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부라보--31
11월 들어 날씨가 제법 춥다 중순이 넘으니 눈이 왔다 연병장에 눈을 치우는데 일환은 열외 할 수도 있었지만
솔선하여 리어커 에 눈을 실고 달리고 있었다,
그때 연락병이 일환을 찾는다, 김 일환 상병면회 왔다는 것이다,
드디어 정숙누나가 온 모양이다,
역시 정숙 누나는 코트를 입고 활짝 웃고 있었다, 달려가서 꼭 껴안았다, 정말 왔어?
그럼 장부 일언만 중천금 인줄 알아? 여자일언은 중 이천 금 이야,
우리 나가지,
나 안 기다렸어?
왜 안 기다려, 오매불망에 학수고대 했지,
기분 좋은데,
누나 나 좋아하는 것 가져왔어?
가져 왔지, 하면서, 정숙은 마구 웃는다,
누나 어디를 먼저 갈까?
일환이 마음대로 해,
배 안고파?
다른 게 더 고파.
둘은 또 웃었다,
둘은 모텔로 들어갔다 견우와 직녀가 만났을 때 이랬을까,
폭풍이 몰아치듯 해일이 일듯 두 사람의 격렬한 몸싸움은 그칠 줄 모른다,
정숙의 신음은 괴성에 가깝고 몸부림은 천정까지 흔들린다,
한 시간 이 지나고 30분이 흘렀다 두 사람은 물먹음 솜처럼 온몸이 젖어 이젠 물이 뚝뚝 흐른다.
나 숨 넘어갈 것 같아 그만 끝내줘,
알았어,
두 사람은 한 마리의 여왕벌과 수벌이 되어 하늘높이 올라가고, 올라가고 있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정숙이 말했다.
자기와 나는 만일 결혼해 살면 안 되겠어,
왜 안 되는데?
이러다 둘 중 하나가 죽을 것 같애,
이러다 죽는 사람도 있을까?
계속 그러면 말라 죽을 수도 있지,
그 남자도 나 같으면 어떡해?
절대 그렇지 않아,
해 봤어?
그럼 결혼 약속 했는데 아직도 안 했을까봐?
어땠는데?
일환이 반 에 반,
그게 무슨 뜻이야.
모든 게 그렇단 말이야 그냥만 알고 더 묻지 마,
오는데 불편했지?
빨리 보고 싶어 하나도 안 지루 했어, 그보다 지난번 왜 그리 많이 보냈어?
뭘 많아, 잘 보관 해뒀지?
그럼 저금해 놓았어, 자기 엄마 성씨가 송 씨야?
응, 어떻게 알아?
통장에 찍혔잖아, 엄마가 보내신 거야?
그렇지, 나 보는데서 송금했어,
누구냐고 왜 송금 하냐고 안 물으셨어?
우리 엄마는 나를 믿으니 그런 것 안 물으셔,
둘은 중국집에서 음식을 시켜다 먹고 ,다시 서로를 탐닉했다,
정숙 누나가 면회 다녀간 지도 한 달이 넘었다, 이곳은 벌써 한겨울이다 옷도 겨울옷으로 바뀐 지 오래되었고
눈도 여러 번 왔다. 눈 오는 날이면 눈 치우기가 몹시 힘들다 웬 눈은 이렇게 많이 와서 우리를 골탕 먹이는지,
하나님한테 한번 따져보았으면 좋겠다.
일환이 군대 온지도 어언 일 년이 되어간다,
오늘도 리어카를 운전하며 열심히 눈을 치우는 중이다,
그때부대정문으로 헌병차량이 헤드라이트를 켜고 들어왔다, 일환은 언 듯 한번 쳐다보고는 계속 하던 일을 했다,
차는 본부 중대 쪽 으로 가 멈추었다, 잠시 헌병이막사안으로 들어갔다 소대장 한명을 데리고 우리가 눈 치우는 곳으로 왔다. 소대장은 김 일환 상병을 부른다,
처음에는 다른 누구를 부르는 줄 알았는데 옆 동료가 날 부른다고 손짓한다,
얼떨결에 대답을 하였다,
헌병들은 나를 확인하고는 다짜고짜 포승줄을 꺼내 포박하려고 했다,
이거 왜 이러십니까?
