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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진욱이 네가 우리 집에 놀러 왔었고 나도 너의 집에 놀러 갔었는데, 왜 기억 안나?”
“기억 안 나네”
“치 바보”
진욱은 그저 웃고만 있다.
“그런데 뭔 이야기 하려고 날 보자고 했어?”
“진욱은 머뭇거린다.
”별 이야기는 아닌데 꼭 해 줘야할 것 같아서“
”되게 궁금해지네, 뭔 이야긴데?“
”사실은 우리학교 우리 학급에 장미 유치원 친구들이 다섯 명이나 있어“
”누구누군데?
“ 상수 태민이 민수 윤태 그리고 나”
“그래 다 기억이 나 그래서”
“그 친구들이 어제 모여서 회의를 했는데, 너를 서로 꼬시기 내기를 걸었어”
“어마나, 나를 ? 무슨 내가를 걸었는데?”
미라는 자신이 내기의 당사자라는데도 하등 기분나빠하지도 않고 되묻는다.
“성공하는 사람이 대장을 하고 청소며 심부름도 다 하기로 했어”
“그런데 왜 나한테 미리 알려 주는거야?”
“주의를 하라고”
“그런데 그중에 너는 빠졌어?”
“나는 용기가 없어서”
“무슨 용기 지금의 이것은 용기가 아냐?
”그래도“
”내가 싫은 건 아니고? 실망했네!“
“무슨 뜻이야?”
“난 그 다섯 중에 네가 제일 마음에 드는데 네가 안 나선다니 실망 했다는 거야”
“정말이야?”
“정말이면 나설 거야?”
“그럼 나서야지, 사실 지금에서야 말인데 오다가다 널 보면 가슴이 두근거렸고 그래서 모른 체 했던 거야”
“바보! 호호호”
진욱과 미라는 급격히 가까워 졌다.
서로 전화번호를 교환하고 한참 시시덕거리다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가서도 둘은 문자보내기에 바빴다.
학원에 안가는 토요일에는 둘이 만나 데이트를 가기로 약속까지 했다.
그런 줄도 모르는 나머지 네 학생은 미라의 환심을 사기 위해 사람을 시켜 연애편지도 보내고,
엄마로션을 몰래 싸들고 가서 미라한태 얼른 건네주고 도망가기도 하고,
책이며 볼펜도 포장해서 보내고 적극적인 구애를 하고 있었다.
미라는 진욱을 만날 때 그걸 가져와서 진욱에게 다 보여준다.
“윤태 연애편지 좀 봐봐”
진욱은 미라가 건네주는, 윤태가 미라에게 보내는 편지를 펼쳐보았다.
조금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읽어보았다.
{미라씨 안녕 나 윤태야 왜 장미유치원 동창 있잖아,
유치원 졸업하고 서로 헤어진 많은 세월 난 언제나 미라씨 만을 생각하고 살아왔어
내가 지금은 돈도 없고 가진 것 없지만 미라씨 행복하게 해줄 자신은 있거든?
내가 한평생 종이 되어 달라고 하면 되어줄 것이고 죽으라면 죽는 시늉까지도 다 할게
그러니 미라씨 나 좀 예쁘게 기억해줘,
또 편지할 그날까지 안녕 한밤중에 윤태가}
편지를 일고 진욱은 눈물이 날 때까지 웃고 또 웃었다.
옆에서 미라도 같이 배꼽을 쥐고 웃는다. 이윽고
“너는 좋겠다”
“왜?”
“종하나 거저 부리게 생겼으니 얼마나 좋아?”
“그러게 이것도 좀 봐”
미라는 상수가 준 책 태민이가 준 로션 민수가 준 볼펜을 꺼내 보여준다.
“금방 부자 되겠다”
“어떡하지? 돌려줄까?”
“그냥 가지고 있어, 나중에 한 번에 돌려주던지 전시회를 열던지”
둘은 다시 한참을 웃는다.
둘은 이제 스스럼없이 손도 잡고 팔짱을 낀다.
헤어질 때는 서로 아쉬워 가볍게 포옹도 하고 양손을 힘차게 흔들며 헤어진다.
그리고 돌아서면 또 문자 질이다.
[미라야 너 뽀뽀 해봤어?]
[아니 넌?]
[아직 안 해 봤어]
[우리 다음에 만날 때 한번 해볼까]
[할 줄 알아?]
[티비에서 하는 건 봤어]
[나 지금 가슴이 두근거려]
[그럴 것 없어 처음에만 그럴거야]
[언제 만나?]
[내일 하교 때 잠깐 볼까?]
[어디서?]
[그 아이스크림 집에서]
[거기서 뽀뽀하게?]
[ㅋㅋㅋ 거기서야 어떻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