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