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후 돌아온 서희를 똑바로 바라 볼 수가 없었다.
“밥 차려줄까?”
“아냐 밥 먹었어”
어색한 적막이 흐른다.
정임 이는 생각했다.
그래 나가달라고 하기 전에 나가야 한다고,
그러나 당장 방 얻을 돈이 없다 그렇다고 집으로 돌아가기란 죽기보다 싫었다.
어떡하나 어찌해야하나?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안 나온다.
씻고 누운 서희가 새근새근 잠이 들었어도 새벽녘까지 정임은 잠을 못 이루고 있었다.
다음날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전봇대에 붙어있는 광고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거기에는 일수라고 쓰여 있고 괄호 안에 돈 쓸 분이라고 적혀 있었다.
평소에도 이 길로 다녔었지만 이런 글씨를 관심밖에 안두니 못 보았나보다 그러나 오늘은 절실한 마음에
눈에 띄었다.
정임은 수첩을 꺼내어 전화번호를 적었다 그리고 공중전화 에 가서 전화를 걸어보았다.
“네 부흥실업입니다 ”
전화기 저쪽에서 여자의 음성이 들려온다.
정임은 어떻게 말을 꺼내야할지 망 서려 진다.
저쪽에서 “여보세요” 재차 불렀을 때 정임은 그때서야 “거기 일수 하는 곳 인가요?”
하고 물었다,
“예 얼마 필요하신데요?”
정임 이는 말문이 막혔다 얼마가 필요한지도 몰랐고 다급한 김에 전화부터 한 것이다.
“네 상의해서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하고 전화를 일단 끊었다.
끊고서 생각했다 얼마가 필요할까?
서희가 살고 있는 방 보증금이 5백이니 보증금을 조금 낮추고 월세를 늘리면 3백은 있어야하고 등록금이
조금 부족하니 5백만 원은 필요 할 것 같았다.
정임은 아르바이트 나가면서 아까 그 번호로 다시 전화를 걸었다.
5백만 원이 필요하다며 구체적으로 상환방법까지 물었다.
저쪽에서는 일단 심사에 통과되면 5백만 원을 당일 지급하고 다음날부터 매일 5만원씩 120회 상환해야
한다고 했다.
전화를 끊고 정임은 계산을 해봤다 5만원이면 지금처럼 열심히 일하면 갚아 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것도 4개월만 죽어라 고생하면 되니 용기가 났다.
이제 결심이 섰다.
정임은 다시 전화를 걸어 일수 회사인 부흥실업 관계자와 내일 만나기로 했다.
다음날 ,
머리가 뒤통수까지 벗겨졌진 뚱뚱한 아저씨와 마주 앉았다.
“그래 아가씨가 쓸 거유?”
“네”
“직업은?”
“학생입니다”
“어느 학교?”
“E대학 2학년입니다?
“좋은 대학 다니 누만”
“용도는?”
“독립하려고요”
“변제는 어떻게 하고?”
“제가 아르바이트를 해서 갚아 나갈 수 있어요”
“주소는 어디로 되어 있소?”
“은평구 수색동입니다”
“돈은 언제 필요하고?”
“내일 이라도 주시면 좋겠습니다,”
"일수란 것이 처음 받기는 쉽고 공돈 같아 도, 갚기가 어려워서 많은 사람이 곤란을 겪는 다우
딸 같아서 하는 말인데 어지간하면 안 쓰는 것이 좋아요, 만약 쓴 다음엔 빼도 박도 못하는 것이 일수라우
그래도 써야겠다면 얼굴 사진 한 장 지금 찍고 서류 떼어서 내일 여기로 나와요”
“그렇게 하세요,”
아저씨는 캐논 카메라를 꺼내어 정임 이를 향해 셔터를 누른다. 정임은 웃을 수도 없고 계면쩍어 어색하게
멍하니 렌즈만 주시했다.
방은 쉽게 구해졌다. 같은 옥탑 방인데 혼자실기엔 그런대로 넉넉했다 한 가지 흠이라면 수돗물은 있으나
화장실은 아래 대문 옆에 있다는 것이다.
보증금은 3백만 원이고 월세는 2십만 원으로 싸게 얻었다.
돈을 받아다 보증금을 치루고 이사를 했다,
서희는 왜 갑자기 아사를 가느냐며 말리는 시늉을 했었지만 서희한테는 정말 고맙고 신세를 많이 졌다
생각했다.
빚 얻어 구한 방이었지만 어째 거나 일단은 기분 좋았다.
이제부터 일을 열심히 해서 빌린 돈만 갚으면 되니까 정임 이는 내일은 어떻게 될망정 오늘 하루는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