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부라보--34
제대 후 일환은 3학년으로 복학을 해야 한다, 다행인지 시간적으로는 잘 맞아 별 문제가 없다,
일환은 학교로 그 문제를 알아보려고 나갔다가, 나간 김에 친구들을 만나려고 기다리는데 시간이 많이 남아,
도서관에서 책을 보며 기다리기로 했다,
도서관에는 군데군데 사람이 있었으나 빈자리가 많았다 ,
일환은 책을 뽑아 책장을 넘겨보면서 빈자리가 있기에 앉아 책을 계속 보고 있었다,
한동안 독서 삼매경에 빠져 있는데 옆에서 누가 뭐라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오른쪽을 쳐다보니 여학생인 듯한 사람이 자신에게 뭐라 한다,
왜 그러세요?
저, 제 목도리를 깔고 앉으셔서요,
아 그래요 미안합니다, 하고 일어섰다,
괜찮아요,
한동안 읽다보니 시간이 되어 나가는데 아까 그 여학생은 언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친구들한테 믿거나 말거나 몸이 이상해 제대 했다고 하니 모두 잘되었다고 한다, 같이 어울려 한잔씩하고,
저녁까지 먹고 돌아왔다,
복학준비를 집에서 해도 되겠지만, 면학 분위기와 경쟁심 유발에 학교만 한 곳이 없다.
복습과 예습을 해야 학습밸런스 가 맞을 것 같아 계속 도서관을 찾기로 했다,
이날도 일환은 버스를 타고 학교 앞에서 내려 도서관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이때 “안녕하세요,” 하는 인사소리가 들리고,
일환은 주위를 두리번 거려보았더니 어떤 여학생이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자신보고 하는 지 또 다를 사람을 보고 하는지 몰라 뒤를 돌아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일환은 그 여학생을 향해, 누구? - 하는데, 저 며칠 전 목도리요, 하는 것이었다.
얼굴은 기억되지 않지만 그렇다니 누군지는 알겠다,
며칠 전 도서관에서 의자에 앉아 책을 읽는데 이 여학생 목도리를 모르고 깔고 앉았던 것이었다,
바로 그 여학생이다.
일환은, 왜 오늘은 일찍 가는 거예요? 하고 물었다,
일찍 왔었어요, 저 , 몇 학년 선배신지 여쭤 봐도 되요?
나요? 군대 갔다가 3학년 복학하려고요, 그러는 학생은?
저는 이제 2학년 올라가요,
그래요?
선배님 말씀 낮추세요,
그럴까?
그럼 ,
그 학생은 목례를 하고 계단을 내려간다,
보통 키에 예쁘다면 예쁜 학생이었다,
그 후 로도 그 학생과는 도서관에서 몇 번을 만났다, 어느 때는 따뜻한 율무차를 내 앞에 놓고 갈 때도 있었다,
3월이 되고 일환은 3학년으로 편입이 되었다, 4월초 어느 날 학교 신문에 어느 여학생의 시 한편이 소개 되었다
제목은 파란안개였는데 제목에 끌려 읽어보니 퍽 잘 썼다,
그런데 사진 얼굴이 퍽 낯이 익다, 아니? 목도리 아냐?
그래도 아는 학생이 나와서 좀 반가웠다, 이름을 보니 오영은 이라 쓰여 있다,
아! 목도리 이름이 오영은 이었구나,
그로부터 일주일이나 되었나, 수업을 마치고 지하도를 지나, 정류장 쪽으로 가려는데 어떤 남녀가 실랑이를 하는 게 보였다. 남자는 가자 커니 여자는 안 가겠다 거니, 하루 동안 그런 장면이 어디 한두 번인가 신경을 안 쓰고 지나가려는데,
실랑이의 여자가 그 목도리였다, 남사랑 싸움에 끼어들기가 그래서 몇 발작 지나가다 아무래도 몇 번 본 사이이지만
불이익을 당하면 나설 요량으로 되 돌아와서 가만히 지켜보았다, 그 남자는 막무가내로 끌고 가려고 하고 목도리는
안 가려고 발버둥을 쳤다,
이봐, 그 손 놓지 못해?
