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훈씨 말이 사실이래도 그러면 못써 요즘 숫처녀 운운 하는 것도 웃기는 일이고 또 자기도 숫총각이 아니면서 상대만 처녀였음 하는 것도 도둑놈 심보 아니겠어? 그런데 숫처녀가 그리 좋아?”
“좋지”
상훈은 순정을 바라보며 빙그레 웃는다.
“뭐가 좋아 없는 길 억지로 개척하려면 힘만 들잖아,
그래서 예날 중세 때 왕은 왕비를 들이고 처음 노예로 하여금 그 길을 뚫는 사명을 부여했데,”
“애고 아까운 것을 노예에게? 그럼 노예와 왕은 동서?”
“날이 밝는 대로 노예는 저 세상으로 보냈고”
“잘해줘”
“뭣을 ?”
“소라씨 에게 ”
“그럼 누나 질투 안 할 거야?”
“그건 잘 모르겠어, 사실 난 남수씨 한태 이 이야기 듣고는 밤새 잠이 오질 안했어”
“그랬구나, 그런데 왜 주선했어?”
“내가 끝까지 책임을 못 질 바엔 그래야 될 것 같았어”
“내가 소라와 그리 되어도 누나는 못 잊어 끝까지 같이 할 거야”
순정도 상훈을 바라보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다“
상훈과 소라는 거의 매일 만나서 즐기고 또 결혼에 대해서 많은 말이 오갔다 각자의 집에 말씀드리고
정식으로 교제하기로 했다.
그리고 서로 어른들께 인사를 하기로 해 먼저 소라가 상훈의 집을 방문했다.
상훈의 부모님은 대 환영이셨다 아가씨가 썩 마음에 드신 것 이었다.
소라가 돌아간 뒤 상훈 부모님은 상훈이가 결혼하면 빚을 내서라도 조그만 아파트를 사 주신다고 말씀하셨다.
상훈은 말씀 끝에 그럴 수 없다고 말씀드렸다 지금껏 길러주시고 학교에 보내주셨는데 월세를 얻어 살더라도
부모님 신세 안지고 자신의 힘으로 살 거라고 말씀드리고 버신 돈 있으면 두 분 여행도 다니시고 마음껏
쓰시다 그래도 남으면 그때 마음대로 하시라 말씀드렸다.
상훈 부모님은 아들을 대견하게 생각하면서도 그러는 상훈에 대해 좀 서운함도 느꼈다.
상훈의 생각에는 지금 사는 오피스텔보증금에다 조금 대출을 받으면 작은 빌라는 전세로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상훈은 그 말을 소라에게 전했는데 소라는 듣고 자신도 조금 보탤 테니 아파트 전세로 가자고 말한다.
두 사람의 결혼이 많이 진척 되었다.
그 말을 전해들은 남수는 상훈과 점심 식사 후 봉투를 하나 건넨다.
“뭐예요?”
“결혼 축의금이야 미리 주는 것이니 보태 써”
“상훈은 웃으며 봉투를 받아 안주머니에 넣는다.
일주일쯤 지난 어느 날 상훈 엄마는 상훈의 오피스텔에 와서 청소하고 세탁물을 챙겨 빨 것은 빨고 세탁소에
보낼 것은 따로 분리했다.
세탁소 보낼 옷은 주머니에 메모라도 들어있는지 일일이 손을 넣어 확인하는데 양복 안주머니에 흰 봉투가 한 개 들어있다.
상훈엄마는 봉투를 꺼내어 안을 들여다보는데 수표가 들어있다 수표는 모두 다섯 장 그런데 동그라미가 많아서 천천히 세어보았다, 단 십 백 천 만 십만 백만 천만, 자그마치 천만 원짜리가 다섯 장 오천만원 이다.
애가 이런 큰돈을 어디서 났을까, 혹시 회사 공금인가?
상훈엄마는 놀랍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해서 얼른 상훈에게 전화를 건다.
“네 엄마”
“일하니?”
“네”
“용건만 간단히 하마, 네 양복 세탁 맡기려는데 주머니에 5천만 원이 들어있던데 무슨 돈이냐?
“오천만원이라고요?”
“그래 5천만 원 수포로 ”
“그런 돈이 없는데?”
상훈은 전화를 끊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며칠 전 남수 형이 결혼 축의금이라고 봉투 하나 준 것이 생각났다.
그런데 그렇게나 많이?
상훈은 몹시 궁금했다,
상훈은 남수의 책상으로 가서 남수에게 작은 소리로 ,
“형님 지난번 축의금이라고 주셨지요?”
“그랬지 왜?”
“그 안에 얼마 넣으셨어요?”
“왜 그래 확인 안 해봤어?”
“그냥 옷 안에 넣어두었는데 엄마가 세탁 맡긴다고 발견한 모양이에요 놀라 전화하셨는데 잘못 넣으신 거 맞죠?
“아닌데 그 정도는 주고 싶었어, 더 주고 싶었는데 마침 갖은것이 그 정도뿐이라서”
상훈은 기분이 묘했다 그렇게 많이 준 것은 지금까지의 일에 대한 보상인가?
자신이 좋아서 한일이었는데 보수를 받고 한 하수인 이었나? 아니 형은 자신을 그렇게 취급했었나?
하는 생각에 몹시 씁쓸했다.
그러는 상훈의 마음을 남수가 헤아렸는지 퇴근 후에 자기 집으로 데려가서 저녁을 먹이면서
“나는 너를 동생으로 생각하는데 너는 나를 형으로 생각 안 하니?”
상훈은 당황하여 ”아니요 생각 하죠”
“그럼 동생이 결혼 하는데 형으로서 그 정도도 못하니?
내가 그럴 여력이 있는데도 안 하는 것이 우습지 하는 것이 잘못된 일이냐?”
“그래요 형님 제 생각이 좀 모자랐어요, 주신 것 잘 쓸게요”
둘 간의 오해는 말끔히 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