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글이라고/문학의 언저리(수필)

사우나

hobakking 2019. 4. 15. 10:16

사우나

내가요즘 오른쪽 발목 복숭아 뼈 근처 인대가 늘어나 2주째 좋아하는 등산을 못하고 있다.

처음엔 별거 아닌 줄 알고 산행을 두 번씩이나 했는데 나중에는 걸음도 절뚝이며 걷게 되었다.

부랴부랴 정형외과에 가서 주사도 맞고 엑스레이도 찍었는데 누가 침을 맞아보라 권한다.

그래서 한의원에가 다섯 번이나 침을 맞았지만 차도가 더디다.

생활하는데 불편하지는 않고 어쩌다 한번 통증이 느낄 정도이다.

그런데 어제 오전에 백암님한테 전화가 왔다 오후에 시간 있느냐고,

일단 있다고 답하고 무슨 일이냐 물었지만 다시 전화 하면 종로3가로 나오란다.

알았다고 답했으나 무슨 일인지 몹시 궁금했다, 다시 전화해서 물었지만 일단 나오라고만 하신다.

약속장소에 나가자 기다리던 백암님은 어느 식당으로 날 데려간다.

고급식당도 아닌 곳에서 저녁 한 끼 사주겠다고 나오라 하진 안았을 테고,

백암님은 식사를 하면서,

자신이 이곳 사우나에 늘 다녔었는데 얼마 전 처음으로 소금 방에 들어가 아픈 허리를 지지니

너무 시원하였다고 하시며 내 아픈 발목이 생각나 그곳에 가서 찜을 해보자고 불렀단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너무 감사했다,

백암님은 나보다 연세도 네 살이나 위시고, 사회에서 만난 친구도 아니고 오로지 산행을 가끔 같이 한 것밖에는 많은 친분도 없는 분인데, 이렇게 날 생각해주시나 생각하니 너무 고마웠다.

그분말씀으로 같이 산행하던 친구가 발목이 상해 자신도 안타까웠다며 빨리 치료 마치고 같이 산에 가자하신다.

사실 나는 사우나 특히 뜨거운 것을 몹시 싫어한다.

탕에 들어가도 미지근한 물에나 들어가고 뜨거운 곳에는 가본 적이 없었다.

식사를 마치고 정말 가기 싫은 그 곳에 따라가며 진작 말했더라면 안 나오는 건데, 하며 억지로 따라 들어갔다.

백암님이 셈을 치르고 안으로 들어갔다.

소금 방 이라 쓰여 있는 그 문 앞에서 바라보니 섭씨 82도라 쓰여 있다.

나는 질겁했다. 저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물을 먹고 마음도 단단히 먹고 문을 열고 들어갔다.

뜨거운 열기가 온몸을 감싼다, 나는 숨이 꽉 막혔다.

방석에 앉아 히말레아 에서 가져왔다는 굵은 소금에 말목을 묻었다 소금이 너무 뜨겁다

그러나 아픈 부위가 시원했다.

온 몸은 불길에 휩싸이듯 뜨거웠고 등에서 이마에서 굵은 땀이 묻어나온다.

그래도 백암님 성의를 생각해서 이를 악물고 참았다.

처음 5분만 견디자고 했었는데 10분이 훨씬 지나서 백암님이 나가자고 할 때까지 견뎠다.

밖에 나와서 그 시원함이란 산 정상에서 맞는 바람에 견줄 바가 아니다.

그렇게 네 번을 우리는 들락거렸다. 네 번다 내가 먼저 나가자는 말은 안 했다.

여덟시가 넘어 샤워를 하고 나오는데 발목이 한결 부드럽다.

백암님 성의를 생각해서 그냥 나았으면 좋겠다.

집에 돌아오며 생각해도 백암님이 나를 생각하는 마음이 너무 감사하다

이걸 친구에게 자랑도 했고 아내한테도 들려주었다.

백암님이 이글을 못 보시겠지만, 정말 고맙습니다.

후딱 나아서 같이 산에 가자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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