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글이라고/두지게 (소설)

두지게--28

hobakking 2019. 5. 8. 13:28

칠흑 같은 밤이라 우선 호텔에 들어가 잠을 자는데 상훈은 평소와는 달리 남수 형이 위험에 처한 상태인데

동생으로서 그 짓만은 해서는 안 될 것 같아 그냥 손만 잡고 잤다.

오히려 순정은 은근히 기대를 하는 눈치였지만 상훈은 너무 피곤하다며 엄살을 부렸다.

순정은 자기가 엄청 피곤하기는 피곤한 모양이라며 상훈의 팔베개를 베고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상훈은 대사관에 전화를 걸었다.

대사관직원의 말을 듣고 상훈은 경악을 하고 말았다 어제 남수가 탄 비행기 안에서 큰 폭발이 일어나

전원 사망을 했다는 것이다.

이미 본국에서도 뉴스를 통해 모두 알았는데도 상훈과 순정만 비행기 타고 오느라 몰랐던 것이다.

상훈은 가슴 밑에서부터 울음이 복받쳐 오르는 것을 억지로 누르며 어떻게든 순정누나가 충격을 덜 받을 수

있을 가 만 생각했다.

아직 침대에서 자고 있는 순정을 놔두고 상훈은 욕실로 들어갔다 수돗물을 틀어놓고 참았던 문물을 쏟아내었다,

그렇게 쉽게 떠나버린 남수형이 너무 불상하고 그 고통 속에서 공포 속에서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아이들 생각에 눈인들 제대로 감았을까?

얼마를 울었는지 밖에서 순정의 노크소리에 그만 얼굴을 물에 적시고 밖으로 나왔다.

상훈은 순정을 재촉해 서둘러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는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갔다.

병원 로비에서 대사관 직원을 만난 상훈은 순정을 남겨둔 채 시신안치실로 갔다.

이미 냉동실에 보관된 남수의 시신이 상훈 앞에 보여 지고 소지했던 여권이며 반지 시계가 따로

상훈 앞에 전달되었다.

남수의 시신은 불에 탄 것처럼 검게 그을렸고 형상이 참담하고 말할 수 없이 처참해 그 상황을

짐작할 수가 있었다.

그래도 상훈은 한눈에 남수 형임을 알 수 있었다.

상훈은 너무 충격을 받아 울음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냥 형! 하고 소리치며 남수의 손을 잡았다

그러나 평소 따뜻한 형의 손이 아닌 차가운 금속처럼 섬뜩한 느낌이 전해온다.

한참을 쳐다보니 상훈의 눈에서 눈물이 비 오듯 쏟아진다.

대사관 직원이 옆에 와서 장남수씨가 맞느냐고 묻는다.

상훈이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보며 어떻게 하느냐고 묻는다.

직원은 화장을 해서 본국에 돌아가야 한다고 말해준다.

상훈이 울음을 그치고 절차에 대해 상의한다.

직원은 지금 출발하면 한 시간 정도 면 화장장에 도착하고 아무리 빨라도 두 세 시간은 거려야

화장이 끝날 거라고 말해준다.

상훈은 서둘러 달라고 부탁한다.

상훈은 남수형의 참혹한 시신을 순정누나에게 보여 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자신만 가기로 했다.

상훈은 순정누나에게 남수형의 죽음까지 비밀로 할 수가 없어 사실대로 말하기로 했다.

상훈의 눈자위가 빨갛게 충혈된 것을 보던 순정은 직감이 이상했던지

“다친 게 아니라 죽은 거야?”

상훈은 거기에 대해 답을 할 수가 없었다.

“누나는 호텔에 가있어”

“혼자? 자긴 뭐 하려고”

“수습해야지”

순정이 같이 가겠다는 것을 억지로 택시를 잡아 태워 호텔로 보냈다.

대사관 직원이 자신의 차를 탈것을 권유 했지만, 상훈은 엠블런스 뒤 칸 남수 시신 옆에 앉자 가기로 했다.

상훈은 천에 덮여있는 남수형을 바라보며 엉엉 울음을 터트렸다

형이 입사했을 때부터 그리고 평소에 자기한테 잘 대해 주었던 일들 이 주마등처럼 뇌리를 스쳐 슬픔이 더했다.

형님 누나와 아이들은 어떡하라고 이렇게 떠나세요?

결국 나에게 그 짐을 대신 지라고 가신 거예요?

화장장에 도착하는 한 시간 상훈은 남수와 대화하며 울고 또 울고 하다 보니 도착을 알린다.

상훈은 마지막으로 남수와 약속을 한다.

“형님 순정누나 와 민욱이 민아 제가 잘 거두겠습니다.

그리고 형님 아들딸로 잘 기르겠습니다. 편히 가십시오.”

절차가 순조로워 상훈의 배웅을 받고 화로에 들어간 지 한 시간쯤 남수는 흰 상자에 담겨

상훈의 손에 전달된다.

상훈은 기가 막혀 눈물조차 나지 않는다.

유골은 다시 보자기에 싸여 상훈이 안고 대사관 직원과 함께 호텔로 돌아왔다.

총 걸린 시간은 세 시간 남짓. 대사관직원은 친절하게 공항까지 데려다 준다고 했다

그리고 사무실과 연락해서 비행기 표까지 예약해 주었다.

앞으로 남은 시간은 두 시간정도.

차가 호텔 앞에 거의 도착할 때 상훈은 순정에게 전화해 체크아웃하고 내려오라 이른다.

순정도 얼마를 울었는지 눈이 퉁퉁 불어있었다.

차 문을 열고 상훈이 안고 있는 유골함을 보던 순정은 멈칫하고 놀란다,

그리고는 곧 차에 올라서

“그거야?”

“상훈은 잠자코 있다.

“어디 내가 좀 안아볼게”

상훈이 가만히 유골함을 순정의 무릎 위에 올려놓는다.

 


'이것도 글이라고 > 두지게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두지게--26  (0) 2019.05.08
두지게--27  (0) 2019.05.08
두지게--29  (0) 2019.05.08
두지게--30  (0) 2019.05.08
두지게--31  (0) 2019.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