일환이 큰 소리로 소리쳤다,
남자는 목도리 손을 잡은 채 일환을 째려본다,
목도리도 일환을 알아보고 고개를 숙인다,
한국사람 아냐? 그 손 놓으라고,
일환의 재차 통보에도 그 남자는 손을 놓지 않고 일환을 째려본다,
일환도 그 사람에게 안광을 발하며 미동도 않고 같이 쳐다봤다,
그러길 한참 그 사람은 일환의 시선을 피해, 당신이 상관할 일이 아냐,
왜 상관을 못해,
당신이 뭔데?
이 사람 애인이야,
애인? 정말 애인이야?
그렇대도, 그러니 그 손 놓아,
그제야 남자는 목도리의 손을 놓는다,
당신 잘 만났어, 그렇잖아도 한번 만나길 바랐는데,
당신 저쪽으로 나 좀 따라와 , 하며 철둑 쪽으로 걸어간다,
일환은 어쩔 수 없이 그 사람의 뒤를 쫒아 갈수 밖에 없었다, 괜히 남의 일에 나서서
봉변이나 안 당할지 걱정이었다,
그때 목도리는 일환의 손을 붙들고 사정한다,
선배님 따라가지 마세요, 저사람 태권도 사범 이예요, 빨리 돌아가세요,
그럴 수는 없어, 까짓 죽기야 하겠어?
일환은 목도리의 손을 뿌리치고 그 남자의 뒤를 따라갔다,
그 남자는 철길 둑에 올라서 다시 그 밑으로 내려간다, 그곳은 철길이 두 갈래로 갈라지고 그 사이에 서너 명이 앉아
밥을 먹을 정도의 좁은 공간이 있었다, 그 남자는 그 곳에 서서 나를 기다린다.
태권도 사범 이면 싸움에 일가견이 있을 것이고 같은 실력이라면 우선 장소 선점에 있다,
일본 소설 미야무도무사시를 보면 해를 등지고 높은 곳이야 말로 필승지라고 했었다,
또 20년 된 사자와 호랑이를 서로 싸움을 붙이면 장소에 따라 넓은 곳에선 사자가,
좁은 곳에선 호랑이가 이긴다는 말을 들었다,
나는 위에 그는 밑에 서있다, 나는 그의 눈을 주시하며 만반의 준비를 하는데 그가 나의 명치를 잠깐 바라본다,
그는 곧 오른쪽 정권으로 내 명치를 내지른다, 나는 피하지 않고 오른 발로 놈의 턱을 가격했다 팔보다 다리가 길으니,
놈이 턱이 내 발에 의해 순간 가격 당했다, 그러나 세게 맞지는 안했다,
놈은 홧김인지 오른발로 내 턱을 향해 옆차기를 시도했다 바닥이 고르지 않은 상태로 발차기는 무리였는데 한 대 맞고
분해서 앞뒤 안 가린 모양이었다, 나는 재빨리 왼손으로 놈의 오른 발을 잡고 순간적으로 내 오른발로 놈의 사타구니를
힘껏 찼다, 악, 하는 소리와 함께 놈은 바닥에 나동그라져서 사타구니를 움켜잡고 비명을 지른다,
나는 한발 두발 놈한테 다가갔다, 내가 밟으면 놈은 밟힐 것이고 차면 채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가만 쳐다만 보았다, 놈은 살려달라고 빌고 있었다, 한 가지만 약속해, 다시는 영은이 앞에 안 나타난다고,
예! 예! 무도인의 명예를 걸고 약속드립니다,
일환은 속으로 웃었다, 부랄 터진 주제에 무도인 은 얼어 죽을 무슨 무도인,
일환은 목도리를 데리고 철둑에서 내려왔다,
어디 가서 차 한 잔 할 테야?
예, 제가 대접할게요,
둘이는 커피숍에 들어갔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그 사람이 자꾸 사귀자고 쫒아 다녀서요,
응, 그래? 이젠 안하기로 약속 했으니 다음에 또 그러면 알려줘,
선배님 은 무슨 운동 하셨어요? 너무 멋 있으셨어요,
나? 군대에서 특공 무술 좀 했지.
특공 무술이 뭐예요?
