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지게--3
그날오후 시간 있는 사람 몇을 데리고 노래방으로 갔다.
상훈은 요즘 유행하는 미녀가수 두 명이 부르는 노래를 선정하여 불렀다
같이 간 팀원들이 잘 어울린다며 합격점을 줬다.
두 사람은 거기에 고무되어 신나게 부르고 또 불렀다.
그리고는 매일 한 시간씩 연습하기로 했고 비용은 팀 비로 지출하기로 했다.
드디어 회사 창립기념일.
공장 마당에 가설무대를 설치하고 부회장님을 비롯해서 임원들 과 모든 직원들이 한데 모였다.
팀별로 장기자랑이 이어지고 이제 상훈과 순정의 차례가 되어 둘은 무대에 등단하였다.
그런데 둘은 연습한 것보다도 더 잘했다 그래서 많은 박수를 받았고 결과는 2등 이었다.
푸짐한 상품을 받았고 별도로 팀에도 금일봉이 주어졌다.
상훈은 모든 공이 나 순정씨 덕분이라며 받은 상품을 사양하는데도 불구하고 전부 나 순정씨 에게 주었다.
장 대리는 언제나 상훈을 친 동생처럼 대해주었다.
상훈도 이제 장 대리를 형님이라 부른다.
“상훈아 일요일은 뭐해?
“밀린 잠을 자죠”
“그러지 말고 테니스 하러 나와”
“저 테니스 못 하는데요?”
“내가 가르쳐 줄게 라켓도 여유분이 있어 그냥 몸만 와도 돼”
그래서 상훈은 일요일 날 남수 형과 테니스를 하고 사우나도 하고 점심저녁 다 얻어먹은 후에야 집에 돌아온다.
늘 얻어만 먹어서 미안한 상훈이 어쩌다 돈을 내려고 하면 남수는 한사고 제지하며 자신이 내곤 한다.
왜 자신한테는 돈 낼 기회를 안 주느냐는 상훈의 항의에 아직은 자신이 많이 벌고 형이니 너는 나중에 사라고만 한다.
그 나중이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상훈에게 그렇게 잘하고 있었다.
그뿐 아니었다.
자신이 타던 멀쩡한 차를 상훈에게 준다고 하였다.
아직 4년 정도 탄 차여서 겉으로는 새 차 같았다.
상훈은 부담이 되어 사양하며 팔면 몇 백은 받으실 텐데 파시라고 권했지만, 상훈이 너한테 꼭
물려주고 싶다고 해 결국 받고 말았다.
상훈은 사내 장기자랑이후 순정과 더욱 가까웠다.
안 보면 보고 싶어 전화하고 이제는 선배대신 누나라고 부른다. 순정이 상훈보다 두 살 많기 때문이다.
상훈은 순정이 미인이고 치러보니 성격도 좋고 무엇보다 자신과 잘 통하니 장차 배우자감으로 어떨까 생각하다 혼자 웃음 지었다.
회사생활도 이럭저럭 6개월이 지났다.
하루는 같은 팀 최 선배가 김 상훈 씨하고 가만히 부른다.
“네 선배님”
내가 이런 말을 해야 될지 안 해야 될지 판단이 서진 않지만,
하고 뜸을 들인다.
“선배님 무슨 말씀인지 해 보시죠”
“나 순정씨 있잖아”
“네 순정누나가 왜요?”
“김 상훈씨 나 순정 씨와 사귀어?”
“아뇨 그냥 친한 동료일 뿐인 데요 사귄다고 소문났어요?”
“그건 아니고 내가 보기엔 너무 가깝게 느껴져 처녀 총각이 가까울 수도 있지만, 친한 처지에 의가 상할까봐
그러지”
“선배님 무슨 말씀인지 속 시원하게 하십시오”
“실은 장 대리님이 나 순정 씨를 좋아 하는 것 같아, 그런데 장 대리님과 김 상훈씨도 친하잖아 그런데
한 여자를 놓고 두 사람이 서로 사이가 나빠지면 어떡하나 노파심에서 말 하는 거야, 오해는 말아”
상훈은 멍했다.
자기와 그렇게 친한 남수 형님이 순정누나를 좋아하면 귀띔이라도 해줄 것이지 그렇다면 자신이
발 벗고 나서 도와 줄 탠데,
“네 선배님 말씀 잘 알았고요 제가 두 분 잘되게 힘쓸게요”
“순정씨 좋아 한 것 아냐?”
“동료로서 좋아 했죠”
상훈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속으로는 섭섭하고 속상했다.
상대가 다른 사람이었다면 어림도 없을 일인데 남수 형 이고 보니 당연히 양보해야 맞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상훈에게는 남수라는 존재가 컸기 때문이다.
상훈은 퇴근 후 남수 형을 만났다.
그리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형님?”
“응”
“형님이 나 순정씨 좋아하세요?”
“좋아하다니?”
“마음에 두고 계시냐고요?”
“왜 그래? 누가 무슨 말을 했어?”
“그런 소문이 있기에요 저 몰래 두 분이 연애라도 하시나 해서요”
“아냐 퇴근 후에 집이 같은 방향이라 몇 번 태워다 주었더니 그런 소문이 난 모양이구만”
“단지 그것뿐 이예요?”
“그렇다니까”