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밖까지 나온 송 여사는 정애를 껴안고, 환영한다, 우리, 애기하며 어깨를 토닥인다.
정애는 오늘로서 신분상승이다. 영국 다이애나가 평민에서 일약 세자빈이 되어 신분수직상승 한 것에 비하면 좀 그렇지만,
가난한 집 평범한 가정에서, 준재벌집 외며느리 감으로 간택되어, 장차 회장 부인의 자리까지 보장되었으니 분명한 신분 상승이다.
정애는 잘 꾸며진 자기 방을 보고 참 흐뭇하였다,
제일 좋은 것은 화장실이다, 시골에서 제일 나쁜 점이 밤에 혹 설사라도 나서 화장실을 가려면 자는 엄마를 깨워서 앞세워 가야만 했다
춥기는 또 얼마나 추운가? 대변보느라 엉덩이를 까고 한참 앉아 있으면 엉덩이에 감각도 없었다, 냄새는 또 오죽한가,
그래서 선생님은 용변 때문에 밤에 산악 마라톤까지 한다 했잖은가, 지금 이사 간 정애네 화장실은 그래도 이사 가면서 뚜껑을 하고
좌변기를 사다 설치하고 굴뚝을 세워 환풍기를 달아 공기를 빼내니 냄새는 그래도 잡았었다, 그것도 일환이 돈을 내어 공사를 한 것 이지만,
송 여사는 일환과 정애를 불러,
학원은 10월 1일부터 다니기로 했고, 가정교사는 내가 서울대 아는 교수한테 직접 연락해서 한 여학생을 추천 받았다,
어제 면접까지 보았는데 꽤, 똑똑하더라.
무슨 과 학생인데?
법과 1학년 이래 고향은 대전이고 형편이 좀 어려워 아르바이트를 했었단다.
잘되었네, 잠은 어디서 자고?
작은 누나 방 옆에 작은방 있지 그 방에서 생활하랬어,
일요일 날 정에 가르칠 서울대 학생이 왔다, 가방도 달랑 정애처럼 하나들고,
그런데 키도 작고 생긴 것도 못생겼다, 저런 학생이 어떻게 서울대를 들어갔는지, 일환은 웃었다. 정애와 인사를 나누고,
언니, 잘 부탁해요.
열심히 해보자고,
정애보다 두 살 위다. 그래서 언니라 부르기로 한 모양이다.
오늘은 짐 정리하고 월요일부터 조금씩 해봐,
송 여사의 말씀에 예, 잘 부탁드립니다.
만일 우리, 애기가 원하는 대학에 붙으면, 내가 보너스를, 두둑이 줄 테니까, 열심히 해봐.
예, 열심히 하겠습니다.
아가, 너는 옷 몇 가지 사러 갈까?
예, 어머니,
나는 집에 있을게,
다음날 일환은 점심을 먹고 늘 그랬던 것처럼 송 여사가 운저하고 일환이 타는데, 정애가 따라 간다고 나선다,
정애가 앞에 타고 일환이 뒤에 탔다.
엄마?
왜?
나없다고 정애 구박 하지 마?
구박 좀 헐란다, 너 없을 때,
보기도 아까운 애기를 구박 하다니,
송 여사는 정애의 어깨를 토닥토닥 거린다.
정애가 나와서 손을 흔들며 배웅하는데 같이 손 흔들며 일환은 고속버스에 탔다.
정애는 집으로 돌아와 가정교사 언니 방에 갔다, 언니 내 이름은 신 정애 예요,
응, 내 이름은 문 영미 야, 우리 잘 해봐,
그래요 언니,
나 궁금한 것 있으면 못 참는 성격이거든? 뭐 좀 물어봐도 돼?
정애는 이 댁하고 무슨 사이야? 아까 보니 이 댁은 김 씨 던데 성도 틀리고 또 사모님한테 어머니라고 하니 도대체가 모르겠어.
말하면 복잡한데, 아까 가신 잘생긴 분 있죠? 그분이 우리학교 국어 선생님 이예요,
그래?
선생님 하숙을 우리 옆집에 얻어드려서 아침저녁 같이 다니다 연애를 했어요.
뭐? 연애를,
아직 플라토닉한 관계에요, 어머님께 인사를 왔고, 어머니는 나한테 결혼 조건으로 일류대를 요구 하셨어요,
그래서 학교를 중퇴하고 어제 올라온 거예요,
나는 이것을 며느리 시험으로 부르기로 했어요,
며느리 시험이라. 그 며느리 시험에 나도 적극 도울게,
고마워요 언니, 합격하면 가만 안 둘 게요 호호!
사연이 참 드라마틱해 정애 씨는 너무 미인이라 선생님 눈에 띄었구나, 선생님도 너무 잘 생기셨는데, 몇 살이셔?
나랑 일곱 살 차이에요
그럼 대학 들어가자마자 결혼 하는 거야?
