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돌아온 일환은 우선 더워서 샤워부터 하려고 웃옷을 벗으려다 주춤하고 말았다 웃통을 벗다 엄마한테 등 할퀸 것 들키는 날엔 변명거리가 궁색하기 때문이다.
자기 방에 들어가 샤워를 하고 나오니 시원한 냉면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 해수욕을 재미있었고?
재미있었지.
그런데 살이 많이 안탔네.
그늘에 많이 있었어,
일환이 너 이번 주말에 시간 있어?
왜?
현서네 식구랑 제주 별장에 같이 가기로 했는데, 너도 같이 갔으면 해서, 현서도 간다니까.
내가 어린앤가 엄마 따라다니게,
그래도 모처럼 현서랑 물놀이도하고 그러지.
혼자 하라고 그래,
너 왜 현서랑 잘 안 어울려? 여렸을 땐 둘이 죽고 못 살 것처럼 그러더니,
내가 언제 그랬어?
참 애 좀바 결혼까지 하기로 약속 해놓고 , 하하하!
현서 혼자 그랬지 내가 그랬나?
현서는 장 교수님 딸이다 장 교수님은 우리 아빠하고 고등학교부터 대학까지 같이 다니신 아빠하고 절친한 분이시다 현서 엄마도 교수님 이고, 내가 어렸을 때부터 두 집 식구가 함께 놀러 도가고 해수욕도가고 일 년에 몇 번씩 가족모임이 있어 두 가정은 한 식구같이 친하게 지낸다, 현서는 나보다 두 살 적어 언제나 오빠 오빠하며 졸졸 따라 다녔고 유치원 때는 오빠하고 결혼 할 거라며 손가락을 걸고 약속까지 한 사이다.
그 후로 현서 엄마는 나보고 사위라고 부른다, 얼마 전 까지도 사위라고 불렀다,
현서는 엄마 아빠 닮아서 공부도 잘하고 똑똑하고 예쁜 편이다.
그래서 우리 집에서도 은근히 나와 현서를 연관 지어 후에 며느리 삼았으면 하는 눈치이다.
그러나 나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보아온 현서가 귀엽고 사랑스럽긴 해도 어디까지나 동생으로서 그렇지, 가슴 두근거리고 보고 싶고 그런 느낌은 전혀 없다.
이젠 서로 커서 중3이 되었고, 나는 고2니 만나는 것이 쑥스럽기만 하여 근래에는 한동안 보지 못했다.
나는 엄마 에게 안가겠다고 선언을 하고 혼자 쉬겠다고 했다.
다음날 현서에게서 전화가 왔다 ,
오빠 뭐해?
응, 그냥 있어,
오빠 이번에 제주에 안 간다고 했다며?
응, 내가 어린애냐 엄마 따라 그런데 가게,
나는 오빠랑 같이 갔으면 싶었는데,
너나 따라 갔다 와,
오빠 안 가는데 나도 안 갈래, 그럼 오빠 그날 뭐하게?
이직 약속은 없어,
그럼 오빠 나랑 청평 남이섬이나 갈래?
둘이서만?
왜 둘이서만 가면 않되?
안 될 거야 없지만 둘이 무슨 재미야?
그럼 같이 갈사람 있어?
없어, 네가 다른 친구들하고 오면 되잖아,
그래 친구 두 명 하고 갈 테니까 시간 비워놔,
알았어,
토요일 9시 청량리역에서 현서와 만나기로 했다 5분전에 가서 기다리는데 현서가 온다,
친구들은 ?
응, 어제까지 온다더니 갑자기 못 온데, 계집애들 약속을 해놓고서,
할 수 없지 자 타자.
오빠 카메라 가져왔어?
응, 가져왔어,
나사진 많이 찍어 줘야 돼?
사진 값 만 많이 낸다면야,
피 알았어, 얼마든지 준다.
둘은 청량리에서 기차를 타고 춘천 족으로 가다 청평에서 내렸다, 청평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남이섬 앞에 당도하여 일환은 매표소에서 표를 구입하고 둘은 나란히 들어갔다.
토요일이긴 해도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입장객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현서는 즐거운 모양이다 낙엽송이 위로 길게 뻗은 나무숲을 지날 때, 현서는 내 손을 잡았다, 나는 현서 손을 뿌리치면 현서마음이 강할까봐 그냥 잡힌 체 걷고 있었다.
오빠 우리 공식데이트는 이번이 처음이지?
데이트는 그냥 소풍이지,
오빠 기억나 내가 유치원 다닐 때 오빠한테 시집간다고 선언했었잖아.
그랬었나? 그땐 어린애였을 땐데 무슨 말은 못해.
아니, 지금도 그때 맘하고 똑같아 지금까지 줄 곳 그랬어,
일환은 마음이 착잡했다,
현서야! 사람이 커가며 마음도 커지고, 머리에 지식이 싸이면 보는 시야도, 생각도 더 커지게 되는 거야,
그렇다고 애초에 가지고 있던 소중한 마음까지 집어 던져? 나는 앞으로도 이 마음 절대 안 변할 자신이 있어,
일환은 마음이 답답하다. 현서는 나무 랄 데 없는 아이임에는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자신의 마음을 땅기게 하는 그런 요소가 없으니 덩달아 좋아 할 수만은 없다.
