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부라보--23
현서가 집에 가니 현서엄마 남 교수는 현서 눈치를 살핀다.
현서가 기분이 좀 좋아진 것도 같다.
잘 놀다 왔어?
응,
어딜 갔는데?
산정호수 드라이브,
밥은 먹었어?
응,
현서는 엄마 물음에 단 답 만 하고 있다,
남 교수는 알고 있었다, 현서가 뭔가를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무슨 말을 할 것 같은데, 말 해봐.
현서는 엄마를 한동안 응시 하더니,
엄마, 나 일환 오빠랑 여행 다녀오면 안 돼?
남 교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아직 고등하교 졸업도 안한 딸아이가, 그 대상이 일환이 일지라도, 어렸을 적부터 이마사돈은 했을지라도,
같이 여행을 간 다는 말에 충격을 먹었다,
그러나 딸아이의 심정을 알고 있어 무턱대고 반대만 할 수 없고 그렇다고 딸 가진 어느 무모가 선 듯 허락할 것인가?
남 교수고 참 막막했다,
일환이가 그러 재?
아냐 오빠는 절대 그런 말 할 사람이 아냐,
그럼 네 뜻이야?
응, 왜 그런 생각을 했어?
오빠를 사랑 하니까, 그리고 군대 간다니까 불상해, 내 사랑을 다 주고 싶어,
현서야 사랑은 정신적인거지 육체관계가 아냐, 그리고 너는 아직 어려, 또 여자가 너무 저자세로 나오면
남자한테 약점만 잡혀, 엄마는 네가 그러는 거 못마땅해 그래서 찬성 할 수 없어,
네가 고집피고 간다면 엄마 마음이 아플 것 같아.
남 교수는 그렇게 말은 했지만 딸 현서가 고집이 워낙 세서, 들을 것 같지가 않아 불안했다.
현서 엄마는 일환엄마 송 여사한테 전화를 했다,
일환이가 갑자기 군대 간대서 나도 서운한데 얼마나 서운하냐며 인사를 나눈 후에,
우리현서가 얼마나 서운해 하는지, 글쎄 조금 전에 일환 이를 만나고 와서는 둘이 여행을 가겠다며 허락을 해달라고 조르는 거야, 이 일을 어떻게 하면 좋겠어, 송 여사 생각은 어때?
우리 현서가 많이 서운해할거야, 나로서는 뭐라고 말하기가 그러네, 잘 타일러봐,
장 교수는 송 여사가 정말 밉다, 전화한 의도는 일환 이를 잘 타일러 그 선에서 제동을 걸어주었으면 해서 말하자면
응원을 부탁하려고 했는데, 강 건너 불구경 하겠다는 것이야 뭐야 아들 가진 유세를 그렇게 해?
전화를 끊고 일환엄마 송 여사는 미소를 지었다,
이런 경우를 “불감청 이 어정 고소원” 아라 말해야 되나,
현서를 며느리로 진작 점찍어놓고, 기다리기 20여년, 예쁘고, 착하고, 공부 잘 하고, 머리 좋고,
속내 다 알고, 집안 좋은 현서야말로 일환의 짝으로 안성맞춤 이다.
그런데 다 된 밥에 코 빠뜨린다고 세상이 하도 험하니 집에다 들여앉힐 때 까진 맘을 못 놓는 게 현실이다.
백번 말로 약속 하는 것 보다 일환이가 같이 여행이라도 가준다면 더 확실한 것이 아닌가,
아니한 말로 욕먹을 말이지만 아이라도 들어선다면 내가 최고로 키울 자신이 있고 현서는 학업 계속하게 하면 되고,
예쁜 현서가 생각까지 예쁘게 하네,
딸 가진 부모와 아들 가진 부모의 생각이 이렇듯 상반된다.
저녁에 일환이가 들어왔는데 송 여사는 일환이 눈치를 보며
현서 만났어?
만났어,
입대 전에 어디 좋은 곳에 한번 다녀오지 그래?
좋은 곳 어디?
경주나, 남해도 좋고, 주도도 괜찮 갰잖아?
혼자 무슨 재미로 여행 다녀,
혼자 가기 싫으면 현서랑 같이 가던가,
현서 데리고 어딜 가라고? 현서가 엄마 딸이래도 그렇게 말하겠어?
내가 뭐 잘못 말했니?
현서는 너와 여렸을 적부터 양가 부모 허락 하에 장래를 약속한 사이인데
둘이 같이 가서 설사 무슨 일이 있더라도 그게 뭐 어때서 그러냐?
엄마의 말이 경우를 어기기라도 했단 말이냐?
