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로 내려와 엄마랑 밥을 먹는데,
엄마 현서 잘 있어?
현서? 떠났어,
어디로?
지난달 미국 갔어,
일환은 그 말에 힘이 쑥 빠진다, 밥 먹던 것을 멈추고 잠깐 현서 생각을 했다,
갔구나,
그래, 가기전날 우리 집 에 와서 어찌나 울던지 현서도 울고 나도 울고 그랬다.
일환은 갑자기 쓸쓸하고 허무한 생각이 들었다,
현서는 언제고 그 자리에 머물러있어 내가 필요할 때 바로 옆에 있을 줄로만 알았는데,
일환은 아까부터 멍하니 그대로 멈추어 있었다,
현서 보고 싶어?
그때서야 정신이 돌아온 일환은 ,
아니,
하고 다시 천천히 밥을 먹었다.
밥 먹고 시운전 가야지,
응, 그래야지,
누구 같이 갈사람 있어?
아니 없어, 엄마랑 가,
현서가 있으면 그래도 제일 먼저 태워주었겠지?
일환은 빙그레 웃으며 그래도 엄마 가 먼저겠지, 하였다.
일환이 새 스포츠카를 운전하고 그 옆에 일환이 엄마 송 여사가 탔다,
일환은 시내를 빠져나와 자유로 로 접어들었다, 차가 어지나 잘 나가는지 계지판 에는 300km 도 표시되어 있었다,
엄마, 현서 오라고 할까?
오라고해서 어쩌려고?
그냥 결혼해 버리지,
안 돼, 엄마는 반대야,
반대?
그래 반대야,
왜?
네가 지금 현서가 울고 갔다는 말을 듣고, 울적한 기분에 그러는 모양인데 그것은 사랑이 아니야, 연민일 뿐이지,
네가 현서를 그리워하던 나머지 당장 달려가서 손잡고 나온다면 모를까.
이왕 건너가서 공부하겠다니 좀 더 지켜봐 네 마음이 어떤지도,
일환은 엄마 말대로 연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일환아, 너 요즘 사귀는 여자 없어?
군대에 여자가 있어야 사귀지,
송 여사는 그 말을 듣고 웃었다,
일환이 네가 앞으로 여자 사귀는 기준은 현서야 현서가 기준이야, 현서만한 미모에, 그만한 학벌에 그 정도의 인격과 됨됨이, 그 조건만 갖추었다면 엄마는 언제나 오케이야,
장가가기 힘들겠네,
일환아 너한테 엄마가 부탁이 있는데,
문데 말해봐,
결혼한 그 여자들은 앞으로 안 만났으면 좋겠어,
일환은 속이 뜨끔했다,
뭔 말인데?
지난달 결혼 한 아가씨며 그 며칠 전에 결혼한 아가씨 말이야,
그걸 엄마가 어떻게 알아, 뒷조사 한 거야?
최소한 아들이 누굴 만나는지는 부모 입장에서는 알아야지 나중에 너도 아이 켜봐 그럴 테니까,
그랬다고 엄마가 한번이라도 간섭하데? 너무 다른 길로 나간다면 간섭하고 제지 하겠지만 엄마가본 일환이 너는
잘해 나가고 있어,
그런데 앞으로가 문제야 가정 있는 여자와 문제 생이면 너로 인해 그 가정이 깨어질 수도 있고 구설수는 오죽 많겠니?
단 처녀와 문제 생기는 것은 네가 못한다면 엄마가 해결해 줄게,
무슨 말인지 알지?
알긴 알겠는데, 엄마가 무서워져,
왜 엄마가 무서워?
나 제대 시킨 것이나 차 산 것이나 내 과거를 아는 것이나 엄마는 빈틈없이 용의주도하게
해나가는걸 보니 우리엄마 안 같아.
사회생활 하다보면 다 그렇게 되는 거야, 다 엄마가 아들 아끼는 마음에서 나왔지 다른 뜻이 있었겠어, 안 그래 아들?
