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부라보--44
둘은 집 앞에서 서로 헤어져 각자 돌아갔다,
집에 돌아온 정애는 엄마한테 할 말이 있다고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무슨 말을 하려고 그래?
엄마 있지, 나, 오늘 학교에서 돌아오다 선생님한테 프러포즈 받았다,
그게 무슨 말아야? 프러포즈면 결혼 하제?
결혼 이라고 안하고 시집오라고 했어,
그게 그 말인데, 언제 시집오래?
졸업하고, 대학 들어가면,
정애 엄마는 그 말을 듣더니 긴 한숨을 쉰다,
엄마 왜 한숨은 쉬고 난리야, 기분 나쁘게,
이것아, 네가 대학은 무슨 대학, 다니던 대학도 중간에 포기해야할지 모르는데,
엄마 그게 무슨 말이야?
아빠가 올해 말에 직장을 짤리게 생겼어, 그래서 네 오빠도 군대 갈지 모르고,
정환 이도 내년에 대학 들어가야 하나 망설이게 되었어,
정애는 그 말을 듣고 낙심천만이었다, 선생님한테 시집가는 일이 틀릴 것만 같아 울고 싶었다.
정애는 밤에 잠도 안 오고, 그만 눈물까지 흘리게 되었다,
다음날 아침 선생님을 만나서 같이 학교 가는데, 우울하고 침통해 별로 말을 하고 싶지가 않았다,
일환은 정애가 갑자기,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어, 어젯밤 그 말을 꺼냈다가 엄마한테 된통 혼이 난 게로구나 짐작하고
오후에 물어보려고 그냥 묵묵히 걸어갔다,
하교 시간 일환은 성큼성큼 앞서 걸어가는 정애를 불러 세웠다,
너 혼자 가면 어떻게 해, 정애야, 어젯밤 엄마한테 혼났지?
안 혼났어요,
괜찮아 말해봐, 혼났잖아, 그래도 괜찮아, 당연히 혼났을 거야,, 그렇다고 선생님 섭섭하다 안 할게,
혼난 게 아니고요, 그보다 선생님 저 대학에 안 가면 선생님한테 시집 못가요?
그게 무슨 말이야? 왜 대학에 못가? 너 공부 잘 하잖아?
어제 엄마가 그러는데, 아빠가 올 연말에 퇴직하신데요,
왜 퇴직하셔, 아직 연세가 퇴직할 때 안 되셨잖아,
그게 아니고요, 실적이 없어서 나가라 한다나 봐요, 아니면 많은 투자 금을 유치해야 한다는데 그럴 능력이 없대요,
주위에 돈 있는 친척도 없고,
투자 금이 얼마나 되는데?
엄마말로는 20억 쯤 있어야 한데요
그것 때문에 그러는 거야?
예.
시시해.
뭐가 시시해요, 저희 집은 심각한데, 큰 오빠는 중퇴해야하고, 작은 오빠도 대학 포기해야 할지 모른대요,
정애야!
예?
엄마 교회 다니시잖아,
예,
그런데 기도 안 하신다니?
왜 안 해요 , 기도해도 앞이 안 보인데요, 응답도 없고,
선생님이 전에 성경을 좀 보았거든? 엘리야인지 엘리사인지 그 사람이 바알선지자 450명과 기도시합을 해서 이기고,
그놈들을 다 쳐 죽였잖아 그런 후에 비가 내리게 해달라고 혼자 업디여 기도를 하는데, 아무리 해도 변화가 없었어,
그러다 마침 손바닥만 한 구름 한쪽이 보였어, 그 구름이 발전해서 온 천지를 덮었지, 곧 억수 같은 장대비가오고,
지금 필요한 것은 손바닥만 한 구름 한쪽이야, 구름 한쪽만 있으면 되는데 웬 걱정이야,
그리고 정애야 아무리 내가 능력이 없어도 너 대학하나 못 가르칠 것 같으냐? 안 그래?