현서는 아직 고등학교도 졸업안한 어린애잖아,
다음 달이면 졸업하고 나이도 스무 살이야, 그만하면 약간 일러도 결혼할 나이가 거의 안 되었어?,
암튼 그럴 수는 없어,
일환은 자기 방으로 올라갔다,
다음날 현서가 왔다
오빠 나 안암 대 합격하였어,
아주 잘했다, 축하 한다 현서야!
축하선물 뭐해줄까?
꼭 해줄 거야 ?
그럼, 말만해.
그럼 나하고 놀러가 줘.
그래, 언제 어디로 갈까?,
먼 곳도 괜찮아?
그럼 어디 가고 싶은데?
제주도,
그건 곤란해,
왜 곤란해? 방금 간다고 약속했으면서,
하루에 갔다 올수 있는 곳을 말해. 괜히 어른들 거정하셔,
오빠만 허락하면 우리 집은 문제없어.
과연 그럴까?
그럼 엄마보고 , 나한테 직접 전화하시라고 말씀드려, 그러면 참고할게,
뭐가 그리 절차가 복잡해?
그러니까 절차 생략하고 당일코스 두 번 가자 응? 현서야 대답해,
오빠는 못 말리는 샌님이야,
그래 그러니까 오빠 말 따라 알았지?
현서야 내려와 점심먹자,
네 어머니, 오빠 내려가,
응,
어머니 오빠가 저를 싫어하나 봐요,
그럴 리가 있나, 내가 보기엔 현서를 너무 너무 좋아하는데, 입대가 며칠 안 남았으니 그 안에 재미있는 추억도 만들고
그래,
네, 어머니 그렇잖아도 여행 가기로 했어요,
잘했네, 어디로 가기로 했어?
오빠에게 일임 했어요 어머니,
엄마는 일환을 보며 어디로 정했니?
멀리 가려고,
그래?
이번에 엄마차를 타고 가렴,
현서 엄마 남 교수는 종일 일이 손에 안 잡힌다, 어떻게 키운 딸인데 제멋대로 세상을 보낸다니 기막히다,
저녁때 현서가 돌아왔기에 ,
가기로 했니?
응, 했어,
어디로 가는데?
멀리 갈 거야,
일환이 나쁜 놈 착한 줄 알았더니 다른 놈이랑 다를 게 없어 정말 실망이야,
왜 오빠한테 욕하고 난리야?
안 듣는데 그만한 욕도 못하니? 너는 결혼도 안했으면서 엄마 앞에서 그놈 편드니?
잘못도 없는 오빠를 욕하니까 그러지.
그럼 남의 딸 데리고 멀리 여행 간다는 놈을 욕 안 하면 누굴 욕해?
멀리 어디 가는데?
그걸 왜 나한테 물어?
제주도 가가고 했더니 절대 안간데 대신 당일치기 두 번 가재, 그래도 엄마한테, 욕을 얻어먹어야해?
어머! 그러니?, 역시 일환 이는 나의 기대를 무너트리지 않는구나, 나 아까 욕한 것 취소다.
현서 엄마의 얼굴이 활짝 밝아졌다,
다음날 일환과 현서는 일환엄마 송 여사가 내준 차를 타고 신나게 영동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막상 갈려고 해도 어디로 가야할지 잘 모르겠어서 강릉 경포대나 가서 바다 구경이나 하려고 했다,
경포대 송림 옆에 차를 주차해놓고 둘은 넓은 망망대해를 바라본다,
현서야 우리 백사장 걸을까?
응, 걸어.
멀리서 밀려왔다가 백사장에 부딪혀 흰 포말을 쏟아 부으며 다음번에는 더 세게 공격하기위해 파도는 다시 오고 또 다시 온다. 걷다가 일환은 현서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현서는 그러는 일환을 가만히 쳐다보며 빙그레 웃는다,
잡은 손을 장난스럽게 크게 위에서 아래로 흔들며 둘은 걸었다.
오빠 물이 너무 파랗지?
응, 파래, 아마 동해가 제일 파란 것 같아, 언젠가 서해에서 배를 타고 먼 섬을 갔었는데,
처음 육지 가까운 곳은 물이 혼탁했는데 육지에서 멀어질수록 물이 맑아지는 거야. 그에 비하면 동해는 육지 가까이도 맑아, 바다가 깊어서 그러는지,
오빠, 조삼모사란 말 알지?
응, 훈련받던 원숭이가 주인이 하루에 땅콩 일곱 알 을 준다하니, “에게, 그것 너무 적어요,” 하며 골이 났는데, 주인이 “그럼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또 네 개 줄게 ” 되었냐?
