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네가 한 행실을 보고 사람이 아니라 도깨비처럼 생긴 줄 알았네,
생긴 건 희멀건 해 가지고 그런 만행을 저지를 수 있어?
인두겁을 썼으면 다 사람이야 사람 노릇을 해야 사람이지 어찌 사촌을 함께 농락할 수가 있어?
어디 입이 있으면 말해봐”
“죄송합니다! 입이 열 개라도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죄송할 짓은 왜해? 이제 어떡할 거야 어디 말 좀 해보라고”
“지금 경황이 없어 어떻게 한다고 말씀 드릴 수는 없겠으나 흡족하지 않으시겠지만,
최선을 다해 수습 하겠습니다”
남 여사가 묻는다.
“가족관계는 어떻게 되세요?”
“네 아버지는 제가 초등학교 때 사고로 돌아가시고 지금 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습니다”
이 여사가 나선다.
“거봐 어디가 달라도 달라 아버지 없는 자식 표 내느라고 그랬던 거 엇어 ,
그러니 평소 가정교육이 중요하지”
“동서 말이 지나쳐, 좀 누그러뜨려가며 해”
“형님은 속상하지도 안 해요? 당장 이 자리에서 어떻게 해도 분이 안 풀릴 탠데”
진욱은 민서엄마가 내지른 애비 없이 자라서 그랬다는 말이 폐부를 찌르는 아픔 이었다.
평소에 엄마가 아비 없이 자란 티를 내지 말라고 귀에 딱지가 지도록 했었는데
결국 엄마 아빠 싸잡아 욕 먹이는 꼴이 되었으니, 정말 참담한 심정이었다.
진욱은 얼굴이 벌게 가지고 고개를 숙인 채 가쁜 숨만 고르고 있었다.
“그럼 애 만드는데 전혀 상관없던 엄마가 있어야, 이 사건을 해결 하겠네?
그럼 청년 엄마 오시라고 해”
“지금 말입니까?”
“그럼 지금이지, 좋지 않은 일로 또 와야 돼?”
“동서! 너무 서두르지 마, 저쪽에도 준비할 시간을 드려야지 내일이면 모를까”
“그럼 내일 이 시간 이 장소로 오시라고 할 수 있겠어?”
“그렇게 전하고 꼭 오실 수 있게 하겠습니다”
진욱은 일어서서 두 사람에게 정중히 고개를 숙이고 돌아간다.
“형님도 같이 나서서 분풀이라도 하셔야지 왜 보고만 계세요? 분하지고 않으세요?”
“분한 것이야 자네나 나나 똑같지 그러나 저 사람이 장차 사위가 된다고 생각해봐 나중에 어떻게 보겠어?”
그때서야 민서 엄마는 사태파악이 되는가 보았다.
“어쩌지요?
”그러니 사람이 진중해야지, 분대로 하면 야 나라고 못하겠어?
내일 허군 어머니 오셨을 때는 말 함부로 하지 마“
집으로 돌아온 진욱은 기분이 몹시 사나웠다 태어나서 이런 수모는 처음이다
그러나 한편 자신의 잘못이 그 정도로 크니 누굴 원망할 수도 없고 끙끙 속으로 새길 수밖에 없었다.
진욱 모 황 여사는 진욱의 눈치가 아무래도 이상하다고 느꼈다.
평소답지 않게 이틀 전 부터 말수가 적더니 오늘은 기분이 너무 가라앉았다.
”왜 무슨 고민 있니?
민욱은 대답대신 깊은 한숨만 토해낸다.
“있는가보네 엄마한태도 말 못해?‘
”사고를 쳤어“
”무슨 사고 ? 누굴 때렸어? 아님 교통사고?”
“그런 것은 사고 축에 못 들어”
“그럼 뭐야?”
“여자를 건드려서 임신이 되었어”
“어머나! 그런 거였어?
조금 빠르지만 잘 되었네, 난 너 키우고 언제 어린애를 안아볼까 학수고대 하는데 잘 되었네,
언제 데려와 봐 , 엄마가 잘해줄게”
“그렇게 한가 한 게 아냐, 둘이야 둘”
“어머나? 그럼 쌍둥이? 더 잘되었다, 우리가 돈이 없냐? 집이 좁으냐?
요즘 베이비시더 라나 애 봐주는 여자 얼마든지 있다더라”
“그런 게 야냐 여자가 둘, 임신한 여자가 둘이야 그것도 사촌 간”
“뭐라고? 그게 정말이야? 어쩌다 둘이나 한꺼번에 임신시켜 재주네”
“지금 농담 할 때가 아니야 오늘 두 분에게 불려가서 맞아죽을 번 했어,
내일은 엄마 만나 게 나오래”
“안 맞아 죽기 다행이네, 죽이면 애비 없는 지식 만들라고? 그나저나 큰일이다,
너 대신 내 머리 채 잡고 둘이 흔드는 것 아닌지 모르겠네”
“한분은 안 그래도 다른 한분은 그러고도 남아”
“어머, 정말이네. 나는 너 아이 만드는 거 보지도 알지도 못했는데 책임은 나보고 지라고?”
진욱이 엄마는 사태를 즐기는지 일부러 약 올리려고 그러는지 진심어린 말을 안 하고 있었다.
황 여사는 지금까지 진욱이 때문에 단 한 번도 자신이 나선 적이 없었는데 이런 사고를 친 진욱 이의 행동이
사태의 중대함은 차치하고, 진욱이도 사고를 칠 줄 아는구나 하고 속으로 기뻤다.
아들 진욱이를 위해 엄마가 나서야 한다는 의무감을 즐기는 것 이었다.
“걱정 마,
그것 때문에 고민이 되어 한 이틀 침울했구나?
사람 죽이고도 사는 세상인데 사람 만들었다고 어떻게 되겠니?
내일 시간하고 장소만 말해”
예원은 진욱을 만나고 돌아온 엄마를 맞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