그래도 얼굴 안 펼래?
선생님 말씀이 우리 목사님 설교보다 낫네요, 참 은혜가 돼요,
은혜가 뭔데?
은혜를 한마디로 답 할 수는 없고요, 감동, 사랑, 등등 광범위로 쓰는 전라도 사투리의 거시기와 같다고 보면 틀린 말이 아네요.
그래 ? 이제 좀 기분이 풀리니?
예,
너 시집 꼭 와야 해?, 하하하!
정애도 수줍게 웃는다,
정애가 집에 가서 김 선생이 한 말을 하나도 안 빠트리고 엄마한테 전했다,
정애 엄마는 그만 감동해서 주여! 하더니 그 자리에서 무릎 꿇고 기도를 하였다,
너의 선생님을 통해 나를 꾸짖으시는구나, 이제부터 손바닥만 한 구름 한쪽을 위해기도 해야겠다.
어느 날 일환이 퇴근을 하려고 시계를 보는데 마 침 정애가 교무실 문을 열고 들어온다.
반가워 아는 체를 하려는데 일환 쪽을 안보고 저의 담임선생님 쪽으로 간다,
조금 기다려 같이 가려고 준비하는데 담임, 이 선생님 목소리가 들린다,
오빠는 오빠고 너는 너지, 확실한 날짜를, 직감적으로 정애가 수업료를 미납한 게로구나 그래서 불려왔고,
일환은 너무 화가 났다, 누구한테 화가 난 것이 아니고 그냥 화가 났다, 정애가 나간 후 뒤 따라 나오다,
발길을 돌려, 은행에 들렀다, 돈을 인출한 뒤 빠른 걸음으로 집으로 향했으나, 정애는 그림자도 없이 사라졌다,
혹시 일환이 봤을까 봐 창피해 먼저 가버렸나 보다,
일환은 우선 집으로 가서 씻고 밥을 먹은 후, 도시락가방을 가지고 정애네로 갔다,
문 앞에서 전화로 정애 어머니를 잠깐 나오시도록 했다,. 정애한테는 모르게 하라고 부탁했고,
정애 어머니가 나오자 일환은 집에서 좀 떨어진 곳으로 정애 엄마를 모시고가서,
오늘 정애가 교무실로 불려 와서 미납공납금을 추궁 받았어요,
그러자, 정애 어머니는, 미안해요 정애 오빠 등록금을 먼저 맞추느라 늦었어요, 2~3일내로 낼게요, 하신다.
그걸 따지려고 오시라 한 게 아니고요, 사실 정애가 상처를 많이 받았을 태지만, 저도 무지 속상했습니다,
그래서 말씀드리는 건데요, 제 부탁 한 가지만 들어주세요,
무슨 부탁이신지,
일환은 주머니에서 흰 봉투를 내밀었다,
이걸 꼭 받아주세요 정애한테는 비밀로 하고요,
이게 뭔데요?
돈입니다 얼마 안 되지만 등록금에 보태십시오,
그럴 수 없어요, 선생님 신세를 늘 지는 데, 그러면 안돼요,
형편 것 도우며 사는 것이 인간이죠, 제 손 부끄럽게 하실 겁니까?
정애엄마는 할 수 없이 봉투를 받으며,
염치가 없어요,
그런 말씀 마십시오, 여기 도시락 가방 있습니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인사를 하고 돌아왔다,
정애 네는 아버지가 봉급 을 타서 큰오빠 등록금에, 하숙비에, 용돈에, 작은아들 학원비에 용돈에 정애 등록금에,
또 생활비에, 봉급을 타서 이리 찢고 저리 찢으면 정말 교회 헌금할 돈도 없었다, 그래서 정애 공납금도 아직 못 내었던 것이다.
정애 엄마는 방에 가서 김 선생이 준 봉투를 벌려보았다 안에는 파란 수표가 다섯 장이나 들어있었다,
어머나! 세상에, 이게 도대체 얼마야? 오백만원?
