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간다--7
다음날 어떤 젊은 남자가 일수를 받으러 왔다 ,
정임이 건넨 5만원을 받고는 120개의 정사각형 칸이 그려져 있는 작은수첩에
도장을 꾹 눌러주고 목례를 하고 간다.
다음날도 또 그 다음날도 같은 시간에 그 시간이 어려우면 다른 장소를 지목한 곳으로 받으러왔다.
젊은 일수는 필요한말 외에는 한마디도 안 하고 얼굴에 늘 무표정하게 하고 다녔다.
정임 이는 혼자 생각하기를 자기는 저런 남자하고는 못 살 것 같다고 느꼈다.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이제 앞으로 세 달만 있으면 끝난다 생각하니 가슴 뿌듯하다.
하교를 갔다 와서 첫 아르바이트 인 슈퍼마켓 앞까지 왔을 때었다.
슈퍼 앞에 여러 사람이 모여 웅성거린다. 무슨 일이 났나?
정임의 눈길이 슈퍼 안으로 향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안에 물건이 하나 없는 빈 가게였다,
순간 정임은 가게를 잘못 찾았나 하는 착각에 빠진다.
그러나 몇 번을 봐도 틀림없는 자신이 근무하던 가게가 맞다.
웅성거리는 사람들 말로는 주인이 빚을 많이 지고 야반도주했다는 것이다.
정임은 눈앞이 캄캄하였다.
매일 매일 주던 아르바이트 임금을 한몫에 월급으로 준다하더니 받을 돈이 지그마치 백만 원이 조금 넘는다. 백만 원을 남들은 적은 돈 일지 모르지만 정임에게는 막대한 거금이었다.
정임은 이중으로 손해를 보았다 당장 나갈 직장이 없어졌고 돈도 못 받게 생겼으니,
그리고 일수도 못 찍게 생겼으니 이일을 어찌해야하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터벅터벅 힘없이 돌아서는데 기막혀서 눈물도 안 나온다.
그래도 새 직장을 찾으러 이곳저곳 다녀봤으나 마땅한 곳이 없다.
이제 수중에 남아있는 돈이 10 여만 원 그 다음에는 어떡하나 정임은 걱정이 너무 커서 앞이 캄캄함을 느꼈다. 무슨 놈의 팔자가 이렇게 기구한가! 정임은 입에서는 신세한탄까지 나오고 있다.
다음날도 정임은 새 일자리를 찾아 온종일 쏴 다녔으나 허탕만 치고 돌아왔다.
이제 수중에 남은돈은 몇 천 원 당장 오늘 일수 찍을 돈도 없었다.
기다리지 않았어도 젊은 일수는 시간 맞춰 어김없이 나타났다.
“저 사정이 있어서 오늘은 그냥 가셨으면 해요”
정임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요? 그럼 내일 오죠,”
일수는 시원시원하게 말하고 나간다.
다음날도 정임은 “오늘도 그냥 가셔야 갰어요,”
일수는 정임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이렇게 쌓이면 더 골치 아파져요”
약간 언성을 높여 말하고 “내일 오지요” 하며 나간다.
3일째라고 뾰족한 수가 없었다.
3일 동안 같은 말을 반복하는 정임에게 일수는 도끼눈을 해가지고
“아가시 계속 이러면 곤란해 누군 흙 파서 장사하나?”
“세 번까진 봐줄게 그러나 내일은 달라”
이젠 내놓고 반말이었다.
그래도 정임은 지은 죄가 있어 아무 소리 못하고 고개만 숙이고 있다.
4일째,
“이런 시팔 너 죽을래?”
“일수 떼어먹는 년 어떻게 하는지 신문에서 못 봤어? 내가 말해줄까?
잡아서 땅을 파고 묻던지 손목을 자르던지 창녀촌에 팔아 먹는 것도 봤어 너도 그렇게 당하고 싶으냐?”
정임은 부들부들 떨고만 있다. 일수의 협박은 계속된다.
“너도 돈 못 갚으면 그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거야 만약 도망가면 너의 가족도 무사하지 못해 병신 같은 년
인생이 불상해 한번 기회를 더 준다,”
일수는 정임에게 온갖 모욕과 욕을 안기고 돌아갔다.
정임은 엎드려 통곡한다. 일수가 내 뱉은 말에 소름이 솟는다.
그러나 자기능력으로 어느 것 하나 할 수가 없다.
어제는 답답한 심정에 주인아줌마한테 방을 도로 내어논다고 말했지만 아직 연락이 없어 답답하기 만하다.
5일째,
새색이 다된 정임에게 일수는 “이년 구제 불능이네 완전 배 째라는 거지?
지금까지 5일 동안 봐준 사람은 없었어 이년아”
“처리반 에 넘기면 네 인생 그것으로 종쳐 이년아”
“너 몸으로 때울래?”
“네?”
“몸으로 때울 거냐고 이년아”
“무슨 말씀인지?”
“너 아다냐?”
“네”
“너 아다나시냐고?”
“잘 모르겠어요,”
일수는 피씩 웃더니“ 학교 다닌다는 년이 못 알아먹네,”
“너 숫처녀냐고 이년아?”
정임은 말없이 고개만 떨구고 있다.
“맞아 안맞아?”
“맞아요”
정임은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대답한다.
“그럼 이렇게 하자 한번 하는데 5만 원씩으로 너를 사주는 거다
알아들었냐?”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