내가 거칠게 항의하자 한 헌병이 권총을 뽑아 나한테 겨눈다, 나는 사색이 되었다,
이것이 꿈이길 간절히 바랬다, 그러나 엄연한 현실이다,
나는 기가 죽어 겉옷이라도 입게 해달라고 말했다, 작업을 위해 겉옷은 연병장 가에 걸어두었었다,
소대장님이 다른 병사한테 명령해 내 겉옷을 가져오게 해 입고 순순히 포승줄에 묶여 끌려가게 되었다.
끌려가면서 뒤를 돌아다보니 우리 소대원들은 한 결 같이 걱정하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죽 둘러보며 무언의 눈인사를 건넸다.
헌병 지프차에 태워 어디론가 가는데 적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내가 군대 와서 잘 못한 게 뭐가 있을까?
축구하다 상대방 발을 부러뜨린 것이 상부에 보고되었나, 아니면 현서 가 원한을 가지고 고발이라도 했나,
그런데 그건 아닌 것 같았다 그런 현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무슨 오해가 있어 이러나, 벼리별생각을 다 했지만 이유는 모르겠다.
일환은 현병에게 물어보았다,
저 제가 무슨 죄를 지었으며 어디로 끌려가는 겁니까?
그러자 앞에 앉은 선임헌병이, “입 닫고 있어 가보면 알아, 한마디만 더 물어보면 아구통 날아갈 줄 알아,”
일환은 그 뒤로 아무 말도 못하고 잠자코 있었다, 차타고 가는 내내 불안해 손에 땀까지 난다.
이대로 감방에 갇히게 될까. 재판도 없이 총살되는 것은 아닐까, 일환은 그동안 군대 생활했던 일 년을 반추해보았다,
짧지만 재미있었던 생활 이었는데,
한참을 달리던 차는 사단본부로 들어간다,
일환은 이제 가슴이 쿵닥쿵닥 뛴다, 사단 에 감방이 있다더니 이 추운데 감방생활 하면 어쩌나, 그런 생각을 할 때
내려,
하는 말이 들리고, 일환은 차에서 내렸다,
끌고 올라가,
선임의 명령에 따라 둘이 양쪽에서 나를 호송하고 어는 건물로 들어갔다, 갑자기 따뜻한 것이 감방은 아닌 것 같았다.
나는 땅을 바라보고 있는데 , “충성” 체포해 왔습니다, 하는 거였다,
그래 수고했다 나가 보도록,
넷,
나 혼자 두고 헌병들은 돌아갔다, 앞에 있던 분은 서서히 나 쪽으로 돌아서는데, 그분은 어깨에 별이 둘 달린 소장,
우리부대 사단장님이 엇다,
사단장님은 날 보시더니 빙그레 웃으시며 다가와 내 포승을 풀어주시는 거였다,
나는 그때서야 “충성” 하고 거수경례를 했다, “쉬어”, 놀랐지?
이목이 있어서 별수 없었다, 여기서 며칠 푹 쉬어라, 하시며 밖으로 나가셨다,
이게 도대체 뭐란 말인가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그러나 마음이 놓인 것은 감방은 안 갈 거란 확신은 들었다,
이곳에서 며칠 푹 쉬다 귀대하라고 그러는가보다, 난 차라리 우리 부대 가서 눈 치우는 것이 백배 좋은데,
일환은 혼자 사단장 소파에 앉아 쉬다가 심심해서 사단장 책상에 있는 신문을 가져다보았다
한 시간쯤 있으니 사단장 당번병이 들어와 탁자에 밥을 차려놓고 먹으라 한다, 그 당번병도 나처럼 상병인데,
그 병사는 나한테 존대를 하였다,
“식사 하십시오”, “나 혼자요”,? 네,
나는 밥을 먹기 위해 의자에 걸터앉았다, 반찬이 우리 집같이 많았다, 밥에 소고기 국에, 불
일환은 밥 한 그릇을 다 비웠다, 고기에, 생선구이, 콩 자반, 장조림, 김치 , 된장, 사단장님은 평소에 이렇게 잘 드시나보다.