아마도요,
그때 노크 소리가 들리고,
아가씨, 식사 하세요, 학생도 밥 먹게 나오고,
예,
일환은 시골로 내려왔다. 정애 엄마가 일환을 맞는다,
허전하시죠?
안 하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그런데 정애가 그곳을 좋아하고, 이곳은 김 선생이 있어 다행이야, 정애 고것 좋아하는 것 봤지?
아직 어려서 그러니 이해하세요,
정애가 너무 철이 없지?
귀엽잖아요, 저는 여 동생이 없어, 좋아요.
며칠 후에 정애 엄마가 이상한 말을 한다,
참 이상해.
뭐가요?
심증은 있는데, 물중은 없단 말이야,
어머니 형사 드라마 많이 보신 것 아네요? 형사 같은 말씀을 하시게요.
김 선생 내 말 좀 들어봐, 이 집하고 땅 산 사람, 서울사람이래,
예, 저도 들었어요,
그런데, 부동산 여주인이 친목계원이라, 잘 아는데, 그 주인이란사람이 젊은 사람이래,
뭐 그럴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더 이상한 것은, 이것해라 저것해라 지시하는 것이 옆에서 보고 하는 것 같다는구먼,
그래요?
그런데 더 이상한 것은 , 우연인지 몰라도, 날짜를 물어보니, 김 선생이 밭을 둘러본 날 전화가 왔다는 거야,
제가언제요,
이틀 전 내가 보았는걸, 이쯤해서 이실직고 하는 것이 어때?
일환은 파안대소했다,
못 당하겠어요, 자수합니다.
나중에 유실수를 심어서, 어머니 손자들 과일 따먹게 하려고, 그만,
정애 고것도 알고 있지?
예, 정애가 수종도 골라 놨어요,
어쩐지, 저쪽 헌집을 헐라고 하도 강력하게 말 하는 거야, 다시 돌아갈 퇴로를 차단하는 일인데, 한사코 밀어 붙이는 거야,
이상하다 했지,두 집 사이에 저희 결혼할 때 집을 지어 드릴게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그렇게 받기만 하면 어째, 면목이 안 서는구먼,
그리 생각하지 마세요, 사위도 자식이라잖아요, 그리고 인도 사람들은 아무리 상대가 잘해도 고맙다고 안 한데요,
왜?
그 잘 한사람이 전생에 자신이 그만큼 잘했기 때문에 되갚는다며, 그 일이 당연하다고 그런데요,
어머니는 하나님이 주시는 것이라 생각하세요.
교회도 안 다니는 사람이, 하나님 말씀은,
말 나온 김에 우리 교회 한번 안 가볼 테야? 목사님이 새로 오셨는데 말씀이 참 좋아,
말씀이 좋다는 건 설교를 잘 한다는 말씀이지요?
우리 나 목사님은 참 순수하게 말씀 전하셔,
성씨가 나 씨예요?
응, 나충성 목사님이야,
가만, 그 목사 저 또래에요?
아마 두 살 더 먹었을 거야.
그 사람 전화 있으세요,?
왜, 아는 분 같아? 주보에 있어
정애 엄마가 주보를 가져 왔다,
일환은 전화를 해보았다,
나충성 목사입니다,
저, 혹시 00사단 당번병 했던 나 상병 맞습니까?
예, 맞습니다만 누구 십니까?
나 김일환 상병이야, 사단장 실에서 많은 이야기 나눴잖아?
아! 김상병, 그때 제대복 입고 나갔었지, 반가워, 그런데 어찌 내 전화를 알았어?
아는수가 있지, 나 지금 D읍에 있어 직장이 여기야, 언제 한번만나,
정애 엄마가 전화기를 달란다, 잠깐만, 하고 건네줬다.
목사님 저, 성인자 집사에요,
에, 집사님 어디 십니까?
저희 집이죠,
그런데 왜 김상병이 그곳에 있어요?
그보다 지금 시간 괜찮으시면 저희 집에 오셔서 같이 식사나 하시면서,
그래요, 지금금방 가겠습니다,
10분도 못되어 밖에 달달달 오토바이 소리가 들리고 대문을 밀고 나상병이 들어온다.
어이, 나상병, 어이 김상병, 둘은 굳은 악수를 했다.
여긴 어쩐 일야?
여기가 처가일세,
성 집사님한테 과년한 따님이 없으신 줄 아는데, 내가 잘못 알았나?
집사님 정애 자매 말고 따님이 또 있으세요?
없어요,
그럼 어찌된 거야? 거짓말?
아냐 정말일세.
나상병은 정애 엄마를 쳐다보며 의아해하는데,
정애가 맞아요.
예 엣?
왜 놀라는 거야?
김 상병 순 도적이네, 정애자매는 어디 있어요?
서울 김 선생 댁에요,
그럼 결혼식 벌써 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