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은 유골함을 받아 안더니 자꾸 유골함만 쓰다듬는다.
그것을 보고 있던 상훈이 울음을 터뜨리는데도 순정은 울지 않고 유골함만 만지고 있다.
상훈은 다시 유골함을 받아 안는다.
비행기에 타서도 상훈은 한시도 유골함을 자신의 무릎에서 떼지 않고 안고 있었다.
순정은 아무 말 없이 먼 곳만 바라보며 소리 없는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장장 십여 시간을 둘은 대화 한번 없이 이렇게 돌아왔다.
인천공항에 내리니 남수의 친척 순정의 친척 회사동료 고인의 친구 등 백 여 명이 나와 있었다.
유골함이 도착하자 공항은 때 아닌 통곡의장으로 변해버렸다 바닥에 뒹굴며 통곡하는 남수형의 어머니 는
그러다 실신까지 해서 물을 떠다 끼얹기 까지 하였다.
그런 장면이 2~30분 계속되고, 상훈은 이 모든 것이 자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고 자책하며 얼굴을 못 들었다.
누군가가 여기서 이러지 말고 철수하자는 설득에 유골함을 장례식장에 모시기로 했다.
상훈대신 유골함은 고인의 사촌동생이 들고 차에 올랐다.
회사 동료들은 상훈한태 수고 했다고 인사를 했지만, 상훈은 아무런 대꾸를 할 수가 없었다.
상훈은 유골함과 함께 차에 오르는 순정의 뒷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며 자신도 차에 올랐다.
상훈은 회사에 이틀 동안 휴가를 내고 빈소를 지켰다.
순정과 민욱은 빈소 안에서 손님의 문상을 받고 상훈은 밖에 간이 의자에 앉아 혹 회사 손님이오면
접대하고 나머지는 혼자 앉아있었다.
민욱은 이제 초등학교 1학년이지만 사태를 아는지 의젓하게 앉아 있는 반면 민아는 아직
여섯 살 어린아이라 아빠가 돌아가신 것이 무엇인지 아직은 모르는 것 같았다
사람이 많이 오니 그냥 좋아라 뛰어 논다.
그걸 보는 문상객들은 더 기가 막혀 슬픔을 자아낸다.
순정은 빈소 앞에 넋 나간 사람처럼 앉아만 있다.
아무리 권해도 단 한 끼의 식사도 마다한다.
남수형의 부모님이 독실한 불교신자여서 부모님의 의사에따라 북한산 자락의 절에 안치하기로 하였단다.
유골함이 발인하는날 순정은 그만 혼절하여 병원으로 옮기는 바람에 가는 것도 보지 못하였다.
상훈은 절에 안치한 유골함과 영정 사진 앞에 고개를 숙인다.
[형님 은혜 잊지 않고 기억 할게요,
그리고 순정누나와 아이들 잘 돌볼게요, 그리고 형님의 아들로 끝까지 살게 할게요,
부디 저세상에서 편히 영면하세요]
상훈은 순정이 궁금해서 병원에 갔다,
순정은 이제 깨어나서 링거를 맞고 있었지만 얼굴로 계속 눈물은 흐르고 있었다.
"누나 절에 잘 모셔놓고 왔어"
"나 이제 어떡해?"
"죽은 사람은 죽었어도 산 사람은 사는 거야, 애들 기다려 집에 가야지"
애들 말에 순정은 "그래 가야지" 하며 아직 남은 링거를 빼 달라 한다.
"나, 민욱 아빠 있는데 데려다줘"
"지금은 안 돼, 내일 가"
상훈은 순정을 데리고 나와 순정이 남동생에게 인계했다.
다음날 상훈은 순정을 데리고 유골이 안치되어있는 절로 갔다.
순정은 남수의 사진을 바라보더니 손으로 어루만지면서,
" 10년같이 살았는데 참 허무해"
그 모습을 보던 상훈은 죽은 형도 불상하지만, 애처로워 하는 순정을 보니 또 눈물이 왈칵 난다.
둘은 밖으로 나왔다.
" 뭐 좀 먹었어?"
"아니 안 먹었어"
"그러다 형 따라가려고 그래?"
"아니, 먹을래,"
"가다가 뭐 좀 먹고갈가"
"남편 죽은 지 며칠이나 되었다고 밥을 사 먹겠어. 집에 가서 먹을래"
집에는 순정친정식구들이 아직 있었다 순정 엄마와 동생 댁이 순정을 맞아들이며 상훈에게
고맙다고 연신 감사를 표한다.
상훈은 그냥 깊숙이 인사만하고 돌아서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