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부님들도 다 돌아가고,
세배 가는데, 새 애기도 같이 데려가죠?
그래야지 혼자 집 보랄 수는 없지,
그러면서도 김 회장내외는 처가식구들한테, 예비 며느리 자랑을 하고픈 것이었다.
일환이 운전하고 정애가 옆에 타고 뒤에는 부모님이 타셨다,
수원 외가까지는 한시간정도 걸렸다, 외가에는 대 식구가 모여 있었다.
먼저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께 넷이 세배를 하고, 두툼한 봉투를 일환이가 대신 전해드렸다,
할머니가, 그런데 저 애는 누구냐, 내 눈이 침침해서 그런가, 작은애는 안 같아 보여,
엄마, 일환이 색시 감 요,
오! 그래? 그때 온 방안 사람들이 같이 환호성을 질렀다, 너무 예쁘다, 탤런트보다 더 예쁘다, 영화배우 같다,
미스코리아 데려 왔냐. 모든 입에서 한마디씩 거든다.
아가, 이리와 손 좀 잡아보자, 할머니가 손을 내밀자 정애가 얼른 그 손을 잡는다,
할머니 건강 하세요?
오냐, 그래, 참 곱기도 하네,
이어 젊은 조카들이 김 회장 내외한테 세배를 하고, 일환은 부모님대신 봉투를 나눠줬다,
일환과 정애도 외삼촌 외숙모한테 세배를 하고, 사촌들 하고 같이 어울렸다.
그런데 오빠 어디서 이런 미인을 데려왔어?
시골에서, 산지 직송했다.
정말? 언니 앳된데 몇 살이야?,
이직어려, 이제 고3이야,
어머머! 오빠 순 도적이다. 나보다도 훨씬 어린데, 언니라고 안 할 수도 없고,
언니, 오빠가 어떻게 꼬셨어요?
우리학교 선생님이세요,
오빠 유괴범 아냐? 아니면 직권을 이용해, 억압적인 그런 거 이었던지.
시골에서 사는데 얼굴이 이렇게 뽀해요?
지금은 같이 서울 살아.
어머머! 그럼 동거를?
아니, 우리 집에서 학교 다녀,
언니, 결혼은 언제해요?
이르면 내년 쯤 에나요,
참 둘이 잘 어울려요,
저녁을 먹고 돌아 왔다,
송 여사는 돌아오는 차 속에서, 어른이나 아이나 할 것 없이 온통 정애 이야기 하느라,
우리 애기 오늘 인기 짱이었어,
내일 정애 데리고 시골 다녀와라.
그럴까?
그럴까가 뭐야, 어른들께 세배하고 정애 모처럼 가족들 만나게 해 줘야지,
하루 자고 오던지,
자고 올래?
아뇨, 그날 올래요,
그래라 일찍 갔다 돌아오면 되지,
초이튿날, 정애를 태우고 시골집에 내려간다.
정애야 왜 안자고 그냥 온다고 했어?
화장실 때문에요,
여태껏 시골에 살았으면서, 왜 시골화장실이 겁나?
서울 생활이 맞나 봐요.
정애네 집에 도착하니, 온 식구들이 다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애가 한복을 입고 내리니, 자신의 딸이며 동생인데도 처음 본 것처럼 입을 다물 줄 모른다, 옷이 날개라더니,
우리 정애가 이렇게 예뻤었나? 얼른 들어와라,
앉으세요, 절하겠습니다.
아냐 그냥 앉아,
앉으세요,
정애와 일환은 두 분에게 절을 하였다,
어머니 아버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그래 김 선생도 건강하고 소원성취하게,
예, 감사합니다, 여기 세배 돈입니다.
일환은 두 분께, 봉투를 하나씩 드렸다,
세뱃돈은 우리가 줘야하는데,
아닙니다.
일환은 정수와 정환 에게도 봉투를 하나씩 줬다,
잠깐 기다려 점심준비 할게, 정애 아침에 떡국 먹었니?
응,
그럼 밥을 해야 갰구나,
가난한집에 시집간 딸이 친정에오면, 밥 많이 먹으라하고, 부잣집 에 시집간 딸이 친정에오면, 반찬 없어 뭐하고 먹니?
한다더니, 모처럼 온 정애를 뭐해주나 걱정이 된다.
정애야 너, 먹을 게 신통찮을지 모르겠다,
엄마도 참, 내가 손님이야?
밥을 먹고 일환은 정애 아버지와 이야기를 하고 정애는 엄마하고 이야기를 나눈다.
정애야, 서울 사부인께서 잘해주셔?
그럼 어머니가 얼마나, 잘해주시는데, 아침마다, 어머니께서 손수 한약을 데워다 나한테 주시는데 내가 다 먹으면
사탕이나 대추를 입가심하라고 넣어주셔,
그리고 아버님께서 이번 설에 세배 돈 대신 순금 행운의 열쇠 한 냥짜리를 주셨어,
나도 그렇게 못해봤는데 정말 잘들 하시는구나, 김 선생도 잘 해주고?
그럼 우리 선생님은 시골에서 오자마자 내방에 들어와서 나를 꼭 안아주고 무릎위에 앉히고 뽀뽀도 해주고,
일주일 있었던 일 다 말해주는데?
뽀뽀도 했어?
그럼 키스도 했는데,
뽀뽀하고 키스는 다른 거니?
몰라? 뽀뽀는 아이들이 하는 거고, 키스는 어른들이 하는 거 아냐, 호호!
다른 건 안 했어?
다른 거라니?
같이 안 잤냐고,
딱 한 번 잤어,
뭐? 잤다고?
응, 지난번에 내가 서울병원에 검사간적 있지?
그래, 그날 잤어?
응, 그날 나는 침대에서 자고, 선생님이 날 지킨다고, 간이침대에서 잤어.
그게 전부야?
응, 왜? 그건 잔거 야냐?
김 선생이 널 끌어안고 어딜 만지고 그렇게 안 하니?
선생님은 내가 오히려 그럴까봐 피하고 날 혼내는데.
참 이상한 일이다, 한창나이에,
엄마 나 돌아 가야해,
하룻밤 자고 가지 그러니?
자고 싶어도 우리 집은 따뜻하고 화장실이 좋잖아, 엄마 집은 화장실이 안 좋아 오래 있을 수 없어,
이것아. 네 소속은 아직 이곳이야, 어디서 우리 집 찾고, 엄마 집 찾아?
어머! 말을 잘못했네, 미안해 엄마 깜빡 잊었어, 습관이 돼놔서,
누굴 탓 하겠니, 어차피 그곳이 네 집이니 네 말이 맞는다.
공부는 잘 되어가?
잘 되어가, 나 가르치는 문 언니 말이 이정도로 가면 잘 될 거래,
그래야지, 엄마도 기도 열심히 하니 너도 노력해.
정애야 그만가자,
밖에서 일환의 목소리가 들린다,
알았어요, 지금 나가요,
두 사람은 인사를 하고 상경 길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