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내 이름은 허진욱 이고요 나이 스물네 살 Y대3학년입니다”
“네, 저는 김 예원 나이는 21세 S대 2학년입니다”
“과는 뭐 전공인가요?”
“영문학과예요”
“네, 난 경제학과입니다”
진욱은 양팔로 턱을 고이고 예원을 바라본다.
“나 예원씨 한태 한눈에 반했어요 우리 잘 사귀어서 결혼해요”
“어머나, 무슨 첫 만남에서 결혼 이야길 해요”
“사람이 사람을 만날 때 호감 비 호감을 결정하는데 0.5초면 충분하답니다.
일 년을 사귀거나 십년을 사귀거나 옛날처럼 한번 선을 본 후 바로 결혼을 하거나 다 똑같다 생각돼요
왜 그러냐면 좋은 모습만 보이고 나쁜 모습은 감추면 알 수가 없기 때문 이지요”
진욱은 예원의 착한 감성을 계속 자극하고 있었다.
“처음 예원 씨의 눈동자를 보았어요.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한 까만 눈동자에 나의 나쁜 마음을
정화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어머, 저 그렇게 착하지 못해요”
“겸손입니다, 내 눈을 속일 수 없어요,
예원 씨는 동양적 미모에다 착하기까지 하니 모든 사람의 선망의대상이 되고 남습니다”
“저를 그렇게 잘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어제 같이 있던 분은 친구입니까?”
“아! 그 애는 저의 사촌동생 이예요 나이는 동갑이고요”
“그렇군요, 그런데 분위기는 영 딴판이더군요”
“좀 까칠한 것 같죠? 그런데 속은 안 그래요 민서도 착해요”
“아, 이름이 민서씨 로군요”
“네”
그때 예원이 전화벨이 울린다,
“그래 민서야! 나? 친구만나고 있어, 넌 모르는 학교 친구, 나중에 전화 할게”
“ 민서 양반은 못 돼죠? 호호호”
진욱도 따라 웃는다.
“잠간 실례해요”
예원이 화장실을 간 사이 진욱은 놓고 간 예원의 전화기에서 방금 온 민서의 전화번호를 옮겨 적는다.
돌아온 예원을 바라보며 진욱은,
“예원씨 고마워요”
“뭐가요?”
“날 만나기 위해 지금까지 기다려 줘서요”
“너무 앞서가시는 것 아네요? 호호호”
예원은 진욱의 그 말을 듣고 싫지 않은 기색이다.
“사실은요, 남자만 여자한태 반하는 게 아니에요, 여자도 남자한태 반할 수 있다고요”
“그래요? 그런데 무슨 뜻으로?”
“그날 오빠를 처음 보는 순간 가슴이 찌릿했어요”
“왜 그랬을까요?”
“모르겠어요, 반했나 봐요 호호”
예원은 수줍게 웃는다, 그러는 예원이 귀여워 진욱은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예원씨 취미가 뭐에요?”
“그냥 사색하고 독서 좋아해요”
“천상 여자로군요”
“오빠는 뭘 좋아하세요?”
“운동도 좋고 여행도 좋아해요”
둘은 자연스럽게 영화를 관람했다.
마지막으로 저녁까지 먹고 돌아오는데 예원은 진욱이 주머니 걱정을 한다.
오빠도 용돈 타서 쓸 탠데 다음에는 같이 부담하잔다.
그도 그럴 것이 진욱의 남루한 청바지 뒷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이 달랑달랑 할 것 같은가 보다.
진욱은 말없이 웃고만 있다.
헤어질 때 진욱은
”예원씨 뽀뽀해도 돼?“
하고 물으니,
“당연히 안 되죠”
“왜?”
“이 세상 어느 여자가 뽀뽀 허락해 주겠어요”
진욱은 잠시 그것이 무슨 뜻인가 하고 생각했다.
그러다 아하 ! 하고 깨달았다.
예원이 말은 어느 남자가 여자 허락 맡고 키스하느냐를 에둘러 표현한 것이었다.
진욱은 예원을 살짝 껴안고 가벼운 입맞춤을 했다.
예원도 별 저항 없이 눈을 사르르 감는다.
예원과 세 번이나 만났다 진욱 으로서는 이렇게 뜸을 드린 여자가 예원이 말고는 없었다.
진욱은 예원에게 혼전 순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물었다.
예원은 약간 뜸을 들이더니 지켜야 좋긴 한데 불가피 할 때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진욱은 예원의 모든 것을 갖고 싶다고 말했다.
예원은 결혼할 때까지 기라리라고 말했고 진욱은 못 기다린다며 우겻다.
예원은 심각한 표정을 짓더니, 절충안을 낸다.
자신은 결혼하고 초야에 모든 걸 주기를 원했으나 오빠가 너무 고집을 부리니 들어주되
신혼여행의 일환으로 미래의 신혼여행에서 단지 하루를 빌려다 쓴다는 차원에서 일류 호텔에 가서
거행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예원으로서는 학생신분인 진욱 오빠가 그렇게 말하면 돈이 없어 물러설 테고
그러면 예원은 얼마간의 시간을 벌수 있겠기에 그리 말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 작전은 최소한 진욱 에게는 통하지 않을 것임을 예원은 몰랐다.
진욱도 고개를 끄덕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