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수형도 멋있었다.
헌칠한 키 늠름한 기상. 좋은 가정에 괜찮은 직장 그런 형님이 뭐가 부족해서 몹쓸 병에 걸렸을까?
상훈은 몹시 안타까웠다.
상훈은 결혼식을 보고는 신랑신부보다 먼저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공항에는 대한호텔 셔틀버스가 나와 있었다.
상훈은 셔틀에 몸을 실고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이색적인 가로수숫자를 헤이며 호텔에 곧 도착했다.
그리고 남수 형과 순정누나가 머물 19층 바로 위 20층에 여장을 풀었다.
넓은 침대에 옷 입은 채로 벌렁 누워 오늘밤 전개될 일들을 생각해 보았다 몇 시 일지는 몰라도 남수 형이
전화를 하면 달려가기로 약속 되었다.
밤이 되려면 아직도 열 시간이나 남았다.
열 시간을 뭐하고 지내나 생각하다가 상훈은 간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짙은 선글라스를 쓰고 밖으로 나와
택시를 잡았다 그리고 바닷가로 나갔다.
바닷가도 시가지도 온통 신혼여행을 온 커플들로 초만원이다.
혼자 나다니는 사람은 오직 자신뿐인 것 같았다.
상훈은 재미가 없어 pc 방을 찾아 들어갔다.
그리고 거기에 앉아 시간을 죽이고 있다.
남수와 순정은 많은 하객의 축하 속에 성대한 결혼식을 올렸다 하객들은 저마다 신랑의 잘생김과
신부의 아름다움을 칭찬 안 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모두 다 부러움과 축하를 보냈다.
식후에 폐백을 하는 자리에서도 새댁어른들은 너무 좋아 하시며 며느리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으신다.
신랑신부는 친구가 태워주는 웨딩카를 타고 김포공항으로 향한다.
차속에서 남수는 순정의 손을 꼭 잡는다 수정도 부끄러운 듯 남수를 바라보며 미소를 보낸다.
비행기에서 두 사람은 오순도순 이야기하며 서로에게 신뢰와 애정을 과시한다.
남수도 이야기를 잘하지만 순정도 이렇게 이야기를 잘하는 줄 서로 몰랐었다.
남수가 한 꼭지하면 순정이 받아하고 이렇게 재미있게 이야기 하다 보니 금 새 제주에 도착한다는
승무원의 멘트가 들린다.
이야기내용은 앞으로의 계획과 삶을 어떻게 전개해 나갈 것 인가 그런 말은 하나 없고 친구들 이야기
TV에서 들은 이야기가 주류를 이뤘다,
그래도 처음으로 가까이에서 대화한 두 사람은 금방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호텔에도착한 둘은 짐을 풀고 간편한 옷으로 갈아입고는 밖으로 나와서 손을 잡고 주위를 산책했다 ,
두 사람도 여니 신혼부부와 마찬가지로 걷다가 뭐도 사먹고 깔깔거리며 웃고 하며 재미있게 걷는다.
해가 뉘엿뉘엿 할 때까지 줄은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호텔로 돌아왔다.
룸서비스를 불러 식사할까도 생각했으나 둘은 호텔 식당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이태리 식당에서
이름도 생소하고 생전 처음 먹어보는 음식을 먹고는 다시 룸으로 올라왔다.
호텔방에 도착한 두 사람은 이제 다음 진행을 어찌해야하나 하며 매우 어색했다.
특히 순정은 말도 잘 안하고 그냥 소파에 다소곳이 앉아만 있다.
두 사람은 TV 를 틀어 놓은 채 그쪽으로 시선만 집중하고 있다.
그중에 특히 남수는 시선만 그 쪽에 꽂았다 뿐이지 생각은 엉뚱한 곳을 헤매고 있다.
한 시간 여를 그렇게 앉아 있다가 드디어 남수가 입을 열었다.
"순정씨 먼저 샤워 할래요?"
순정이 어색하게 웃으며 가방을 열고 이것저것 챙기더니 욕실로 들어간다.
남수는 인터폰으로 룸서비스를 불러 와인 두병과 약간의 과일을 주문했다.
그리고는 계속 TV 에 시선을 고정하였지만 내용은 들어오지 않았다.
한참 후 주문한 와인이 들어오고 난 후에도 욕실의 순정은 나올 생각도 않는다.
거의 한 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 혹 잠이라도 들었나?
남수는 욕실 앞 까지 가서 귀를 기울인다. 그러나 안에서는 별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남수는 욕실 문을 노크하며
"잠들었어요? 내가 들어갈까요?" 하고 외치자.
"아니에요 곧 나갈게요."
그리고도 순정은 10분쯤 후에나 잠옷을 곱게 갈아입은 채로 욕실에서 걸어 나온다.
그리고는 침대위에 잠옷을 남수에게 건네주며,
"이것 입으세요."
"순정 씨가 사온 거예요?"
"신부가 준비하는 거래서"
"고마워요"
남수는 돌아서서 순정이 전해주는 잠옷으로 갈아입었다.
그러고 보니 둘이 같은 색 같은 무늬의 커플룩이었다.
둘은 방금 가져온 포도주와 과일을 가운데 두고 마주 앉았다.
"자 순정씨 한잔 받아요"
순정은 부끄러워하며 글라스를 남수 앞에 가져간다.
남수는 순정의 잔에 반쯤 따르고 자신의 잔에도 따른다.
"자 우리 건배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