현서는 한수 더 떠서, 오빠도 그렇게 알고 있어, 오빠는 내꺼야,
십년만 더 있으면 약속대로 오빠한테 시집 갈 테니까.
일환은 이 상황에서 빨리 빠져나오고 싶었다.
그래서 현서야 우리도 사진찍자 이 큰 나무 붙들고 뒤에 숨듯 포즈를 취해봐.
자 김치 , 이젠 나무 사이를 걸어봐 , 다시 이쪽을 보고 걸어 와봐, 하며 화제를 돌렸다.
저 앞에 액세서리와 기념품을 파는 상점이 있다 현서는 머리핀을 보고 오빠 이거 예쁘다 사줘, 한다. 그래 하나 사 하며 값을 치르니 머리에 꼽아달란다. 할 수없이 일환은 현서 머리에꼽아주고 현서는 좋아 어쩔 줄 모른다.
오빠 우리 같이 사진찍자,
같이는, 쑥스럽게,
어때 나중에 보면 좋은 추억이 되잖아.
일환은 내키지 않아 안 찍으려하는데도 아랑곳 않고 지나가는 사람을 불러 세워 촬영을 부탁한다 할 수 없어 카메라를 내어 맡기는데 그 사람은 바짝 붙으세요, 자, 치즈 하며 너스레를 떤다. 일환은 웃어야할지 그냥 있어야할지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오빠 우리 밥 먹자, 나 배고파,
그래 무 먹고 싶은데?
오빤 뭐 먹고 싶어?
나는 너 좋아하는 거면 다 좋아.
생선가스 도?
그것만 빼고,
그럼 돈가스먹자,
그래,
둘은 돈가스 집으로 들어갔다 식사가 나왔을 때.
잠깐, 오빠가 썰어줄게 기다려,
하고 먹기 좋게 잘게 썰어 건네주고 자신 것도 자르는데, 현서가 포크에 돈가스를 찍어
오빠 아 해, 하고 , 일환의 입속에 넣어주려 한다. 쑥스러워서 망설이고 있는데 현서는 자꾸 입을 벌리라고 재촉한다. 할 수 없이 받아먹었지만 여간 쑥스러운 게 아니었다.
오빠 맛있지?
응,
오빠 나중에도 이렇게 잘라줘야 돼,
나중언제?
결혼 하고, 호호호.
조그만 게 계속결혼, 결혼 하고 있어. 밥이나 빨리 먹어.
오빠는 적지?
하면서 자신의 돈가스를 퍽이나 덜어준다,
아냐, 너 배고프면 어쩌려고,
간식 사먹지. 히히
식사를 마치고 오빠 우리도 모터보트 타자,
응,
둘이서 시원한 물살을 가르고 남이섬을 한 바퀴 도는데 현서는 신이 나서 연신 소리를 지른다.
보트에서 내려서는 아이스크림도 사먹고 솜사탕도 사먹고 남이섬을 한 바퀴 도는데
혀서가 다리를 절뚝거린다.
너 왜 그래? 다리 삐었어?
아냐 그냥 좀 아파 그래,
안 되겠다 오빠 엎여,
괜찮대도.
괜찮긴 인마, 저 선착장 까지 업고 갈게,
일환은 현서를 업고 선착장을 향해 가고 있다.
오빠 무겁지?
아니, 너 살 좀 더 쪄야겠다.
살쪘다고 다음에는 안 업어주려고?
아냐 네가 아프다면 언제고 오빠는 널 업고 갈게,
현서는 행복했다 자신의 볼을 일환의 등에 가만히 대본다.
다행히 가까운 거리였으니 망정이지 이렇게 뜨거운 염천에는 홀몸으로도 다니기 힘든데 사람을 업고 가기란 쉽지 않다.
현서를 내려놓고 숨을 고르는데 ,
“오빠 땀 좀 봐 내가 닦아줄게” 하면서 손수건으로 일환의 땀을 닦아준다.
이제 좀 괜찮아?
괜찮아 오빠가 업어줘서 다 나았어,
다행이다, 현서 다리 아프게 했다고 아저씨 아줌마한테 혼나는 것 아닌가 하고 걱정했더니,
나 업고 가는 것 사진 찍으면 기념 될 텐데, 히히히.
그럼 한 커트 찍지 뭐,
나는 행락객에게 부탁하고 멀리서 현서를 업고 가는 것을 연출해서 찍었다,
해가 중천에서 많이 기울었을 때 우린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
오빠 나 오늘 최고로 기분좋은날인거 알아?
좋았어? 다행이네,
오빤 내년에 3학년 되면 이런 시간 못 내겠지?
글쎄 , 그건 그때 가봐야 알 것 같은데,
오빠?
응,
우리 기왕 나온 김에 영화구경 한번하고 가면 안 될까?
그러고 싶어?
응, 오빠랑은 한 번도 안 봤잖아.
난 영화 별로 안 봤어, 무슨 영화 보고 싶은데?
대한극장에서 외국 하이틴 영화 한다고 들었어, 우리 그것 볼까?
그래 그리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