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훈은 차에서 모기장을 내려 텐트 앞에 치니 훌륭한 잠자리가 되었다
사방이 터져 너무 시원해 이불 없인 추울 것 같았다.
행복한 첫날 캠핑이 이렇게 지나갔다.
아침에 일어나서 상훈과 순정은 텐트와 모기장에서 빠져나와 바닷가를 산책했다.
철석거리는 파도 옆을 손을 잡고 가다가 물이 들어오면 백사장으로 얼른피하고 하는 것이 어린아이들 같았다.
상훈은 밥을 하고 김치찌개를 하고 밑반찬 두어 개를 곁들여 아침식사를 차렸다.
아이들과 순정까지 맛있다고 깨끗이 비웠다.
햇볕이 뜨겁게 떠오르자 모두는 바닷가로 나가 수상 보트를 타고 다음에는 작은 유람선을 타고
무인도에 내려 몇 시간 놀다왔다
저녁에는 불꽃놀이를 했고 백사장에 장작을 모아 캠프 화이어 하는데 불이 더 꺼질 때까지 박수치며
노래를 이어 나갔다.
상훈은 2박 3일 동안 아이들을 위해 열심히 봉사했다.
아이들도 아빠와의 처음 캠핑에 너무 즐거웠는지 돌아오는 차 안에서 자주 자주 가자고 조른다.
서울에 도착하여 순정이 해주는 저녁을 먹고 소파에서 tv를 본다.
아이들은 졸리다고 각자 제방으로 가고 둘만 남았다.
“집에 가요”
“왜 ? 쫓아내려고?”
“아니, 가야 되잖아요”
“자고가면 안 돼? 갔으면 좋겠어?"
“그냥가면 삐치려고 그랬죠”
둘은 방으로 들어갔다.
“왜 당당하게 자고가라는 말을 못해?”
“그러게요 그게 잘 안 돼요”
상훈은 아침에 집으로 돌아왔다.
“여행 재미있었어요?”
“응 , 준비는 다 되었어?”
“준비랄 게 있나요, 호텔로 가는데,”
그렇다, 소라는 뜨거운 폭염과 지저분한 모래사장이 싫다했다 그래서 자신은 호텔로 가겠다고 미리 말했었다.
한쪽은 파도치는 백사장 아기자기한 텐트생활에 낭만과 기쁨을 노래하며 추억을 가꾸고 싶은 반면
한쪽은 편하게 밥시켜먹고 편안한 침대에서 잠자고 넓은 발코니를 통하여 경관만 감상하면 제일 좋다는
그런 개성 뚜렷한 두 아내를 상훈은 두고 있다.
다음날 아침 상훈은 아이들을 태우고 속초로 떠났다 평일이라 별로 차가 안 막혀 세시간만에
낙산 비치호텔에 도착했다.
창밖으로 코발트색의 검푸른 동해바다가 끝없이 펼쳐졌다. 수평선 위에 화물선이 낙엽보다도 작게 보인다.
조금 기다려 백사장에 나가자는데도 소라는 덥다며 여기 있겠다고 고집한다.
사정사정해서 백사장에서 마차를 타고 한 바퀴 돌고는 다시 들어와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해안 길 드라이브를 나섰다.
일행은 도로 옆 휴휴암에 들러 바다에서 제일 가까운 암자라는 설명을 듣고, 아이들은 수많은 물고기를 보느라
정신이 팔려 여념이 없다.
휴가와 관광의 구분이 분명치는 않으나 이번여행은 휴가를 빙자한 광광이었다.
설악산 소공원에서 권금성 오르는 케블카를 타고는 상훈이 울산바위 오르자는 데도 힘이 든다며 그냥 돌아섰다.
호텔엔 2실을 예약했는데 정작 밤이 되자 아이들은 엄마 아빠와 자겠다며 모두 모여든다.
정작 상훈과 소라는 방을 바꿔 아이들 방에서 잠을 잤다.
휴가를 마치고 소라는 출근을 했다.
순정이 활짝 웃으며 소라를 맞는다,
“어서와 민정엄마 ! 휴가는 재미있었고?”
“네 그냥 쉬다 왔어요 그런데 언니 뭘 보고 계셨어요?”
“ 어머나 차 바꾸시게요?”
“ 아니, 그냥 보는 거야”
“어머 bmw 네요”
“응 이 색깔 예쁘지?”
“네 , 전 짙은 청색을 원래 좋아해서, 언니 이차 비씨죠?”
“글쎄 , 억이야 가겠어?”
“언니 차 바꿀 때 되지 않았어요?”
“겨우 3년 조금 넘었는데 뭐”
“그 정도면 바꿔야 한다던데?”
“이걸로 할까?”
“누구 사주시게요?”
“ 내가 평소에 제일 좋아하고 고마운 사람”
“그럼, 민정아빠요?”
“아니 그보다 더 좋은 사람”
“그럼 부모님 사 드리게요?”
“틀렸네요, 호호, 여기 제일 가까이 있는 사람”
“저 요?”
“ 어때 마음에 들면 계약하고”
“들고 안 들고 가 어디 있어요, 너무 과분해서 그렇죠”
“꼭 사주고 싶었어, 그럼 이걸로 할게”
소라는 너무나 감격하였다 언니가 자신을 그렇게까지 여기다니
지금 차가 경차이다 보니 손님들한테도 보이기 좀 쪽 팔렸었다.
“언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할 말을 잊었어요”
“말 안 해도 돼 우리사이에 꼭 말해야 아나?”
매장에 내려 와서도 정신이 얼떨떨했다.
“내가 BMW 를?”
멋있는 차를 운전하며 다니는 자신을 상상해본다.
온 몸에 전율이 돈다.
꿈속에서나 그리던 외제 고급승용차를 자신이 탄다고 생각하니 정말 기분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