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글이라고/문학의 언저리(수필)

고집사 이집사

hobakking 2019. 4. 14. 19:44

고 집사 & 이 집사

몇 년 된 것 같다

고 집사 아들이 결혼식을 하게 되었다.

나는 하객으로 참석하였고,

예식이 막 시작하려고 주례목사님이 등단하였는데 ,

혼주 석에 점잔하게 앉아있던 고집사가 맨 앞 내 바로 옆으로 오더니

우리목사님에게 혼주 인사를 어떻게 하지요? 하고 묻는 것이 아닌가,

목사님은 약간 당황한 듯 우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고 말씀하시고 ,

그리고는 목사님께서 더 이상 이어나가지 못하신다.

어떻게 이 짧은 시간에 인사말을 다 알려줄 것인가?

그리고 나를 쳐다보신다.

나는 재빨리 알아차리고 인사말 내가 적어줄게, 하였더니

목사님은 그때서야 빨리 적어드리라고 하신다.

나는 순서지 빈 공간에 간단하게 적어서 건넸고 고 집사는 글씨가 잘 안 보인다며

사방을 두리번거리더니 어느 여자하객한테 돋보기를 빌려 천천히 잘 읽어 내려갔다.

나는 내가 인사하는 것처럼 긴장이 되고 ~

지난주 토요일이었다.

이집사가 딸을 출가시키는 날이다

다른 사람이었으면 아내를 대신 보내고 산으로 달아났을 테지만 그래도 이집사자 딸 여윈다는데,

시간 늦지 않게 일찍 식장에 도착하였다.

막 방명록에 서명하고 혼주와 악수하는데 아뿔싸 혼주인 이집사가 겨울에도 입어서는 안 될 니트 조끼를

양복 속에 입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이 집사 귀에다 대고 저 뒤에 가서 조끼 벗어 얼른,

이 집사는 순순히 어디가 벗어? 나는 화장실로 따라와 하며 데리고 들어갔다.

양복을 벗고 조끼를 벗겼더니 와이셔츠위에 웬 까만 띠가 있다

이것은 뭐여? 물으니 열나는 복대란다 그것도 벗기려다 몸이 안 좋을지도 몰라 벗겨서

와이셔츠 속에 꼭 매주었다.

그리고 보니 넥타이가 그렇게 초라할 수가 없다 솔직히 밖에 걸어놓아도 하루 종일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을 것 같다.

3천원이나 줬을까?

나는 아들 장가보낼 때 매었던 내 넥타이를 풀어 이 집사 목에 매주었고 그가 매었던 넥타이를 바꿔 매었다.

그리고 또 보니 웃옷 양 주머니가 불룩하다 주머니에 뭐가 들어있나 만져보니

열쇠 꾸러미도 들어있고 또 뿔 빗도 들어있다.

이걸 다 압수하고 또 보니 오른쪽 괴춤에 열쇠꾸러미가 또 주렁주렁 달렸다

이것도 빼어 내고 양복 주머니 뚜껑도 속으로 들어가 있는 것을 밖으로 빼내고 나니

좀 나아진 것 같았다.

그리고 그걸 봉투에 담아 가지고 다니다 식사하고 돌아올 때

이 집사 아들한테 인계하고 돌아왔다.

교회에서 제일 친한 두 사람인데 왜들 칠칠치 못한지,

그래도 내가 그 들 옆에 있어 약간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어 여간 기쁘지 않다 .

(고집사는 은행 차장 출신이고, 이집사는 돈많은 떡집 사장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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