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글이라고/문학의 언저리(수필)

기억력

hobakking 2019. 4. 15. 10:38

기억력

나이가 들어가매 기억력이 쇠퇴해 진다.

기억력이 계속 안 좋아질 때 남들은 치매의 전조가 아닐까 걱정도 한다지만 나는 아직은 아니다.

나는 기억력이 매우 좋은 편이다.

그것은 어렸을 때부터 그런 것 같다.

내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천자문을 다 떼었고 한 중간인 호봉팔현(戶封八縣)까지는 달달 외웠다.

그러니 집안에서는 신동이 나왔다고 수군거렸고 부모님은 뿌듯하셨을 것 같았다.

그러나 놀라운 사실은 천자문에 있는 한자가 천자문 밖으로 나왔을 때는 초면인 듯 생소했다.

남들은 눈치 못 채었겠지만 천자문에 있는 그림을 보고 건성으로 외운 것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외우려고 외운 것도 아닌 그냥 라디오에서 들었던 혁명공약,

반공을 국시의 제일로 삼고 지금까지 형식적이고 구호에만 그친 반공 태세를 재정비 강화한다  ....

하는 혁명공약을 지금까지 달달 외우는가 하면 태정태세 문단세 로 시작하는 조선 27대 국왕의 순번이며,

동요가사, 6.25때 우리를 도운16개국 이름, 국민교육헌장,

성경66목록 등 외운 것은 한개도 안 잊어먹고 다 외운다.

심지어는 누구와 어디를 걷든지 차를 타고 갈 때 했던 말도 장소까지 안 잊어먹고 기억한다.

초등학교 교가, 중학교 교가를 외워 부르는 사람은 흔하지 않지만 난 다 외워 부른다.

친한 친구들은 그러는 나를 부러워하는 사람도 있고 쓸데없는 것을 외우고 있다고 핀잔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내가 두 손 두발 다 들게 한 친구를 보았는데,

그 친구는 초등학교 동창으로 동창회 모임에서 예전 1.2학년 때 반 친구들 이름을 

 1번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줄줄이 외우는 것을  보았다. 50년이 넘었는데,

그것뿐 아니다, 어느 친구를 지목해 어느 때 무슨 일로 선생님한테 꾸중 들었던 일까지

정확하게 기억해 내는 것을 보고 감탄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기억력과 공부 잘하는 것과의 상관관계가 있는 것일까?

그것을 모르겠다.

앞서 말했던 그 친구는 초등학교 때도 반에서 늘 1등만 하여 수재라 했었고

나중 커서도 문학박사가 되어 대학 강단에 서기도 하였다.

그런 반면 나는 공부를 너무 못했다.

늘 끝 쪽 후미그룹을 맴돌았던 것이다.

그러나 내가 공부를 못했을 뿐 머리가 나쁘다고 생각은 안 해보았다.

단지 노력을 안 기울였던 것뿐이라 스스로 위안을 삼고 지내고 있다.

4자 성어를 600개나 외우고,

평생노력해도 안 되는 사람은 1단도 못 따는 바둑을 난 혼자 깨우쳐 인터넷 8단까지 올랐으면

머리가 그다지 나쁘지 않은 것이 아닌가?

조금은 인정해 줄만 하지 않은가?

이렇게 생각하며 위안을 삼고 있다.

기억력이 안 좋은 사람,

기억력이 그저 그런 사람,

기억력이 매우 좋은 사람,

어떤 유형이 좋을까?

좋고 싶다고 좋아지고 안 좋고 싶다고 안 좋을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안 좋은 것 보다는 좋은 것이 쬐끔 낫지 않을 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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