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 (辱)
그저께 저녁 일이다.
일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저녁 9시쯤 홍대4거리가
몹시 복잡했다 .
신호를 두세 번을 받아 바듯이 건너려는데 한 택시가 오른쪽에서
쏜살같이 와서는 왼쪽깜박이를 켜고 비스듬히 직진차선을 막아선다.
모처럼 직진 하려던 차들이 그 택시 때문에 가지 못하고 우왕좌왕 한다
나는 순간 화가 나서 문을 열고는 (야 개새끼야 차를 그따위로
대냐 쌍놈으새끼야) 하고 큰 소리고 욕을 했다
너무나 악의에 찬 욕이 자연스럽게 상대에게 꽂혔다
너무나 부드럽게 많이 해본 투로 속사포처럼 내입을 통과했다
나는 그 욕을 뱉고는 아차 싶었다.
야! 이거 내가 변했나?
여태껏 한 번도 안하던 욕을 그것도 갑자기 했단 말인가
그 택시기사는 나이가 우리또래쯤 되는 것 같았다
문이 열렸었는데 손님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욕을 하고는 금세 후회했다
조금만 참지 만일 그 택시에 손님이 있었다면 얼마나 무안 했을까?
집까지 거리가 얼마 안 되지만 오는 내내 그 일을 후회하였다
다시는 욕일랑은 말아야지 혼자 꿀컥 삼켜야지 혹 열 받혀 하더라도
남 안 듣게 혼자 속으로 해야지 이런 생각들을 곱씹으며 돌아왔다
후련 하려고 내뱉은 욕이 내 맘에 찜찜함만 가져왔다 .
2010.8.14
'이것도 글이라고 > 문학의 언저리(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결초보은 (0) | 2019.04.12 |
---|---|
팔방미인 (0) | 2019.04.12 |
양심 (0) | 2019.04.12 |
동창회 (0) | 2019.04.12 |
죽음의 계곡을 넘어 (0) | 2019.04.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