하니 좋다고 하였다는 고사 아냐, 그런데 왜 그 이야기?
이번 경우가 꼭 같지는 않지만 비슷해서,
뭐가 비슷해?
처음 내가 1박 하는 곳으로 가자했잖아, 그런데 오빠가 두 번 가자고 해서 잠깐 그 생각을 했던 거였어,
그럼 원숭이처럼 좋았단 말이야?
아무렇게나 생각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걷는데 갑자기 모래가 회오리를 일으키며 둘 쪽으로 밀려온다,
현서가 어머 어쩌지? 하며 소리치는데 어느새 일환은 두꺼운 외투의 지퍼를 내려 그 속에 현서를 품어 안는 것이었다.
현서는 갑자기 일환의 가슴에 안기어 너무 좋았다 일환의 가슴에 볼을 대고 일환의 체취를
느껴보려고 코를 벌름거리며 숨을 크게 들이켜도 보았다. 10초나 되었을까? 짧은 순간이 지났을 뿐인데 ,
“이제 지나갔어,” 하는 오빠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현서는 떨어지고 싶지 않다 이렇게 오래 동안 있었으면 좋겠다.
“다 갔대도,” 하는 두 번째 말을 듣고는 고개를 들어 오빠를 쳐다봤다, 부리부리한 눈 잘 생긴 코, 선이 뚜렷한 입, 그사이로 가지런한 이빨이 바로 눈앞에 있다, 발돋움하여 키스를 해 버릴까 하는 충동도 들었지만, “다 갔어?” 하고는 천천히 한발 물러났다.
현서는 참 아쉬웠다 이왕 불으려면 십분이라도 불잔 구서, 고작 10초가 뭐람,
현서야?
응, 오빠,
앞으로 현서 앞에 어려운 일, 힘든 일 이 닥칠 때면 오빠가 지금처럼 막아줄게?
정말?
응,
아! 이 기쁨, 이 행복, 가슴 저 밑으로 부터 찡 하고 전율이 흐른다.
고마워 오빠,
일환과 현서는 백사장에서 지금은 철이지나 한가로이 노는 말도 타 보았다,
마부가 고삐를 잡고 올라앉아 있기만 하면 되었는데 그것도 무서웠다,
다음은 선교장에서 전통 가옥의 멋스러움도 느껴보고 , 초당두부가 유명하다 길래 그곳으로 가서 점심도 먹었다,
그리고 죽서루를 돌아보고 귀가 길에 올랐다 ,
현서는 관광지 돌아보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다, 일환과 같이 많은 시간을 함께하면 어느 곳 이라도 좋다.
벌써 하루해가 기울고 있다 봄날 같았으면 해가 닷 발은 더 남았을 테지만 짧은 해가 원망스러웠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일환과 현서는 노래를 부르며 신나게 돌아왔다 그러나 현서는 겉으로만 즐거워했고 속 저 밑바닥엔
쓰렸다 일환과의 이별이 얼마 안 남았기 때문이다.
날짜를 받아놓으면 세월이 어찌나 빠른지 전광석화처럼 가버린다.
아침을 먹고 이제 입대를 하기위해 출발해야 한다,
아빠는 가지 않고 엄마와 현서가 김 기사님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가기로 했다,
나는 밥을 한 그릇 후딱 해치웠지만 다른 분들은 밥알을 세는지 영 신통치 않다,
아빠가 잘 다녀오라고 힘찬 포옹을 하셨고 나는 집안을 한 바퀴 돌아보고 나왔다,
차는 한시간전에 집결지인 강원도 철원에 도착하였다 많은 청년들이 머리를 짧게 깎고 모여 있었다, 무슨 이야기를 해도
서로 서먹하여 우리는 사람들 구경만 하였다,
이윽고 “장정들 모여” 하는 장교 의 명령이 떨어지고 입대 장정들은 연병장에 모였다 아직 군인이 아닌데도 군기가 든 것처럼 빨리 움직였다,
장정들 뒤로 자기 아들이 친구가 애인이 어디 있는지 찾기 바쁘고 교관은 연단위에서 “장정들 뒤로 돌아” 를 외치니 일제히 뒤로 돌아 가족들을 바라보게 되었다,
다 같이 부모님께 배웅 오신 분들께 경례!
장정들은 허리 숙여 인사를 했다
뒤로 돌아,
교관은 모든 사람들한테 말을 한다,
이별은 빠를수록 좋은 겁니다.
장정들 줄줄이 앞으로 가,
이것으로 사화와의 격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