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글이라고/두지게 (소설)

두지게--5

hobakking 2019. 5. 8. 14:08

상훈이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다 여겨진다.

자신이 없을 때 혹 두 사람이 진도가 나갔나 싶어 순정에게 넌지시 물어보면 ,

“장 대리님 너무나 점잖으셔”

이게 전부 엇다.

오리려 상훈이 무안해서 “그럼 남자가 점잖 해야지 촐싹대면 그게 더 흉물스럽지요 남수 형님이 안동 장 씨

양반 집안이라 그런 것 같아요 하면서 변명을 늘어놓았다.

이제 양가에서 결혼 말이 오가고 날자 까지 잡은 모양이다.

결혼식까지 3개월이 채 못 남았다.

그런데 응당 기뻐해야할 남수의 얼굴에는 기쁜 빛을 찾아 볼 수 없다.

신부될 순정에게 값나가는 패물이며 신혼집으로 넓은 아파트를 미리 사 놓았다는 소식을 들었는데도

남수는 여전히 좋아하는 기색이 없었다.

아니, 좋아하기 보다는 무슨 깊은 고민거리가 있는 듯 시무룩하기 일쑤였다.

상훈은 그러는 남수에게 물어보았다.

“형님 왜 좋은 날 받아놓고 시무룩해 하세요?”

그 말에 장 대리는 답을 안 하고 피씩 웃기만 한다.

결혼식은 이제 한 달쯤 남았다.

일요일 날 상훈은 늦게 눈을 떴지만 그래도 더 미련이 남아 둥글둥글 게으름을 피우다

이젠 천정의 도배 무늬만 헤아리는데 그때 장 대리한테 전화가 왔다.

“네 형님”

“잠간 볼 수 있니?”

상훈은 간편한 복장을 한 채 장 대리 차에 탑승을 하였다.

차는 워커힐 을 지나 양수리 쪽으로 달린다.

남수는 역시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중이고 상훈도 그러는 남수에 방해를 안 하기 위해 묵묵히 창밖을 바라본다.

도도히 흐르는 한강 그리고 그물줄기를 바라보며 머리를 축 늘어뜨리고 서있는 많은 수양버들을 보며

상훈은 정말멋있다고 느끼고 있을 때 정적을 깨고 남수가 입을 열었다.

“너 전에 했던 말, 내가 도와 달랄 때 섶을 지고 불에라도 뛰어들겠다고 한 말 아직 유효하니?”

“그럼요, 유효하다마다요. 장부일언 중천금인데”

“그럼 되었다”

그 말을 한 후 남수는 다시 입을 닫았다.

차가 남한강이 잘 내려다보이는 어느 카페에 도착했다 남수와 상훈 앞에 커피 잔이 놓여있다.

둘은 마실 생각도 않고 쭉 뻗은 한강을 거스르며 물보라를 일으키며 달리는 모터보트와 그 뒤에 대롱대롱

매달려 달리는 수상스키만 바라본다.

무거운 침묵이 계속되는데도 상훈은 남수 눈치만 보며 역시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커피를 조금씩 목뒤로 넘기는 시간도 너무 길다 마지막 남을 한 모금을 넘기고 잔을 내려놓았다.

그때 남수의 입이 비로소 열린다.

“우리 강변을 좀 거닐까?”

“그러죠”

분위기가 납덩이보다 무거운 것을 보면 무슨 중요한 말을 할 것 같은 느낌은 짐작하지만,

그렇다고 상훈이 먼저 물을 수는 없었다.

남녀도 아닌 남남끼리 강변을 걷고 있다.

저만치 앞에 벤치를 보고 남수가 말했다.

“우리 잠깐 앉자”

남수가 앉고 상훈도 그 옆에 앉았다.

그때 두 사람 앞에 한 쌍의 커플이 조그만 보트를 타고 노를 저으며 지나가고 있었다.

뭐가 그리 신이 나는지 여자는 신이 나서 계속 웃으며 떠들고 있고 남자는 열심히 노를 젓는다.

그러면서 상훈이 앉아있는 쪽에 손까지 흔든다.

상훈도 미소를 떼며 같이 손을 흔들다가 옆에 남수를 보고는

멈칫하였다.

드디어 침묵을 깨고 남수의 굳게 닫힌 입이 열렸다.

“상훈아?”

“네”

“내가 지금 하는 말은 세상 누구한테도 말하지 않은 사실이야 심지어 우리 부모님한테도”

심각하게 말하는 남수의 얼굴을 상훈은 그저 물끄러미 바라만보고 있었다.

“사실 나는 있지”

과연 무슨 말을 할지 상훈이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는데 남수는 약간의 뜸을 들인다.

“나 말이다 성기능 장애이다”

상훈은 그 말에 놀라 자신이 혹 잘못 들었나하며 눈을 크게 뜨고 남수를 바라보았다.

남수는 천천히 말을 이러간다.

“나는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여자를 봐도 감흥이 없고 성욕은 더군다나 없는 병신이다”

상훈은 남수의 말을 중간에 끊으며,

“형님 저와 사우나 여러 번 했잖아요? 안 그러던데”

“겉으로야 멀쩡하지 그러나 사춘기 때 남자라면 누구나 크면서하는 몽정도 자위도 한번 안 해봤다.”

그 말을 남수는 울먹이듯 내뱉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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