한방에 적을 제압하는 살수야,
그렇군요! 아까 사범이 전국체전에서 은메달 딴 선수에요,
그런 사람이 힘 한번 못쓰고 케오 당했으니 특공무술 정말 대단해요,
전 선배님이 따라 나서기에 무술 고수 거나 전혀 못하는 분인 줄 알았어요,
선배님 정말 감사해요, 저 때문에 봉변당했으면 선배님 다시는 못 볼 텐데 , 그리고 제 이름 어떻게 아셨어요?
학교 신문에서 봤어, 시 잘 쓰던데,
잘 쓰긴요 , 다시 한 번 감사 드려요,
아냐, 그만 일어나지,
일환이 찻값을 계산하니 자신이 한다고 하다가 그럼 다른 날 밥을 사겠다고 한다.
어느 날 고등학교 때 친구 신 영철한테 전화가 왔다, 영철 이는 고교 때 같이 사진 배우던 친구였다,
오랜만이야, 학교 잘 다녀?
그래 너도 잘 다니지.
너 지금도 사진 찍어?
가끔 ,
우리 한번 같이 출사가볼까?
어디로 가는데,
내가 찍사 동호회에 가입했는데, 네 생각이 나서, 이번에 청송 주산지 가거든?
가려면 금요일 밤 10시에 청량리역 앞으로 와,
알았어, 꼭 갈게,
일환은 그동안 잠시 접었던 사진을 다시 해보고 싶었다,
지금은 디지털 카메라가 보편화되어서 일환도 바꿔야할 필요성을 느꼈다,
다음날 생각난 김에 시내에 가서 카메라부터 렌즈, 노출계, 반사판, 이런 장비를 모두 사왔다, 금요일이 기다려졌다,
영철 이는 j 대 사진학과에 갔다는데, 실력이 나보다 훨씬 낫겠지?
기다리던 금요일 저녁 10시 청량리 역 앞에서 출발한 버스는 밤새 달린다,
버스에서 잠을 자나보다 다른 아저씨들은 코를 골며 자고 있고, 영철 이와 나는 소곤소곤 속삭이며 그동안 밀린
이야기를 하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어느새 잠이 들었다,
새벽 5시쯤에 도착한 주산지는 벌써 온 사진사들도 많았다, 아직 동이 틀려면 많이 있어야하지만 연못 둑에는
삼각대를 받혀놓고 촬영준비에 바쁘다 영철 이와 나도 아저씨들 틈에 끼어 준비를 마쳤다,
먼동이 틀 무렵 안개가 자욱한 연못가운데 괴상한 나무가 흐릿하게 보이고 사방에서셔터소리 요란하게 정적을 가른다,
우리도 열심히 찍긴 찍어도 과연 잘나올지 안 나올지 모르고 무조건 눌러 댄다,
첫 숟갈에 배부를 수 없고 시행착오를 좀 겪어야 기술자가 되지 하는 심정으로 열심히 눌러댄다.
두어 시간 찍으니 이젠 날이 완전히 밝았고 철수를 시작한다, 새벽에 찍기 위해 밤새워 달려온 것이었다,
차비 3만원에 아침밥 까지 주는 가보았다 점심은 가다가 각자 사먹고
두세 시 되어서 서울에 도착 하였다,
나는 영철 이를 데리고 식당에 들어갔다, 밥을 먹으며 그동안 지내온 이야기들을 나눴다,
영철 이는 개인적으로 가면 비용이 훨씬 더 들어 여럿이서 가는 것이 비용절감도 되고 아저씨들한테 지도도 받고
여러모로 좋다고 계속 다니자고 했다 나도 역시 그러고 싶었다, 한 달에 두 번씩 다닌단다.
정기 출사 말고도 가고 싶은 곳 있으면 내차로 가면 되니까 미리 알려 달라고 부탁했다, 집에 와서 사진 찍은 것을 점검 해보니 거의 엉만 으로 헛고생만 했다, 다음에는 열철이 한 테 자문을 해서 좀 낳은 사진을 찍어야 할 텐데,
5월초 학교에서 친구들을 만나 저녁을 먹으러 경양식집에 갔다,
돈가스를 주문하고 친구들과 이야기 하는데 유니폼과 앞치마를 두르고 지나가는 아르바이트 여가 바로 목도리 엇다,
아는 체 안 하려다 어차피 알겠기에 어이 목도리, 하니 깜짝 놀라 쳐다본다, 선배님 오셨어요? 하고 달려와 인사한다, 그 사건 이후로 처음 만남이다,
여기서 아르바이트 해?