조금 있으니 다시 그릇을 걷어가고 커피를 가져왔다, 일환은 웃음이 나왔다 군대 와서 이런 호강을 다 받아보고,
그러나 심심 해 미칠 지경이다, 신문은 한자도 안 빼고 다 읽었는데 더 읽을 것도 없었다,
일환은 문을 두드려 당번병을 불렀다, 당번병이 와서 뭐가 필요하냐고 묻기에 뭐 읽을 만한 책 없겠냐고 물었더니
없다고 한다, 그럼 여기 PX 는 어디냐 물으니 필요한 것 사다 주겠다고 했다,
일환은 주머니에서 만원을 주며 과자 만원어치 사다 달라고 부탁했다,
잠시 후 큰 봉투에 두 개를 담아가지고 왔다, 엄청난 양이었다, 일환은 몇 개를 집어 그 상병에게 주었다,
그러면서 같은 상병이니 터놓고 지내자고 말을 건넸다.
새우깡, 맛동산, 감자깡 , 봉투를 열어 조금씩 먹다보니 세 봉지가 금세 바닥이다,
입이 깔깔해 밥 먹기가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지루해도 시간은 가서, 저녁 식사가 나오고, 이제 잠을 자야하는데 어디서 자나 망설이는데 당번이 모포 두 장을 주면서
사단장실 옆방에 침대가 있다고 일러준다,
사단장 침상에서 잠을 푹 자고 아침 기상나팔소리에 깜짝 놀라 일어나니, 아참! 아니지, 하고 또 누웠다,
아침에 일어나 모포를 개고 화장실에서 세수를 하니 조반이 나온다,
밥을 먹고 물로 대충 양치를 하고 오늘은 칫솔을 꼭 사야겠다, 생각하는데, 당번병이 외출준비를 하라고 일러준다,
어디 가냐고 물으니 지기는 모른단다,
조금 있으니, 하사 계급장을 단 병사가 나를 데리고 지프차에 올랐다,
뒤 좌석에 앉아 있는데 차는 싱싱 달려 동두천으로 향했다,
도착한곳은 국군 동두천 병원, 하사의 안내로 가슴을 까고 x레이 사진을 찍고 한 시간 쯤 기다리니, 군의관 실에서 부른다,
군의관은 전에 결핵 앓은 적 있냐고 묻는다,
일환은 기억을 더듬었지만 결핵 앓은 적은 없는 것 같았다,
군의관님 저 중학교 다닐 때 각혈은 몇 번 했습니다,
그래 그게 바로 결핵이야,
알았어, 돌아가 봐,
밖에 나오니 아까 태우고 온 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 차를 타고 다시 사단으로 돌아왔다,
당번병이 식사를 가져왔다, 그 상병 이름을 보고 일환은 웃었다, 이름이 나 충성 이었다,
지금 까지는 이름은 안 보았지만 지금 보니 나 충성 이다,
이봐! 나 상병,
왜?
이곳에서 우리부대로 전화 할 수 있어?
있지 직통으로 할 수 있어,
한번 해 줄 태야?
누굴 바꾸라고,
2중대 2소대 선임하사님,
옆방으로 간 나 상병은 나왔다며 나를 부른다,
선임 하사님 저 김 일환 상병입니다,
그래 별일 없는가?
아무래도 복귀는 힘들 것 같습니다, 그래서 부탁드릴게 있어서,
그래 말해봐,
제 관물함 에 약간의 돈이 있습니다, 그것하고, 부대 앞 가겟집에 맡겨 놓은 돈이 백 몇 십만 원 될 겁니다.
그것으로 우리 내무반 회식할 때 사용하라고요, 그 말씀 드리려고 전화 했습니다,
그래 고맙고, 몸은 괜찮나?
괜찮습니다, 이젠 전화 못 드릴 것 같습니다, 들어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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