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훈은 가정생활이 순탄하게 지나가는 것에 큰 위안과 기쁨을 느꼈다.
지금처럼만 같으면 두 집 살림도 괜찮고 두 지게도 질만하다 느꼈다.
자신은 대단한 행운아라 여기고 산다.
회사에서도 실적이 좋아 상사의 신임과 부하직원의 존경을 받고 있었다.
그 결과 영업부장으로 승격이 되었다.
그런데 회사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자신의 부하 직원인 황 대리가 계약상 실수를 저질러 회사에 큰 손실을 입힌 것이다.
상훈은 이일을 백방으로 수습하려 노력했지만, 무위에 그치고 황 대리의 퇴사가 결정되었다.
상훈은 자신도 잘못이 있으니 같이 퇴사하겠다고 배수의 진을 쳤다.
그러면 자신을 봐서 감봉이나 조금 낮은 처벌로 선회 하리란 기대를 해서 그런 것이다.
그러나 회사에서는 강경했고 상훈도 말 나온 김에 사표를 던져버렸다.
상훈만큼은 사표를 철회하도록 많은 만류가 있었지만 끝내 부하가 저지른 잘못은 상사인 자신도
책임이 있다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황 대리는 자기 잘못으로 인해 부장님이 사표를 낸데 대해 너무 죄송함과 죄책감에 시달렸다.
직접상훈을 찾아가서 용서를 빌고 죄송함을 전달했지만,
상훈은 의연하게 어디가면 이만 못하겠냐며 우리 희망을 갖자며 오히려 황 대리를 위로했다.
상훈은 회사를 나오며 회사에 한 가지 부탁을 했다 회사에서 생산하는 모든 제품을
판매 할 수 있는 특판 점을 내고 싶다고,
회사로서도 손해 볼 것이 없는 제의라 기꺼이 허락이 된다.
집에 돌아온 상훈은 퇴사한 사실을 아내 소라에게 실토 했는데 소라는 땅이 꺼지게 한숨이다.
아직 나이가 있는데 이제 어찌하느냐며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같은 말을 순정에게 말했는데 순정은 방긋 웃으며 더 잘되려고 퇴사한지도 모르잖아요?
설사 잘못 되더라도 걱정 말아요 내가 당신 먹여 살릴 테니까.
하며 위로한다.
상훈은 며칠 후 자신이 사 놓았던 변두리 허름한 땅 지금은 주차장으로 사용하지만
그곳을 정비하여 창고를 두 동 지었다.
그리고 같이 퇴사한 황 대리를 불러들여 특판 영업을 시작했다.
전에 회사 다닐 때 거래하던 모든 거래처에 통보해 특판점 개설을 알렸다.
안 그래도 회사에 물건 구입할 때 상훈을 찾던 거래처에서는 일시에 상훈 쪽으로 거래를 옮겼다.
그러고 보니 상훈과 황 대리로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새로운 직원을 몇 명 뽑아 일을 시켰다.
황 대리는 상훈을 은인이나 구세주쯤으로 여겼다.
자신을 위해서 아니 자신 때문에 부장님이 회사도 퇴직했는데 오히려 미워하지 않고
자신을 다시 불러 써 주는데 대한 한없는 고마움이 마음속 저 밑바닥부터 우러나왔다.
그러니 온 몸이 부서져라 일하고 휴일에도 상훈 몰래 회사에 출근해 창고 정리며 뒷정리를
깔끔하게 해오고 있었다.
특판 점은 날로 번성하여 상훈이 회사 다닐 때 보다고 수입이 월등히 많다.
어느 날 회사에서 황 대리가 코피를 쏟는 사건이 있었다.
상훈은 오너로서 황 대리가 너무 혹사하리만치 일하는 것을 알았지만,
짐짓 모르는 채 “그러니 저녁에는 무리하지 말고 쉬어”
하고 농담을 하였다,
그리고 억지로 싫다는 황 대리를 집으로 조퇴 시켰다.
그러면서 “내일은 휴가 줄게 하루 쉬고 나와”
그런데 황 대리가 다음날 진짜로 안 나왔다,
있을 땐 몰랐는데 황 대리가 하루 없으니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상훈은 괜히 하루 쉬라고 했나보다고 생각하는데,
황 대리가 만면에 웃음을 띤 채 걸어 들어온다.
상훈은 왜 쉬라는데 나왔냐며 힐난조로 나무라는데.