예.
목도리는 쑥스럽게 웃는다,
사타구니는 괜 찮구?
예, 그 후로는 괜찮아요,
옆에서 친구들이 눈을 휘둥그레 뜨며 이상하게 두 사람을 쳐다본다,
목도리는 다른 테이블에서 불러 그쪽으로 갔는데,
야, 일환아 처녀한테 사타구니 괜찮나 고, 공개적으로 물어보면 어떻게 해 둘이 있을 때나 물어보지,
일환은 웃으며 “그러네,”했다,
그게 아니고 저 애가 우리학교 2학년 후배야, 며칠 전 어느 깡패한테 시달림을 당하는데 내가 그놈 사타구니를 차서
터 쳐 놓았거든 그놈이 다시 안 건드리느냐, 그걸 물어 본거야,
이야기 도중에 식사가 나오고 맛있게 먹는데. 목도리가 왔다,
선배님 오늘식사 제가 대접할게요,
아냐, 여기 코 큰 놈이 낼 건데 왜 자네가 내, 그런 말 하지 마,
그러세요?, 난 선배님이 내시는 줄 알고, 그럼 나중에 대접해 드릴게요,
목도리가 돌아가니 그 친구가 내가 언제 산다고 그랬냐?, 네가 산다고 해 놓고선,
그래 알아, 알바 생 벗겨 먹을 일 있냐. 그래서 그랬던 거야,
야, 일환아 저애 괜찮다, 너 보는 눈이 심상치 않은데, 접수해버려,
이 자식은 개 눈에는 똥만 보인다더니, 하는 말이라곤,
그리고 나는 애인이 있어, 애인은 외국에서 죽을 둥 살 둥 공부하는데 내가 여기서 바람이나 피우면 되겠어?
그 애인이라는 여자 정말 있고서 있다고 하는 거야, 없으면서 설레발 만 치는 거야, 실체가 없잖아,
나중에 귀국하면 소개해 줄게,
식사가 끝나고 일어서는데, 식당에도 손님이 다 빠져나가고 별로 없다 그때 목도리도 일을 마쳤는지
유니폼에서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나온다,
일 끝난 거야?
예,
우리학교 후배라니 말 놓을게. 괜찮지?
예, 편한 대로하세요,
그래서 말인데 우리 다 호프 한 잔씩 어때? 내가 살게.
일환은 목도리를 보고, “괜찮겠어?” 물었다.
목도리는 전 괜찮아요,
그래서 일행 다섯 명은 호프집으로 갔다,
5백cc 한잔을 시켜놓고, 모두 건배를 외치며 쭉 들이키는데,
일환은 조금씩 홀짝이고 있었다,
일환이 너는 그게 뭐냐 숙녀 앞에서,
왜 숙녀 앞에서는 맥주를 마구 먹어야해?
여기 , 참 이름이 뭐야?
영은이 예요, 오영은,
그래, 여기 영은이 봐라 너보다 잘 마시지 않니?
아닌 게 아니라 영은 이는 벌써 절반을 쭉 마셨었다,
아까 코가 큰 철호 가 제안했다,
야 우리 재미있는 내기 한번 해볼래?
무슨 내기인데,
민수가 관심 있는지 끼어든다.
한 달 후에 모임 날짜를 정하고, 그날 올 때 애인 한명씩 데리고 오기, 만일 못 데리고 오는 사람이 비용을 다 내기, 어떠냐?
모두 좋다고 찬성을 한다,
야, 일환이 너는 반대야?
아니, 내가 와서 다 살게,
그게 무슨 말이야?
나는 애인이 미국에 있는데 어떻게 모임 있다고 나오라고 하겠어?
모두 배꼽을 잡고 웃는다, 일환은 하나도 안 우스운데도,
야, 이 생원아 임시변통 이란 게 있잖아,
여기 영은 이를 임시로 데리고 오던지, 안 그래 영은씨?
영은 이는 가만히 웃기만 한다.
그럼 모두 찬성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다시한잔 건배한다,
술자리가 파하고 일환은 영은 이를 버스 타는 곳까지 데려다주며, 아까일 신경 쓰지 마,
하고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