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간다--26
태수는 정임을 놓아주며 “꿈이 아니지?”
정임은 대답대신 수줍게 웃는다.
한참 뜸을 드리던 태수는 “ 정임아?” 하고 부른다.
“네”
“ 이왕 이렇게 된 거 나하고 결혼해주면 어떨까?”
정임은 눈을 크게 뜨고 놀라더니 다음순간 고개를 떨어뜨린다.
“왜 싫어?”
“이 세상에 오빠의 그 말을 듣고 싫다 하는 사람 과연 몇이나 되겠어요?”
“그럼 정임 이는 왜 흔쾌히 대답을 안 하는 거야?”
“염치가 없어서요,”
“염치없기로는 내가 더하지 정임이 한태 아픔과 고통만 안기고”
“아녜요 전 오빠를 싫어한 적 없어요 제 운명을 슬퍼했고 제 처지를 아파했지만,
처음부터 오빠를 미워 한 적 없어요”
“그래 그 말은 맞는 것 같아 일수가 다 끝나고 계속와도 되냐고 물었을 때 된다고 했던 정임이야,
그땐 임신사실도 몰랐을 때 이고 만약 그때 안 된다고 했더라면 나와 정임 이는 영원히 못 만날 뻔 했어”
“그걸 보면 정임은 조금은 날 좋아 했어”
“그래요 좋아 했어요 그러나 장래를 맡기거나 그럴 마음은 없었어요,
그러다 오빠가 이제 부잣집 아들로 다시 태어나니 제가 마음을 바꾸는 것 같아 망 서려 져요
그래서 흔쾌한 답을 못하는 거예요”
“우리 아이를 생각해봐 정임 이와 나와의 아이 만큼은 행복하게 해줘야 하지 않겠어?”
아이 애기가 나오자 정임의 표정이 한껏 밝아졌다 태수는 정임을 꼭 껴안는다.
정임도 태수의 넓은 가슴에 안겨온다
“”사랑해 정임아 앞으로 내가 잘할게“
“고마워요 오빠”
정임 이는 또 흐느낀다.
“그런데 정임아 한 가지만 약속해줘”
“뭔데요?”
“평생 살면서 내가 몹쓸 짓 한 거 절대 입 밖에 안낸다고”
“화나게 하면 애들한테 이를 건데요”
“안 돼”
태수는 입술로 정임의 입을 막아버린다.
정임도 거부하지 않고 받아 드린다.
뜨거운 입맞춤이 계속되고 둘은 임신사실이 확인된 후 처음으로 갖는 사랑 놀음에 진입한다.
그동안 정임의 거부로 한 번도 옆에 가보지 못했었다 지금도 아이가 다칠세라 전전긍긍하는
정임모습에 약간의 짜증도 났지만 아기를 보호하려는 엄마의 본능이라 생각하고
이해하는 마음으로 미소를 지었다.
“오빠 미안해요”
“왜?”
“호응 못해서요, 조금만 참아요, 애 낳을 때 까지”
“그땐 어떡할 건데?”
“죽여줄게요.”
둘은 그만 킥킥 거리며 웃었다.
즐겁고 행복한 밤이 이렇게 갔다.
다음날 아침을 먹고 나니 누가 초인종을 눌러 나가보니 엄마다.
태수가 “엄마” 하고 반긴다.
태수엄마 황 여사는 “이놈의 자식 숨으려면 꼭꼭 숨지 들키냐?”
이렇게 핀잔 하면서도 아들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태수를 꼭 안는다. 태수도 엄마를 꼭 안았다.
“엄마 미안해”
“그래 이렇게 만났으나 됐다 아픈 곳은 없지?”
“엄마도 건강하지? 아빠도”
“아빠 안부도 묻고 이제 어른 다 되었네”
뒤에서 어머니 어서 오시라는 정임이의 인사를 받고 둘은 손을 잡고 현관을 들어선다.
“널 만나면 혼내주려 했었는데 정임이 보고 참는다.”
정임 이는 마실 것을 준비하고 소파에 나란히 앉은 모자는 그간의 밀린 이야기를 나눈다.
“ 너 나쁜 소굴은 이제 나왔니?”
“응 말하고 나올 거야”
최 여사는 목소리를 죽여 “너 정임 이와 아이는 어떡할 거야?‘
“글쎄, 엄마 생각은?”
“뭐 물을 것 있어 네가 책임 져야지, 볼수록 괜찮은 아이더라 사람은 처음 볼 때의 10초가
그 사람의 이미지를 결정 한다더라 처음 딱 한 번 보니 맘에 들고 치러볼수록 우리 식구 같아 내 마음에 꼭 든다.”
“그럼 다행이네?
“그런데 지수는 어떡하지?”
“지수는 너 아녀도 갈 데 많을 거야 지금 지수 걱정 말고 정임 이와 아이 생각만 해”
“어머니 오신 김에 점심 준비 할게요 드시고 가세요.”
“그래볼까? 난생처음 며느리 밥상 좀 받아보자”
좀 이른 시간이지만 식탁 앞에 셋이 마주 앉았다.
“엄마가 가르쳐 주셨다며 제법 했던데?”
정임은 갈비찜과 반찬 여러 개를 내어 놓았다.
황 여사는 갈비찜을 우선 먹어보고,
“그래 잘했다 맛있구나! 한번 알려 줬는데 이 정도면 아주 훌륭하다”
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어머니가 많이 지도해 주세요,”
“아니다 이 정도면 손색이 없다 더욱 발전하면 나를 넘어 서겠는걸 청출어람이라더니 네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감사합니다, 어머니”
“어머니 저는 나중에 요리 연구가가 꿈입니다.”
“오 그래? 같이 노력하여 우리나라 제일의 요리연구가를 만들어보자”
예비 고부간의 궁합이 척척 맞는다.
태수도 흐뭇하게 두 사람을 지켜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