그렇긴 하지만,
이 차는 엄마가 산거야?
그럼 엄마가 샀지 누가 사?,
아빠가 샀을 수도 있잖아.
아빠한테 상의는 했지,
무라 셔?
마음대로 하래,
엄마는 한 달 수입이 얼마나 돼?
빌딩 두 개에서 7천 5백정도 나와.
야! 부자다,
그래야 일하는 분들, 경비원 두 명, 집안일 하는 분 두 명, 네 명 월급주고 살림하고 또 좋은 곳에도 좀 쓰고 우리아들
이렇게 차도 사주고 그렇게 사용하지,
네가 얼른 장가들면 네 처한테 빨리 넘겨주고 엄마는 쉬고 싶다, 돈 쓰는 것도 여간 골치 아픈 게 아냐,
이런 스포츠카타고 여자들이랑 놀러 다니고, 바람피우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닌데, 나도 그러라고 사준거야?
내가 내속으로 낳고 이렇게 장성하도록 키웠는데 내 새끼 속을 모를까?
너는 그러라고 멍석을 깔아줘도 절대 그렇게는 못할 것이다,
아마 이차를 태워주는 여자는 그게 바로 며느리 감 이라 해도 거의 맞을 걸?
일환은 자신의 속을 들킨 것 같았다,
그게 정상은 아니지? 내게 문제가 있나?
문제는 무슨, 너한테는 강박관념 같은 것이 약간 있는 것 같아, 그러나 심하진 않고 정상이야.
엄마는 네가 더도 덜도 말고 지금까지 해왔던 거와 같이 나갔으면 괜찮겠어,
그리고 또 한 가지 부탁은 네가 결혼 전까지는 얼마 던지 여자를 만나고 바람을 피워도 상관없어,
하지만 결혼해서는 절대 안 돼, 만일 그랬다간 네 처와 내가 합세해서 널 가만두지 않을 거니까,
아이쿠, 무서워라, 대개의 시어머니들은 아들 바람피우는 거 좋아 한다던데?
조선 시대 이야기지 자신도 여자면서, 며느리한테 그러면 안 되지, 너도 그 말 명심해,
알았어, 언재결혼할지는 모르지만, 그 안에 실컷 바람피워야겠네 하하하!
그래, 실컷 피워,
차는 오두산을 우회하여 평화의촌 이라고 하는 곳으로 들어섰다 ,
엄마 밥은 먹었고, 차나 한잔하고 갈까?
그러자 어디 민속 차 파는 곳 있나봐라,
차가 천천히 미끄러지듯 들어가는데 반대에서 오던 차들이 급정거를 하고 멈춘다,
나는 최대한 서행을 해서 상대가 불쾌하지 않도록 진행했다,
국산차 파는 집에 주차를 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사모님 뭐 드시겠습니까?
쌍화차 먹을까? 너는 뭐 먹을 거야?
같은 것으로 해, 그래야 장사하는 분 귀찮지 않지,
우리 아들 남을 배려하는 그 마음이 이쁘다,
그리고 일환아 일부함원이면 오월비상 이란 말 알지?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 서리 내린다는 말 아니야?
그래 여자 사귈 때는 원한 안 사도록 항시 유념해야해,
너는 매너가 좋으니 크게 염려는 안 하지만, 그래도 조심해.
내가 매너가 뭐가 좋아?
그 정 도면 좋은 거지, 지난번에도 오백이나 주고 그 전에도,
그전 뭐?
아냐, 고만두자, 차나온다 , 엄마는 말을 자르고 엉뚱한 말로 돌린다.
일환은 엄마가 무슨 말을 하려다 만 것일까 궁금했다.
그전 박 사범 누나 건을 혹 아시나? 아니면 황 선생님 건?
일환도 더 이상 캐묻지 않고 쌍화차만 호호 불어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