이 신세를 어떻게 값나, 정애엄마는 눈물이 핑 돌았다. 김 선생이 너무나 고맙다.
다음날 아침 정애는 다시 생글거리며 나왔다,
너 어제 선생님 따돌리고 어디 갔었어?
바쁜 일이 있어서 먼저 왔어요.
너, 한번만 또 그랬단 봐라,
그러면요?
선생님 삐질 거야,
호호호! 하하하!
둘은 유쾌하게 웃었다.
이젠 안 그럴게요, 삐지지 마세요, 선생니~~임,
알았어,
다음날, 토요일이라 서울 집에 올라갔다, 이날도 엄마는 터미널로 일환을 마중 나왔다.
멀리서 엄마 차를 보고는 웃으며 달려온다, 송 여사는 눈을 의심했다, 일환이가 웃음을?
엄마! 하더니 옆에 얼른 앉는다.
내가 운전할까?
아냐 피곤한데 그냥 있어,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모자간에 도란도란 나누며 가는데,
뮤직 박스 에서 잔잔한 음악을 따라 일환이가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송 여사는 가슴이 울컥하였다, 이제 정상으로 돌아 온 것인가? 송 여사는 일환을 바라보았다,
잘생긴 아들 첨 봐?
얼레? 농담까지,
일환아 너 좋은 일 있어?
좋은 일? 글쎄?
생각해봐 분명 네가 달라졌어, 방금 콧노래를 했어,
내가 그랬나? 아마 정애 때문일 거야,
정애라면 하숙집?
하숙집은 아니고 그 옆집 아인데 하숙 소개해 준 아이.
그 애가 왜?
응, 아침저녁으로 같이 다니니 정이 들었던가봐,
며칠 전에는 학교서 돌아오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와서 남의 집 처마 밑에서 비를 피했거든?
그런데 비 맞은 정애가 너무 예뻐서 여자로 보이는 거야,
어머, 그래서?
그래서 정애야 선생님한테 시집와라, 했어,
어머머! 그랬더니?
고개를 끄덕 끄덕 하는 거야,
그 애가 몇 학년이랬지?
고 2지,
그럼 몇 살 차이야?
정애 말이 일곱 살 차이래,
어머머, 너한테 그 애도 관심이 있었던가보다,
그랬다네,
하기야 세상 어느 누구가 일환이보고 싫다는 여자 있을까?
엄마는, 아무도 자기 새끼는 이쁘거덩?
그 정애란 애한테 장가 들 거야?
아직 어린아이인데 그냥 해본 소리지, 장가는 무슨.
애 아냐, 우리 여학교 다닐 때도, 학생이 졸업하고 선생님한테 시집간 친구가 있었어,
그리고 야구 해설하는 하일성씨라고 있지? 그분도 여학교 제자와 결혼하여 잘살고 있댄다,
정애도 항시 애들이니, 졸업하고 대학 들어가면 결혼해도 되잖아,
그렇잖아도 대학 가면 시집오라했어, 그런데 집에 가서 그 말하고 코가 쑥 빠져 왔데,
왜?
아빠가 실직 하게 생겨서 대학 못 보낸다고 했나봐.
몇 살인데 실직해?
아직 젊은데, 제2금융권 다니시거든? 그런데 자금 유치를 못해 정리해고 당하나봐,
20억 유치하면 해결된다는데, 도울 수 없을까?
송 여사는 일환이가 웃을 수 있게 웃음을 선물한 정애라는 애가 눈물 나게 고마웠다,
어떻게 생긴 아이일까? 빨리 한번보고 싶었다,
그럼 일환아 정애 좀 한번 데려와라, 그러면 엄마가 보고 결정할게.
맘이 안 들면?
그럴 리가 있니, 엄마는 네 눈을 믿는다,
그럼 당장 다음일요일 데려올게, 그런데 그 애 교회 다녀 엄마,
교회 다니면 어때, 엄마도 나중에 다니고 싶었는데 잘 되었지,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