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보다 앞으로 어쩌실 거예요?”
“지금과 다른 것은 없어”
“그럼 민욱이 민아 당신 호적에 올리실 거예요?”
“그건 아냐, 남수 형님과 무언의 약속을 몇 번이나 했어. 그 아이들은 영원히 장 씨로 남아야해”
“결국 이 문제가 붉어질까봐 언니가 나한테 그렇게 잘했고, 당신도 우리 친정에 그렇게 했던 거군요”
“그런 의도기 전혀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 일 테고,
그러나 남의 호의를 그런 식으로 평가 절하하지는 안했으면 좋겠어”
“언젠가도 말했지만 당신과 나 그리고 저쪽 두 사람 우리 모두는 같은 운명의 배를 타고 가는
공동체라 생각하면 속이 조금 편해 질거야”
“일단 알았으니 집에 가요, 당신 온종일 피곤할 테니 쉬어야지요”
“고마워 당신은 역시 마음이 넓은 태평양이야”
소라 마음이 편할 리가 없었다, 자신도 여자이고 질투도 난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니 쓸어 담을 수 없음도 안다.
소라가 크게 반발하면 이혼이라는 극약 처방밖에 없다.
그러나 이혼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지금처럼 살면 되었지 민욱 이와 민아가 남편 자식이라고 크게 달라질건 없었다.
집에 돌아와서 소라는 뼈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민정아빠 민욱 이랑 민아가 나한테 작은엄마라 부르잖아요?
우리 민정 이와 민성 이는 순정 언니한테 큰엄마라 부르고요”
“응 그게 어때서?”
“지금 생각하니 내가 소실 이 된 기분이 들어요”
“별 소릴 다 하는군, 당신은 본처인데”
“그럼 순정언니는요?”
“글쎄, 그쪽도 소실이랄 수도 없고, 먼저 만났으니 원처라 하면 어떨까?”
“이름은 아무래도 괜찮지만 작은엄마 큰엄마라 부르지 말고 그냥 서로 엄마라 부르면 안 될까요?”
“그 방법도 괜찮네, 한번 상의해 보자고”
상훈은 그 정도로 끝나기가 여간 다행이라 안도했다 갑자기 피곤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민아는 아침을 먹으면서 아빠네 할머니는 안 계시냐고 묻는다.
순정은 할머니 할아버지 다 계신다고 들려주었고 자신이 생각해도 그 일에 너무 무심했다고 뉘우쳤다.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모시고 인사할까?"
"응 , 그래 엄마”
순정은 그 문제를 상훈과 상의했다,
상훈도 늦었지만, 그러기로 대답했다.
상훈이 엄마한테 그 이야기를 했더니 너무 좋아하신다.
사실 상훈엄마는 그 사실을 알고 몰래 민욱이 까지 보러 갔다 와서는 상훈아빠한테 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상훈아버지는 처음에는 놀라더니 자신도 아이들을 만나고 싶지만,
상훈이가 정식 소개할 때까지 기다리자고 말했다.
그런데 그때가 돌아온 모양이었다.
토요일오후 한정식 집에 순정 이와 아이들이 상훈이 부모님한테 큰절을 한다.
두 분은 너무 흐뭇한 미소를 보낸다 생각지 않게 공짜로 며느리와 두 손자가 생겼으니 너무 좋으신가보았다.
“아버님 어머님 인사가 늦었습니다, 진작 인사 올렸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아냐 이제라도 이렇게 만나서 기뻐”
민욱이와 민아도 절을 한후 앉아있다.
상훈엄마가 민욱이를 바라본다.
“민욱아 이 할머니 본 적 없니?”
“민욱이가 가만히 할머니를 바라보다 생각 난 듯이,
“아! 수호천사 할머니”
하고 외친다.
모두 다 놀라 그 말이 무슨 말이냐 물었다.
상훈엄마는 벌써 5~6년 전에 보았었는데 아직도 기억하는 민욱 이가 너무나 기특하고 예뻤다.
그러면서 전에 민욱이 만났던 내용을 들려주었다.
상훈은
“엄마의 극성 정말 못 말리겠어요”
했지만 소라는 그냥 웃고만 있었다.
“우리 민욱 이는 아빠를 꼭 닮고 우리 민아는 엄마를 닮았네!”
민아와 할머니가 어찌나 재미있게 이야기를 나누는지 모든 사람이 좋아하며 웃었다.
소라는 시어머니한테 지금껏 해 드린 것도 없고, 앞으로 어머니께 용돈 좀 드리고 싶다고 제의한다.
상훈 모가 적극 사양했지만 기어코 통장 번호를 받아 적었다.
상훈도 순정의 친정에 남수 형이 돌아가신 다음부터 양 명절에 빼놓지 않고 갈비 세트를 보내고 있었다.
그렇지만 처가댁에 정식 인사를 드린 적은 없었다.
식사가 끝나고 나가면서 가끔 만나자고 약속 한 후 헤어졌다.
민아는 할머니 전화번호를 받아 적고 자주 통화하자고 약속한다.
역시 손자는 듬직하고 손녀는 너무 귀여웠다.
순정은 시어머니께 매달 백만 원씩 넣어드려야 갰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