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눈치 채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어렸을 때부터 성기는 장애를 안고 태어났어”
순정의 눈이 갑자기 커졌다.
남수의 말은 이어졌다.
“그래서 여자를 보고도 성욕을 못 느끼고 더구나 관계는 전혀 할 수가 없어”
거기까지 듣던 순정은 남수가 장난으로 그러는 줄 알았다.
“그래도 결혼을 한 것은 아들 하나밖에 없는 부모님이 그 사실을 아시면 너무 실망하실까봐,
그리고 또 내 주위에 시선이 너무 무서웠어, 그래서 나쁜 일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지만 내 욕심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당신과 상훈을 함께 내 인생에 끄러 들였어”
순정은 남수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남수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두 사람으로 아이를 낳게 했고 이제 민욱이 동생까지 부탁한 거야”
“민욱이 동생이 태어나면 나와 당신이 더 행복 할 것 같아 기대가 되지만 이 사실을 언제까지 숨기고
당신에게 비밀로 하기가 괴롭고 무서웠어,
이제 모든 사실을 털어놓고 당신의 처분을 기다리려해 먼저 한 가지만 알아줘 만일 당신이 이 일로
내 곁을 떠난다면 그 전에 내가먼저 이 세상을 떠나겠어,”
남수는 이 대목에서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고 있었다.
지금까지 남수의 말을 듣고도 순정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종잡을 수 없었다.
“그런데 민욱아빠 ! 성불구인 사람이 어떻게 임신을 시켜요?
“당신은 순진해서 말뜻을 이해 못했군,
신혼여행에 상훈이가 같이 따라갔고 민욱이 잉태할 때도 상훈이 옆에 있었어,
당신과 상훈이가 계속 만나는 것도 내 뜻이었고”
여기 까지 듣고 있던 순정은 남수 앞에 얼굴을 똑바로 들을 수가 없었다,
고개를 숙이고 얼굴을 감싸고 흐느껴 울었다.
남편한테 죄를 지었고 그 창피함에 얼굴이 화끈거려 견딜 수가 없었다.
“미안해 당신 잘못은 하나도 없어 모두 내가 조종하고 연출한거야 나는 당신과 민욱이를 내 생명처럼
사랑할거니까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순정의 귀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자신의 일도 그렇지만 청천벽력 같은 남편의 성 불구소식, 자신이 상훈한테 순결을, 그리고 민욱이 실제 아빠가
상훈이 라는 것도 큰 충격이었다.
이 일을 믿을 수도 안 믿을 수도 없었다.
빨리 상훈을 만나 확인해 보고 싶었다.
순정의 마음속에는 상훈에 대한 야속함과 배신감으로 그가 갑자기 미워졌다.
날 사랑해서 이었을까? 그냥 시키니 하수인처럼 따라 했을까?
그러고 보니 상훈의 말속에 여러 군데 힌트가 들어있었는데 그냥 간과 했었다 지금 에야 알았지만
누구도 그 말뜻을 미리 알지는 못했을 것이다,
소라씨 이야기 하다 자신을 누나는 숫처녀이었잖아 라고 했던 말 ,
민욱이 임신 중에 배를 만지며 자신이 아빠라 했던 말,
민욱 이와 처음 만나면서 너무 애틋하게 바라보았던 것이 그냥 우연이 아니었음을 이제야 알았다.
순정은 이러고도 남편과 아무렇지 않게 계속 살 수 있을까?
아니면 자신은 앞으로 어떡해야하나?
이런 저런 생각에 뜬 눈으로 밤을 새웠다.
아침에 일러난 순정은 남편을 출근시키고 바로 상훈에게 전화를 건다.
상훈은 순정이 만나 달라고 하니 좋아라 약속장소로 달려 나왔다.
회사에서 조금 떨어진 차 앞좌석에 둘이 나란히 앉아있다.
“누나 얼굴이 왜 이리 심각해 뭔 일 있어?”
아무 말 안 하던 순정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을게 나 신혼여행간 제주에 상훈씨도 왔었어?”
상훈은 약간 뜸을 들이더니
“갔었어”
그때 상훈의 왼쪽 뺨에 불이 번쩍하더니 화끈거린다.
상훈은 왼쪽 뺨을 감싸 안고 순정을 바라본다.
“나쁜자식”
순정의 얼굴이 온통 눈 물 범벅이다.
상훈은 말했다.
“난 후회 안 해 시간을 되돌려 논대도 난 그 일을 할 거야”
“상대가 누나 엇기 때문이야 다른 사람 같으면 죽어도 안 해 누나를 사랑하기 때문이야
화 풀릴 때 까지 더 때려 맞아줄게”
하며 얼굴을 순정 쪽으로 들이민다.
순정은 얼굴을 감싸 안고 흐느껴 운다.
상훈은 위로할 말이 마땅히 없었다.
“우리의 운명으로 받아들이자 누나 지금이라도 내게 오면 누나와 민욱이 책임지겠어”
울던 순정이 상훈을 쳐다본다,
“그럼 소라 씨는?”
“소라는 아이가 없잖아 그래서 헤어지기가 쉽지”
“그게 말같이 쉬워?”
“사실 우리 셋 중에 남수형 만큼 괴로운 사람은 없을거야,
자기 부인을 남한테 내 맡기면서까지 자신의 가문과 자존심을 지키려했던 형 마음을
우리는 짐작조차 할 수 없어 그 다음이 아무것도 모르고 여기 까지 와야 했던 누나이고,
하지만 운명의 수레바퀴는 우리를 멀찍이 가져다 던져놓았어,
누나 운명에 맡기고 한번 가보자 형님이 우리 셋 모두 피해자가 안 되게 한다고 분명 약속 했어,
그 약속이 지켜 지지 않으면 나라도 책임질게“
소라는 고개숙이고 듣고있다가 상훈을 바라본다, 그리고.
“때린 것 미안해 많이 아팠지?”
“아냐 안 아파”
“어디 봐 얼굴이 빨갛게 부었네 어떡하지?”
순정은 상훈의 얼굴을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어루만진다.
“나 갈게”
상훈을 내려놓고 순정은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