황 대리는 “사장님 성공한 것 같아요”
“뭐를 성공 했단 거야?”
황 대리는 웃으며 가방에서 물건을 하나를 꺼낸다.
“이게 뭔데?”
그 말을 하고 나서 상훈은 금방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봤다.
“이걸 누가?”
“제가 그동안 집에서 한 달도 넘게 이걸 붙잡고 씨름 했었어요.
그러다 이제야 된 것 같아 사장님께 보여드리려고 나왔어요”
황 대리가 만들었다는 그 물건은 지금 자신들이 본사에서 가져다 파는 고가 이면서 핵심 부품인 것이었다.
그걸 황 대리는 대폭 보완해서 성능은 높이고 부품은 간단하고 작게 완성한 것이었다.
“황 대리에게 이런 재주가 있었어?”
“제가 공업고등학교를 다녔어요, 본래 손재주가 있단 소릴 많이 들었는데,
이 부품을 분해해 놓고 보니 뭔가 떠오르는 것이 있어 사장님께 보은 할 일이 있으려나, 하고
밤낮 매어 달렸어요”
상훈은 기계에 대해 잘 몰랐으나 황 대리의 설명을 듣고 보니 지금의 그것보다 월등이 나아 보였다.
상훈은 다음날 그 방면 전문가 여럿을 찾아다니며 그것을 보여주고 자문을 구했다.
그런데 보는 분마다 모두 극찬을 하는 것이었다.
상훈은 용기를 얻어 그 것을 특허청에 등록을 마치었다.
그리고 궁리 끝에 중국에 om 방식으로 하청을 주기로 하였다.
주문한 물건이 도착하여 판매에 들어가자 업계에 센세이션이 일어났다.
너도나도 물건을 사기위해 장사진을 이루고 전화통이 불이 났다.
입도선매(立稻先買)는 벼를 논에 있는 채로 미리 돈을 당겨쓰는 제도이다.
그러나 상훈의 이 발명품은 공장에서 아직 생산 하지도 않은 상태로 억지로 돈을 맡기니,
상훈의 회사는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고 있었다.
청출어람(靑出於藍) 이라더니 그 회사에서 파생되어 나온 것이나 다름없는 상훈의 회사가
어느덧 더 큰 성장을 보아 상훈은 젊은 나이에 중견 기업가로 우뚝 솟아오른 것이다.
그렇지만 상훈은 초심을 잃지 않고 이윤의 일부를 다시 사회에 환원하며 저 소득층이나
소년소녀 가장 돕기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었다.
순정이 하는 장수 장학회에도 적잖은 금액을 출연하고 있었다.
이러다 보니 주위에서는 정계라도 진출 하려는 줄 알고, 또 진출을 적극 권유도 하지만,
자신을 너무 잘 아는 상훈은 관심조차 없다.
자신의 뜻으로 두 집 살림 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더라도 사회 통념상 이해할 사람이 얼마며
지탄의 대상이 되기 십상이다.
상훈은 그래도 성공한 삶을 살았다고 자부한다.
큰아들 민욱은 홀로 외국유학을 마치고 그곳에서 학문에 진력하고 있고,
민정과 민성이도 공부를 잘 하고 있고
민아는 학교 마치고 직장 을 조금 다니더니 좋은 남자 만났다고 결혼 시켜달라고 성화이다.
드디어 결혼식 날 상훈은 민아의 손을 잡고 식장으로 들어간다.
모르는 사람들은 왜 장민이의 손을 김 상훈 회장이 잡고 가느냐고 수근 거렸지만,
상훈은 아랑곳 않고 들어간다.
드디어 신랑 앞에 도달한 민아는 아빠에게 달려들어 아빠 품에 안기며
“아빠 사랑해요, 그동안 두 지게 지으시느라 수고 많으셨어요”
하며 문물을 한 방울 흘린다.
상훈은 얼른 장갑 낀 손으로 민아의 눈물을 닦아주며,
“녀석 시집갈 만큼 컸네”
하며 웃었다.
상훈은 가슴이 찡 했다.
아이들이 지금껏 그런 내색을 한 번도 안 했는데 다 알고 있었다니 지금까지의 모든 일들이
다 감사하게 느껴졌다.
끝 .
{ 뒤로 갈수록 내용이 진부하여 출구전략을 많이 구상하였는데 그 또한 쉽지 않았다.
역시 실력이 일천하다보니 한계를 절감하였다.
불구하고 한번이라도 읽어주신 모든 분께 감사를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