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간다--39
습작소설 봄날은간다--39
정임은 태수의 입에서 당신이라는 말에 좀 우스웠다 그러나 싫진 안았다.
“그럼 어쩌라고요?”
“내 생각에는 하늘이도 태어나고 했으니 장인어른 오셔서 사시라고 했으면 좋겠어,”
“그건 안 돼요”
“왜 안 돼?”
“우리 엄마는 다 쓰러져가는 판자 집에서 죽을 고생을 다하고, 돈이 없어 약 한 첩 못 먹고 돌아가셨는데,
우리 엄마가 싫어하실 것 같아서요”
“너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다 잘하면서 친정에는 마음을 안 여는 게 탈이야 천천히 생각해봐 마음을 넓게 먹어”
서희는 정임이 아파트에 팥 바구니 쥐 드나들 듯이 자주 온다.
와서 밥도 먹고 때로는 빈방에서 자고도 간다. 하늘이가 태어난 후로는 더 자주 온다,
하늘이가 보고 싶다고 핑계를 대면서, 그러는 서희가 정임은 밉지가 않다. 오히려 더 잘한다.
태수도 서희야 더 놀다가 하며 붙잡는다 말도 놓으면서 스스럼없이 대한다.
이제 본가로 들어가면 아무래도 어머니 눈치를 보게 될 텐데 ,
어머니도 서희를 자주 보셔서 거부감은 없으셨다지만, 그래도 좀 그랬다.
마침 서희가 왔기에 본가로 들어간다 말하니 서희는 몹시 서운해 한다.
태수 방은 일류 호텔만 맡아서 하는 업자가 맡아서 했다.
부부 침실은 더블침대만 바듯이 놓은 공간에 욕실만 있고 들창을 열고 나오면 넓은 거실도 같고
방도 같은 공간이 있다. 옆에 서재가 있고 아기 방이 있고 , 또 방을 열고 나오면 큰 거실에 넓은
소파와 탁자 간이 주방 화장실만도 세 개에 욕조와 양변기는 외국에서 사왔는지 처음 보는 은은한 황금색 이었다.
태수와 정임 이는 입던 옷과 사용하던 컴퓨터 그리고 책만 가지고 들어왔다.
정임 이는 들어온 다음날부터 어머니한테는 과일즙 아버님한테는 녹즙을 갈아 아침 문안 겸 손수 가져다 드렸다.
식품영양학과 학도답게 영양을 골고루 분포하도록 신경을 썼다.
지금까지 사먹는 것이 고작이었고 그런 대접을 한 번도 못 받아본 정 회장과 황 여사는 너무 기뻐한 나머지
입이 귀에 걸리었다.
학교 가려면 바쁠 텐데 이리 안 해도 된다고 두 분은 말렸지만 오히려 저의 기쁨을 빼앗지 말아주시라고
말씀드렸다.
하늘이 백일잔치는 호텔에서 하기로 했다 집에서 하려다 호텔이 편할 것 같다고 황 여사가 결정했다.
하늘이 백일 날 하늘이도 그랬지만 정임이도 예쁜 드레스를 입고 주인공처럼 멋을 냈다.
영화에서 나오는 배우처럼 귀부인처럼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고운 자태였다.
시댁에서는 양친과 시누이 내외 와 아이들 그리고 가까운 친척들이 십 여 명 모였고 친정에서는
정임이 친구들만 십 여 명 모였을 뿐이다.
황 여사는 사촌 동서들에게 하늘이 외갓집은 미국이라 돌때나 오실 거라며 거짓말을 했다.
축하객 거의 모두가 하늘 이를 안고 사진을 찍었다.
식사도 일류 호텔에서 도 특별히 만든 음식이라 모두들 황홀해하며 먹었다.
몇 개월을 놀다 다시 학교에 간정임 이는 처음에는 얼떨떨하고 조금 이상했지만 곧 익숙해져 간다,
한 마디라도 놓칠세라 온 신경을 집중해 공부에 매진했다 .
배속에서는 새 생명이 같이 놀아달라고 조르는 것처럼 발길질을 해대고 있지만 정임은 앞만 보고 달린다.
전에처럼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잠자고 아르바이트 까지 하면서 공부를 하려니 힘든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시간이 없어 하고 싶어도 못한 공부였다.
그러나 지금은 시어머니와 도우미 아주머니들이 하늘 이를 봐주고 있고 집에서 손끝하나 까닥하지 않아도
될 만큼 편한 생활 이니 공부할 시간은 충분했다 남편인 태수가 밤에 보채지만 안는다면
더 잘 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학기를 마친 정임은 학업성적 우수학생 으로 장학금을 받게 되었다.
이 소식도 제일 먼저 시어머니 황 여사한테 전했다.
그동안 어머니가 힘 써주신 덕분에 장학금을 받게 되었다며 진심어린 감사의 말씀을 드렸다.
황 여사도 자기 일처럼 너무 좋아하며 축하해 주셨다.
정임은 조심스럽게 시어머니께 말을 꺼냈다.
장학생으로 선정 된 것에 만족하고 장학금은 다른 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돌리고 싶다고,
그러나 시어머니 말씀은 너한테 주는 것은 받고 그것만큼 아니 더 보태어서 내 놓으면 될 것 아니냐고
말씀하신다.
정임은 너무 기뻐서 시어머니를 껴안으며, 어머니의 그 큰 뜻은 감히 누가 따를 수가 없을 것 이라며
감사를 표했다.
황 여사도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별로 중요한 것도 아닌데 매사 자신과 상의하는 정임이가 그렇게 예뻐 보였다.
그렇다 효도란 별게 아니다.
어른들은 무관심을 제일 싫어한다. 하찮은 것일망정 물어보고 상의하면 그것이 제일 효도이다.
그것이 어른 대우를 해 드리는 것이고 예쁨 받는 지름길임을 정임은 안다.
옛날 시골에서 있은 일이다.
어느 효자가 있었다,
그 댁은 콩 농사를 많이 지었는데, 콩을 수확하고 남은 콩깍지를 다발지어 묶어놓은 것이 깍짓동 이다 ,
깍짓동은 그 크기가 드럼통만큼이나 크며 모양도 흡사하다.
이것을 처마 밑 비 안 맞는 곳에 보관했다가, 제사 때 또는 설 때 아궁이에 태우면 불 쌈이 좋기 때문에
그때 쓰려고 아낀다.
이 댁 깍짓동 보관소는 지난해도 저 지난해도 언제나 뒤꼍 그 자리이다.
그러나 60이 넘은 효자는 깍짓동을 등에 짊어지고 90 노모에게
“어머니! 이 깍짓동 어디다 놓을까요?”
묻는 것이었다.
그러면 노모는 “아범은 해마다 뒤꼍에 두잖아 그곳에 세워놔”
그러면 예 어머니, 하고 그곳으로 향했다.
이렇듯 별게 아니어도 관심을 가져 드리는 것이 효심이고 노인 공대이다.
귀여움을 스스로 받을 줄 아는 것이 곧 지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